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법무부 권한” 선긋기

야, “대통령 입장 밝혀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함에 따라 정치권에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 청와대는 일단 말을 아끼며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야가 예산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등 법안 처리를 놓고 대립하는 가운데 현직 검찰총장 직무정지라는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연말 정국은 극단적인 대치국면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5일 “(윤 총장 직무배제는) 법무부 장관의 권한 내의 일”이라며 “법무부에서 징계를 마무리하고 해임건의 등이 대통령에게 올라올 때에서야 대통령의 일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대통령의 일을 뚜벅뚜벅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청와대 차원에서 대응 없이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전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도 추 장관 발표 직후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발표 직전에 보고를 받았으며 그에 대해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추 장관으로부터 직접 보고받지 않고 법무부-법무비서관-민정수석-비서실장 라인을 통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장관이 현직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는데도 청와대가 이처럼 말을 아끼는 것은 이번 사안과 최대한 거리를 둬 국정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청와대 내에서는 국정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며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징계위원회에서 윤 총장에 대한 해임건의가 결정되면 결국 임면권자인 문 대통령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검찰의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여론 추이에 따라서는 문재인정부가 추진해온 검찰 개혁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당장 야권은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법무부장관의 무법 전횡에 대통령이 직접 뜻을 밝혀야 한다”며 “검찰총장의 권력 부정·비리수사를 법무부 장관이 직권남용 월권 무법으로 가로막는 것이 정녕 대통령의 뜻인지 확실히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정의당도 “지금까지의 일련의 과정은 검찰총장 해임을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청와대가 이 문제에 방관할 것이 아니라 책임있게 입장 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추 장관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25일 최고위에서 “법무부가 밝힌 윤 총장의 혐의는 충격적”이라며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방향을 당에서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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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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