감찰·수사방해·정치적 중립훼손 등 6개 비위사실 제시

윤 "위법·부당한 처분에 끝까지 법적 대응" … 소송제기 주목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감찰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면서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등 6개 혐의를 적용해 추미애 장관이 직무배제 명령을 하자 윤석열 총장이 곧바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직무에서 배제된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즉각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징계 청구 6가지 혐의 = 추미애 장관이 24일 윤석열 총장에 대한 감찰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6가지 비위 사실을 들어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 배제와 징계 청구를 결정했다.

추 장관이 밝힌 윤 총장의 비위 사실은 △언론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채널A 사건·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채널A 사건 감찰 정보 외부 유출 △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모두 6개다.

우선 윤 총장이 중앙일보 사주인 홍석현 중앙 홀딩스 회장과 부적절하게 만나 검사윤리강령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추 장관은 "2018년 11월께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 중이던 윤 총장이 사건 관계자이자 JTBC의 실질 사주 홍석현 회장을 만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부적절한 교류를 했다"고 밝혔다.

언론사주(방상훈 조선일보 회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전 회장)와의 부적절한 접촉은 지난달 대검 국정감사에서 여권 의원들의 질의로 공식화됐다. 당시 윤 총장은 회동 여부에 대해 즉답을 피해 이 사안은 법무부 감찰관실의 대면 감찰조사 명분이 되기도 했다.

검찰 윤리강령은 '검사는 사건 관계인과 정당한 이유 없이 사적으로 접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엔 검찰이 재판부 사찰? = 다음은 윤 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건 관련 재판부 판사들을 불법 사찰했다는 혐의다.

2020년 2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조국 전 장관 사건 판사들의 개인정보와 성향 자료가 담긴 보고서를 올리자 윤 총장이 이를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해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보고서에는 재판부의 △주요 정치적인 사건 판결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 불법 사찰과 관련,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대법원'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성향을 분석해 인사 불이익을 주는 근거로 활용한 내부 문건과 같은 내용이어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세번째는 채널A 사건과 한명숙 전 총리 관련 사건의 감찰을 방해한 혐의다. 지난 4월 채널A 사건과 관련해 대검 감찰부가 윤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의 감찰에 착수하자 윤 총장이 이를 방해할 목적으로 감찰을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감찰본부 설치 및 운영 규정에는 '검찰총장은 감찰본부장의 조치가 현저히 부당하거나 직무의 범위를 벗어난 경우 시정을 명령하거나 그 직무수행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돼있다.

추 장관은 이와 관련 감찰을 중단할 요건이 안 되는데도 윤 총장이 감찰을 중단시켜 부당하게 지휘·감독권을 남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 검찰이 거짓증언을 강요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 5월 대검 감찰부가 당시 수사 검사들을 감찰하려 하자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이첩시킨 것도 윤 총장의 권한 남용으로 판단했다.

네번째는 채널A 사건에 대한 감찰 정보를 언론에 유출한 혐의다.

대검 감찰부장이 한 검사장에 대한 감찰을 개시하자 윤 총장이 '대검 감찰부장이 구두 보고도 없이 감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문자 통보했다'고 언론에 흘려 감찰 관련 정보를 외부로 유출(직무상 의무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감찰 협조의무도 위반 = 다섯번째는 법무부 감찰대상자로서 협조의무를 위반했다는 혐의다. 법무부 감찰규정에는 감찰 대상자는 감찰에 협조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하면 별도 감찰 사안으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윤 총장이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의 방문조사 요구를 불응해 법무부 감찰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마지막 혐의는 검찰총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청법 제4조에는 검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윤 총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계 진출 의향을 묻는 말에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법무부는 이 발언이 "퇴임 후 정치참여를 선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문제 삼았다.

아울러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권 후보로 올라오는 것을 묵인·방조하고 국민들이 유력 정치인과 대권 후보로 여기게 된 것도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추 장관은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뢰를 상실해 더 이상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행정소송 진행 주목 = 이에 대해 윤 총장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혀 행정소송이 진행될 지 주목된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발표가 나자마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왔다"며 "위법·부당한 처분에 대해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반발했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이 밝힌 6가지 비위 혐의 모두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이르면 25일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국 검찰을 지휘하는 수장으로서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없는 데다 시간을 끌수록 여권의 사퇴 압박만 거세질 거라 발 빠른 대응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윤 총장은 서울행정법원에 직무배제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행정소송은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이나 공권력의 행사·불행사로 인해 이익 침해가 발생한 경우 제기하는 소송으로, 개인 사이 이익 다툼을 다루는 민사소송과는 구분된다.

아울러 본안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직무배제 명령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집행정지도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

집행정지는 행정청의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처분의 집행을 잠시 멈추는 법원의 결정이다.

법원이 윤 총장의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직무배제 명령은 본안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효력이 중단된다. 이렇게 되면 윤 총장은 다시 총장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한편 대검 등에 따르면 윤 총장은 전날 추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이 내려진 시점부터 정상 업무를 볼 수 없다. 이에 따라 당분간 조남관 차장검사가 검찰총장 직무대행으로 윤 총장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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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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