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6%, 코스닥 39% 올라 … 주요국 증시 대비 상승률 높아

한국 증시 여전히 저평가 … 상승 여력 커 내년에도 '선전' 기대

ESG투자 중요 … MSCI 선진국지수 편입으로 안정적 매수 확보

올 한해 파죽지세로 치솟은 코스피가 지난 10년간 갇혀있던 박스권을 뚫었다. 전년말 대비 코스닥의 상승률은 38.6%로 주요국 증시 대비 1위, 코스피는 26%의 상승률로 4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 폭락장 이후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인 반등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증시의 성과는 더 돋보였다. 코스피가 잇따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자 고점 논란도 나온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는 여전히 저평가된 상황으로 내년에도 상승여력이 크다고 전망했다.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이익이 대규모로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또 내년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투자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증시 발전을 위해서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추진으로 외국인 매수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점대비 89% 상승 = 16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보다 6.82p(0.25%) 오른 2763.64에서 출발해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장중 2781.08까지 올랐다. 코스닥지수는 전일보다 1.14p(0.12%) 오른 932.41에 출발해 장중 936.71까지 상승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종가기준으로 2700선을 처음 돌파한 코스피는 숨고르기를 하면서 2750선 위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15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2756.82로 지난해 말 종가 2197.67보다 25.44% 상승했다. 코로나로 폭락했던 3월 19일 1457.64 보다는 89.13%나 올랐다.

코스닥의 상승률은 더 높다. 전일 코스닥은 93.127로 전년말 669.83보다 39.03% 올랐고 최저점인 3월 19일 428.35보다는 117.41% 폭등했다. 올해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세계 주요 25개국 가운데 4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고, 코스닥은 1위를 차지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5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가 공동 개최한 '코스피 최고치 경신, 현재와 미래를 논하다' 토론회에서 올해는 한국증시의 성과가 돋보인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올해 한국 증시 선전 이유로 △코로나 방역에서의 뚜렷한 비교 우위 △한국 대표기업들의 선전 △개인투자자금의 공격적인 유입 등을 꼽았다. 김 센터장은 "올해 증시 상승은 과거 주식형 투자 붐이 일던 시기와 다르다"며 "자금 유입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고, 간접투자가 아닌 직접투자로 자금이 이동, 한국증시 상승의 일등공신인 개인투자자들이 바닥부터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높은 성과를 얻어 성공적 투자경험을 가졌다 점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각에서 우려하는 코스피 고점 논란에 대해서는 아직도 한국 증시는 저평가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13.7배로 사상 최고치다. 하지만 김 센터장은 "밸류에이션 상승은 글로벌 증시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한국은 오히려 저평가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코스피의 PER는 홍콩(14.3배), 중국(15.1배) 등 세계 주요 증시보다도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김 센터장은 "코스피 PER은 전체 25개국 가운데에서는 12번째"라며 "글로벌 증시의 추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증시는 다른 나라 평균보다 더 상승 여력이 더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내년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이익은 전년대비 45%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익 개선 강도와 제조업 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글로벌 평균 대비 한국 증시의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SG ·사회책임투자 거대한 흐름 = 전문가들은 내년 국내 증시에서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센터장은 "내년에는 친환경 등 사회책임투자라는 거대한 흐름이 발생해 ESG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투자의 길이 열릴 것"이라며 "먼저 환경(E)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공정경제3법 국회 통과 후 지배구조 관련 논의도 활성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한국 자본시장의 지속 성장을 위한 발전과제로 지속가능 인프라 혁신을 제안했다. 이 실장은 "지속가능 인프라 혁신을 위해 ESG, SRI(사회책임투자), CSR(기업의 사회적 채임), 임팩트투자 등 유사 용어들 간 개념을 명확히 하고 ESG 관련 통합 공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ESG 관련 벤치마크 지수 개발을 통한 투자비중 확대도 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ESG 관련 투자 및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연기금 벤치마크 개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은 "올해 가졌던 성공적 투자경험을 바탕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장기투자와 분산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장기투자를 위한 하나의 방향으로 ESG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ESG 제도 인프라 구축, 대주주 이익만이 아닌 일반주주의 이익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기업 거버넌스, 환경과 사회 이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경영이 있다면 투자자들도 장기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사와 고객의 이익이 함께 가는 동반성장을 위해 금융투자업계 모든 플레이어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내년 상반기도 가능 = 국내 증권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해 안정적인 매수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실장은 "MSCI 신흥국 지수에서 빠질 경우 순유출 규모는 약 140조원인 반면 선진국 지수 편입에 따른 순유입 규모는 200조원으로 추산된다"며 "그러면 약 60조원 규모의 안정적인 기반의 외국인 순매수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역외 원화 거래 시장 개설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MSCI 측은 24시간 환전이 가능한 역외 원화거래 시장이 없다는 이유로 국내 증시를 선진국 지수에 편입하지 않았다. 역외 원화 거래 시장을 개설하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내년 상반기에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 실장은 MSCI 지수 편입 시점에 대한 질문에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규모는 세계 9위로 MSCI에 언제 편입돼도 이상하지 않다"며 "원달러시장 개선만 진행된다면 내년 상반기에 추진해도 좋다"고 말했다.

["2020년 자본시장 결산"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