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3차 대유행 속 대형 전시행사 강행

코엑스 식품전 곳곳서 시식·시음행사 열려

경기도, 본지보도 후 G푸드쇼 온라인 전환

"국민 모두 수험생을 둔 학부모 마음으로 일주일 동안 모든 일상 친목활동을 멈춰달라."(유은혜 교육부총리, 26일 대국민호소문)

"확산세가 진정될 때까지 모든 모임과 약속은 취소해주시고, 밀폐, 밀접, 밀집된 장소는 방문하지 말아달라."(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 26일 중대본 회의)

"연말까지 천만 시민 긴급 멈춤 기간으로."(서정협 서울시장권한대행, 23일 거리두기 2단계 격상 브리핑)

"전시회도 방역수칙 지키면 문제없다."(서울시, 코엑스 푸드위크 관련)

"새로운 형태의 판촉행사다."(경기도 관계자, 킨텍스 G푸드쇼 관련)

방역당국이 국민들에게는 "사적 모임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후원하거나 개최하는 대규모 행사는 "문제 없다"고 해 빈축을 사고 있다. 필수 경제활동은 허용한다는 방역지침에 따라 엄격한 감독을 한다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26일 오후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는 동시간대 1500명 안팎의 사람들이 모이는 박람회가 열리고 있었다. 25일부터 시작한 '2020 코엑스 푸드위크(제15회 서울국제식품산업전)' 행사로 서울시·농림축산식품부가 후원한다. 음식을 주제로 한 박람회인 만큼 전국에서 모인 100여개 업체가 마련한 시식·시음 코너가 운영되고 있었다. 떡볶이 막창구이 묵 막걸리 등 다양한 식품업체 관계자들이 관람객들에게 시식을 권했다. 예상보다 관람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곳곳에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삼삼오오 시식·시음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경기도가 주최하는 'G푸드쇼'를 두고도 우려가 나왔다. 도는 오는 12월 2일부터 5일까지 킨텍스에서 열기로 한 'G푸드쇼'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개최한다는 방침이었다. 대신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함에 따라 사전·현장 등록한 참관객과 바이어만 입장시키고 마스크·비닐장갑 착용 의무화, 전시장 내 취식 금지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과거 수천명의 방문객이 몰렸던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 확산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경기도의회 한 의원은 "대규모 행사를 도가 강행하면서 도민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에 협조해 달라는 것 자체가 엇박자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전시·박람회, 방역 기준 예외 =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뚜렷하지만 방역에 허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그 중 한 분야가 전시·박람회다. 전시·박람회는 필수산업·경제부문이라는 점을 고려해 2단계에서도 시설 면적 4㎡당 1명 수칙만 지키면 행사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100인 모임 제한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기존 2단계(8월 18일~10월 11일) 때는 50인 이상 집합금지가 모든 행사에 적용됐지만, 11월 7일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 때 완화됐다.

실제 26일 내일신문이 확인한 박람회 현장은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거리두기와 무관하게 무리지어 다녔고 인기 코너에는 수십명이 모여 있었다. 가장 걱정스러운 장면은 시식·시음을 위해 수시로 마스크를 벗는 모습이었다. 코로나 확산세 때문에 일반 관람객이 적은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방역당국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내일신문은 행사 시작 전인 24일 '시식·시음이 이뤄지는 대규모 행사로 인해 코로나 확산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5~8월 개최 전시회가 143건, 150만명이 참석했지만 확진자와 집단감염 사례가 없었다"고 했다. 현장 방역 책임을 맡은 강남구도 "매일 1회 이상 예고없이 점검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내일신문이 취재를 통해 현장 상황을 알리자 그제서야 조치에 나섰다. 서울시는 27일부터 시식·시음을 전면 금지토록 권고했고 코엑스측도 이를 받아들였다. 코엑스 관계자는 "서울시 권고로 시식·시음을 중단하고 기업들의 이해를 구하는 조치들을 진행 중"이라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촘촘한 방역시스템이 가동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역시 27일 "올해 G푸드쇼를 전면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는 "그동안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되 참가자들의 교류와 관람 편의를 높이기 위해 비대면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 온라인 전시회와 오프라인 전시회를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에 동참하기 위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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