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구 생활치료센터, 개원 지연

보건소 인력 투입 '임시방편'

정부, 합리적 보상대책 마련 필요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자치구별 생활치료센터는 기존 광역 감염병 대응 시스템을 보완한 진일보한 대책으로 평가받는다. 수도권 3차 유행은 대구 신천지나 이태원발 감염처럼 특정 집단 대규모 감염이 아닌 소규모·산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때문에 기존 광역 대응 시스템으론 환자 관리·치료에 제약이 많다. 광역 대응 시엔 국가 전체 혹은 광역 단위로 병상을 관리하기 때문에 병상 부족 사태 시 필연적으로 자택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서울이 아닌 충청도, 심한 경우는 전라남도까지 환자를 옮기는 일이 발생한다.

15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길게 늘어선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신속 검사를 위해 56곳 임시 검사소가 설치된 14일 서울시 하루 검사 건수는 약 1만9000건까지 증가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자치구별 생활치료센터는 확진자 발생 대응 뿐 아니라 치료 효율을 높여 위중증 환자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보통 확진이 되면 증상 발현 후 하루 이틀은 증세가 급히 진행되지 않지만 이후엔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하루 이틀 대기 후 간신히 병상을 찾아도 입소 직후부터 증상이 악화되면 생활치료센터에서 곧장 상급병상으로 이송해야 한다.

이때문에 방역현장에선 경증환자 치료 병상인 생활치료센터가 감염병 치료의 '허리'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증 단계에서 신속한 치료로 중증 환자 발생을 줄이고 확진 후 즉시 입소를 통해 자택 대기 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병세 악화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방역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와 의료계, 언론도 중증환자 병상에만 관심을 쏟았다"며 "생활치료센터도 엄연히 의료시설인 만큼 의료계와 방역당국이 보다 관심을 갖고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확진자 발생 분포가 생활치료센터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현재 확진자의 90% 이상, 많게는 97~98%가 무증상·경증이다. 생활치료센터 단계에 치료를 집중하는 것이 대확산을 차단하고 완치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사망자 수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별 병원과 의료인력 확보가 더뎌지자 서울시는 보건소 인력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 계속된 확진자 증가로 확보된 시설의 개원을 미룰 수 없어서다. 보건소도 의료기관이기 때문에 센터를 담당할 수 있다. 하지만 보건소는 확대된 선별검사, 역학조사, 기타 지역별 취약시설 방역 등 기존 업무만으로도 이미 과부하가 심한 상태다. 지역별 의료인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말그대로 윗 돌 빼서 아랫돌 막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도 의료계가 방역 현장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대구 코로나 사태 등을 겪으며 정부의 손실보상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는 말이 나온다. 방역에 참여한 병원이나 개원의들에게 제 때, 제 값의 보상을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자치구 방역 관계자는 "의료계와 정부 사이에 보상 규모에 대한 견해차가 있는 것 같다"면서 "정부가 합리적 보상안을 만들면 좋겠지만 그게 어려우면 생각 차를 줄이기 위한 대화라도 해야 하는데 '적극적 소통' 노력은 보이지 않아 현장에선 답답함이 크다"고 말했다.

그사이 확진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일 검사 수는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무료신속검사를 발표하고 서울시가 임시 선별검사소 56곳을 설치한 첫날인 14일 서울의 하루 검사 수는 지난 주말의 2배에 가까운 약 1만9000건으로 급증했다. 검사 수 증가는 확진자 증가, 나아가 입원이 필요한 환자 수 증가로 직결된다.

["코로나19(COVID-19)" 연재기사]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이제형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