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펀드 67% ↓ … 순자산총액 반토막

부실은폐·사기공모, 정관계 로비 의혹에 증권사 평판 위험 커져 신용등급 '부정적'

지난해 터진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올해는 옵티머스·젠투파트너스·알펜루트·팝펀딩·디스커버리펀드 등 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잇따라 증권가를 덮쳤다. 금융소비자들의 사모펀드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사모펀드 시장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신규 사모펀드 수는 67% 감소하며 순자산총액은 반토막 났다. 판매잔고 또한 전년대비 32% 줄면서 증권사들의 자산관리 수익 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8% 감소했다. 불완전판매뿐만 아니라 부실 은폐, 사기 공모 등 다수의 불법행위가 드러난 사모펀드 사태는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증권사의 신용등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사모펀드 사태가 동학개미 투자 열풍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증권사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펀드시장 급격한 위축 =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18일까지 신규 사모펀드 설정 순자산 총액은 59조452억원으로 지난해 110조5735억원보다 47% 감소했다. 매년 20%대 증가세를 보이던 사모펀드 신규설정금액이 올해는 반토막이 난 것이다. 신규 사모펀드 수는 2454개로 작년 6921개보다 67%나 줄어들었다.

지난해 8월 1만1500개에 육박하던 사모펀드 수는 라임펀드 사태가 터지면서 급감하기 시작해 지난해 말 기준 1만1016개에서 이달 17일 기준 9729개로 1287개(12%) 줄었다. 개인투자자의 사모펀드 판매 잔고금액도 축소됐다.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6월 말 27조262억원이었던 잔고는 올해 10월 말 18조3041억원으로 32% 감소했다. 개인투자자의 비중도 7.2%에서 4.3%로 2.9%p 줄어들었다. 지난해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 이후 줄곧 하락세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3분기 말 기준 자산관리 부문의 순수익 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8% 가량 감소했다. 올해 주식 거래대금이 급증하면서 증권사들의 순이익이 3분기 말 2조168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안나영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이슈로 펀드판매, 신탁 등 증권사 자산관리 비즈니스가 크게 위축됐다"며 "펀드 판매 등 전통적 위험 자산관리 수익은 내년에도 가파르게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용평가업계는 펀드시장 위축으로 인한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 감소와 양질의 투자자산(해외자산, 대체자산) 발굴 위축은 증권사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안 연구원은 "환매중단펀드의 경우 배상금, 과징금, 보상금 지급 등 비용 부담으로 인해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리테일 실적 뿐 아니라 조달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돼 평판자산도 저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판매 증권사 CEO 중징계 =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모펀드 사태는 환매중단된 금액만 7조원에 육박한다. 지난 8월말 기준 환매중단된 사모펀드는 6조589억원에 달하고, 7263억원 규모의 펀드가 환매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환매 중단 펀드는 △라임자산운용 1조4651억원 △디스커버리 3124억원 △알펠루트 3686억원 △옵티머스 5151억원 △젠투파트너스 채권펀드 1조805억원 △팝펀딩 1050억원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 펀드 4392억원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1391억원 △H2O펀드 5014억원 등이다.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처분도 이뤄지며 금융당국은 라임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와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줄줄이 중징계를 내렸다.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가 '주의적 경고'를 받았고,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대신증권의 전 대표였던 나재철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직무 정지',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문책 경고'를 받았다.

신한금투는 라임 펀드 뿐만아니라 독일 헤리티지 펀드 환매중단 사태 등이 더해져 업무 일부 정지와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됐다. KB증권도 업무 일부 정지와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게 됐다. 대신증권 역시 반포WM센터 폐쇄와 과태료 부과처분이 의결됐다.

5500억원의 손실을 낸 옵티머스 펀드 사태는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고 속이고 가입자를 유치한 뒤 실제로는 대부업체가 발행한 사채 및 비상장 부동산 개발 기업 인수와 부실 펀드 돌려막기 등에 투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계획된 사기극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라임·옵티머스펀드 사태는 판매사들의 불완전 판매에서 금융감독기구의 독립 필요성 등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로 확산됐다. 정관계 로비 등 권력형 게이트와 관련된 각종 의혹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의 수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2020년 자본시장 결산"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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