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시는 인구 약 35만명의 조용한 도시다. 혁신도시가 있긴 하지만 사람들 이동도 많지 않다. 그런 진주시가 최근 공포에 빠졌다. 진주지역 이·통장들이 제주 연수를 다녀오면서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확진자가 연일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하루에만 26명이 더 나와 총 59명으로 늘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진주시 전체 확진자 수가 85명이니 최근 며칠간 1년간 확진자 대부분이 생겼다는 얘기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게 누구 탓으로 돌릴 일은 아닐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감염되고 이웃과 지역사회에 전파된다. 과거 신천지교회나 광화문 집회 등은 특정 집단의 '편향된' 정치적 종교적 신념이 사회 전체에 큰 피해를 초래했다.

하지만 이번 진주 사례는 코로나19 방역 최일선에 있는 진주시의 안이한 판단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되짚어볼 대목이 많다. 전국 이·통장들은 동별 협의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고 지자체들이 경비 등을 보조해 주고 있다. 사실상 관광성 여행인 '연수'도 매년 지자체 예산으로 시행되고 있다.

진주뿐 아니라 경남 김해시 등 전국 지자체 이·통장협의회도 여러 곳에 연수를 다녀왔다. 문제가 된 진주의 경우 2개 지역 협의회 회원들 간 제주 여행 과정에서 전파됐다. 이들 이·통장들이 다시 지역사회에 다니면서 감염자가 늘어났다. 아직 최초 감염경로는 오리무중이다. 때문에 "재수가 나빴다"는 자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경남도가 26일 도내 18개 시·군에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이·통장 연수 등 단체여행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는 도지사 명의의 공문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진주시의 허술한 방역대응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진주시는 진주시장마저 자가격리하고 시청과 시의회가 일시적으로 폐쇄되면서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동안의 방역 노력이 한 순간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다. "나는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방역의 지휘시스템 안까지 스며들면서 전국은 3차 대유행의 위기에 맞닥뜨렸다. 유럽과 미국을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 광풍. 이에 비교되면서 세계적 찬사를 받은 K방역.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운칠기삼'이 아니라 국민적 희생과 노력, 방역당국의 현명한 대처 등이 어우려져 극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명심할 시점이다.

["코로나19(COVID-19)" 연재기사]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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