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유행 확진자 한 자릿수 유지

"밥 먹을 때 얘기 자제" 자발 참여

드라이브스루·생활치료센터 선행

대구시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40대 A씨. A씨는 지난 2월 18일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혼밥족'이 됐다. 이전까지는 동료직원들과 함께 산업단지 내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A씨는 사장에게 건의해 외부출장도 최소화했다. 가능하면 이메일이나 영상통화 등으로 출장업무를 대신했다. A씨는 회사 업무환경도 바꿨다. 폐쇄적 구조인 회사 4층 회의실을 창문이 있는 3층으로 옮기고 회의실 좌석도 최소 2m이상 띄워 배치했다.

대구 최대 중심가 도로인 달구벌대로가 텅비었다. 지난 2월 23일 오전 11시쯤 중구 현대백화점앞 거리에는 차도와 인도가 모두 비었다. 최세호기자


이 회사 박모 사장은 "코로나 19에 과민한 A씨의 행동에 처음에는 황당했으나 이제는 따라하게 될 정도"라며 "A씨 덕분에 직원 중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직원은 단 한명도 없고 손소독제이용과 공용물품 소독, 직원간 거리두기 등이 생활화돼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근무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 사람 오지마라"고 했던 대구가 3차유행이 한참인 지금 오히려 "서울 사람 오지 마라"고 한다.

최근 3차 유행이 현실화되면서 서울 등 수도권 뿐 아니라 부산 광주 등 대도시, 지방 가릴 것 없이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지만 대구는 10명을 넘지 않고 있다. "집단면역된 것 아니냐"는 농담도 있지만 신천지 사태 이후 대구 시민들의 달라진 일상이 현재의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대구시민들은 말한다.

◆ 대구시민 자발적 노력 위기 극복 =지난 2월 18일 대구에서 최초 코로나19 확진자(신천지교회 신도)가 발생한 이후 20여일만에 확진자가 5000여명을 훌쩍 넘기면서 대구시민들은 전국의 조롱거리가 됐다. 지난 2월 29일에는 741명의 확진자가 쏟아졌다. 대구시민들은 A씨처럼 공포감에 사로잡혀 스스로 방역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구시 등 방역당국은 혼선을 빚었고 병원 등 의료계도 마비될 상황이었다. 정부와 여당도 대구사태를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해 2월 25일 대구를 봉쇄하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대구를 감염병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통상의 차단조치를 넘는 최대한의 봉쇄조치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이었다. 대구시민들은 큰 상처를 받았지만 스스로 위기를 극복했다.

9일 0시 기준으로 대구의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7278명이다. 이 가운데 최초 확진자가 신도로 있는 신천지교 관련 확진자가 전체의 60.7%인 4421명이다..권영진 대구시장은 8일 간부회의에서 "대구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시민들이 마스크 쓰기 등 개인방역을 철저하게 지키며 시민정신을 발휘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구시민들은 대구시가 주도하는 '먹고 마실 땐 말없이, 대화는 마스크 쓰GO' '증상이 있으면 빨리 코로나19 검사받기' 등의 운동 적극 협조하고 있다. 지난 8월 시민 1000명 대상 대구시의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공공시설 이용 시 마스크착용 의무화 행정명령에 대해 93.3%가 찬성했다. 마스크 상시 착용의무화에 대해서도 97%가 찬성했다.

대구시가 2차·3차대유행에도 코로나19 안전지역으로 자리잡아 성공적 방역 모범 사례로 꼽히면서 세계 곳곳에서 벤치마킹을 하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라는 혁신적인 진단 방식 도입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드라이브 스루는 칠곡경북대병원이 처음 도입했으며 의료진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신속한 진단을 가능케 한 혁신적인 진단시스템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세계 곳곳에서 도입했다.

병상부족해결과 경증환자 치료 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도 처음 도입돼 음압병상이 필요없는 경증 환자를 입소시켜 병원의 혼선도 막았다.

미국 자매도시인 애틀랜타시, 체코 브르노시, 일본 고베시 등이 화상회의를 갖고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공유했다. 주한 미국, 프랑스, 잠비아, 폴란드, 카타르, 파키스탄, 싱가포르 대사들도 대구를 찾아 경험과 대응책을 배워갔다.

대구시도 그동안의 방역 정책과 경험을 세계와 공유하기 위해 영문 자료집을 제작, 세계대도시협회 등 국제기구는 물론이고 주한 외교공관, 해외자매도시 등에 제공했다. 시는 비영어권 국가를 위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등으로 번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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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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