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확진 300명 육박, 치료 체계 개편

자치구별 치료센터 시급, 이번 주말 고비

자가 대기 길어지면 가족감염 대거 확산

서울시 확진자가 하루 295명으로 또다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 확진이 퇴원자 수 보다 훨씬 많아지면서 환자 격리 문제에 비상이 걸렸다. 시가 감당할 수 있는 병상 수가 포화에 이르렀다. 현 추세라면 확진이 되도 집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서울시는 "그간 시가 담당했던 경증환자 치료 시설을 자치구별로 마련하는 문제가 시급하다"며 "당장 다음주부터 병상 배정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 방역 담당자들은 3일 긴급 화상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서울시는 각 자치구에 "지금 추세라면 당장 다음주부터 무증상·경증환자를 위한 병상 배정이 어려울 수 있다"고 공지했다.

수능이 치러진 3일 수험생 중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학생들이 시험을 보는 서울 남산유스호스텔 생활치료센터에 수험생을 지원하는 119 구급 차량이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서울시가 자치구들 독촉에 나선 것은 경증환자 치료병상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가 확보한 무증상·경증환자 치료용 생활치료센터는 총 병상이 1480개 규모이며 이중 76%가 차 있다. 시 관계자는 "실제 즉각 가동이 가능한 병상은 100여개 밖에 남지 않았다"며 "2인실 사용, 시설 보완 등 문제를 감안하면 주말이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자치구들은 비상에 걸렸다. 환자 격리·치료에 적합한 시설 구하기도 어려운데다 주민 반발도 문제다. 주로 호텔이나 모텔, 유스호스텔 같은 시설을 찾아야 하는데 선뜻 섭외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생활치료센터로 쓰려면 개별 화장실을 갖춰야 하고 의료진과 환자 동선을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시설을 바로 활용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방역을 위해 추가 공사가 필요하다. 서울시 전담팀이 투입돼 긴급 공사를 하더라도 최소 한 곳 설치에 2일이 소요된다.

일부 자치구에서는 병상 부족으로 환자가 제때 격리되지 못하고 집에 머무는 상황이 벌써 생기고 있다. 모 자치구에서는 연일 10명 이상 신규 환자가 나오는 바람에 확진을 받고도 이틀째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환자가 나왔다. 다른 자치구도 3일 12명, 4일 8명 환자가 입소 대기 중이다. 자체 생활치료센터 확보에 성과를 보이는 곳도 있다. 한 자치구는 지역 내 180실 규모 호텔과 협의가 진행 중이고 의료·행정인력 투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청소, 식사 등을 위한 용역계약도 진행 중이다.

자치구별 경증환자 치료시설이 시급한 것은 전체 병상 수 부족과 함께 환자 이송 문제가 크다. 확진자가 급증하면 환자 이송에 부하가 걸린다. 현재 대다수 자치구가 보유하고 있는 응급차는 1~2대에 불과하다. 근처에 입소 시설이 없으면 이송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 비상 원거리 이송 상황이 실제 발생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일시적으로 생활치료센터가 부족, 서울시 일부 환자가 충남 아산시까지 이송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격벽이 설치된 버스를 만들어 개별 이동이 불가능한 일일이 호별 방문해 환자들을 태운 뒤 충남 아산까지 이동했다. 서울 곳곳을 돌며 환자들을 태우고 아산시까지 이동하는 등 근거리 이송과 비교해 지나치게 효율이 떨어진다는 게 방역당국 판단이다.

신속한 환자 분리가 이뤄져도 신규 확진을 줄이지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단계 상향은 하지 않은 채 방역지침을 셧다운 수준으로 강화하는 문제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면적 통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야간 시간 통제를 현실적 방안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음식점에 국한된 9시 이후 영업을 모든 영업장으로 확대해 아예 야간 시간 영업을 당분간 전면 중단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COVID-19)" 연재기사]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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