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 140조원 조달

세계 두번째 규모로 등극

미국, 닷컴버블보다 1.5배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열풍은 전세계적이었다. 특히 중국은 올해 IPO 시장에서 140조원의 자금이 몰리며 세계 두번째 IPO 시장으로 등극했다. 미국 IPO 시장에는 닷컴버블 당시보다 1.5배가 넘는 돈이 몰렸다. 전세계적으로 공모주 시장이 열기를 띠는 가장 큰 원인은 넘치는 유동성 때문이다. 경기부양책으로 시중에 풀린 돈이 워낙 많다 보니 대형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금 몰림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올해 국내외에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전일 블룸버그는 자체 집계를 인용해 중국 본토와 홍콩,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이 올해 IPO나 2차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는 1290억 달러(약 140조6616억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세계 IPO 시장의 37%를 점유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주요 IPO 사례를 보면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중신궈지)가 지난 7월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증권거래소의 커촹반(스타마켓)에 주식을 추가 상장해 75억 달러를 조달했다. 이는 올해 세계 최대 규모의 주식 공모다. 6월에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이 홍콩에서 2차 상장을 통해 45억 달러를 조달했다. 또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 모터스와 온라인 부동산 중개업체 KE홀딩스(베이커쟈오팡)는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홍콩 증시 또한 IPO로 500억달러(약 7조460억원) 조달하며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중갈등 속 홍콩이 최대 수혜국이 됐다며 이같은 IPO 활황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낮은 금리와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으로 투자자들이 IPO에 몰려들고 있고, 조 바이든 미 차기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도 미국 증시의 '반중 흐름'이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홍콩증시가 내년에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는 내년 홍콩증시에서 130~150개 기업이 IPO를 통해 516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IPO시장에도 에어비앤비와 배달앱 도어대시 등 공모주 열풍이 불면서 닷컴버블 때의 1.5배 돈이 몰렸다. 미국의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미국 IPO 시장에 몰린 자금은 1560억달러로, 닷컴 버블이 있던 1999년(1070억달러)의 기록을 넘어섰다. 신규 상장기업의 주가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나스닥에 상장한 에어비앤비는 144.71달러로 장을 마감해 공모가(68달러) 대비 112.81%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830억달러(약 90조원)로 메리어트(417억달러)·힐튼(290억달러)·인터컨티넨탈(87억달러) 등 세계적 호텔 체인을 합한 것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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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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