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수백개 병상 여력 충분

700명, 병상배정 카톡방 의존

"서로를 위해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려야 하는 요즘 따뜻한 눈웃음으로 마음을 나눠요" | 서울도서관에 걸린 2020년 겨울편 꿈새김판 앞에서 시민들이 웃으며 지나가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 병상배정을 기다리던 확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확진자 급증에 따른 병상 부족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해당 환자 확진 당시 서울 병상은 여력이 충분했다. 수도권 병상배정을 담당하는 중대본 체계가 SNS 대화방에 의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환자 관리 및 치료 시스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서울시와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코로나19 확진 후 병상배정을 기다리며 집에서 대기하던 60대 환자 ㄱ씨가 갑작스런 증상 악화로 사망했다. ㄱ씨는 지난 12일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틀간 별다른 증상이 없이 집에서 대기하다 14일 갑자기 증세가 악화돼 사망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수도권 확진자 급증으로 병상배정이 늦어진 것이란 지적이 나오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해당 환자는 당뇨·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었지만 병세와 감염증상이 미약해 생활치료센터 입소 대상이었다. 내일신문 취재 결과, 환자가 확진받은 12일과 병상을 기다리던 13일 서울의 생활치료센터 병상은 수백개 여유가 있었다.

중대본의 부실한 병상배정 시스템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수도권 환자 분류 및 병상배정 업무는 중대본 산하 ‘수도권 코로나19 현장대응반’이 담당한다. 국립중앙의료원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복지부 국장이 통합상황실장을 맡고 서울(15명), 경기(6명), 인천(3명)에서 파견한 직원들이 함께 근무한다. 최종 병상배정은 의사들이 담당한다. 국립중앙의료원 소속 의사가 총괄하며 공보의 6명이 협력한다.

문제는 병상배정 시스템이다. 보건소에서 환자를 발견, 지자체로 접수하면 모든 환자 현황은 중대본으로 취합된다. 현장대응반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일명 단톡방을 이용해 병상배정 관련 상의와 결정을 내린다. 빠른 소통을 위해 단톡방을 이용한다지만, 여기에만 의존하는 시스템은 실수 가능성이 높아 위험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방역 관계자는 “확진자가 수십명 선일 때는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수도권엔 최근 매일 700명 이상 환자가 나온다. 달랑 6명 의사가 700명 환자를 분류하고 병상을 배정하는 과정에서 업무 누락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고는 병상부족 때문이 아닌 업무량 폭주와 부실한 관리 체계 때문에 일어난 시스템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방역당국과 일부 지자체에서 제기됐던 자택격리치료의 위험성이 확인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ㄱ씨는 확진 후 이틀간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다 3일째 갑자기 피가래를 쏟는 등 병세가 악화됐다. 유일한 동거인인 아내는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이미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보건소의 전화 모니터링에 의존하는 자가격리치료는 생사를 가를 위기 상황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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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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