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 소득 0.3% 증가때 대출은 7.0% 급증 … 안팎의 변수에 금융안정성 위험도 커져

코로나19로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진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은 2021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백신 보급과 접종에 따른 코로나19의 점진적 수습과 이에 따른 경기 반등을 기대하지만 여전히 변수도 많다. 올해 예상되는 △통화신용정책의 전망과 영향 △코로나19 정책자금 지원 실태 △금융시장의 위험요인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소득은 옆걸음하는 데 빚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금융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낮은 금리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거나 부동산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자산 버블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풀린 돈이 금융시장을 위험에 빠뜨리고, 국민들의 삶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잇따른 경고, 분주한 대책 마련 = 지난 15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과도한 레버리지(빚)에 기반한 투자 확대, 이것은 혹시라도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인해서 가격 조정이 있을 경우에 투자자가 상당히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손실도 유발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위험성을 인지하고 안정적인 관리에 정책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대규모 신용대출을 억제하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 상한선 설정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4~5%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다.

이와 관련 이 총재가 언급한 '예상치 못한 충격'을 놓고 논란이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되는 게 이른바 미국발 테이퍼링이다. 미국 연준이 매달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입하고 있는 데 이를 갑자기 줄이는 시점이 금융시장의 충격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이 지금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지만 올해 하반기 이후 경제가 호전되면 연준이 양적완화를 조금씩 거두어 들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대학 강연에서 강하게 부정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파월 의장이 가까운 시일내 테이퍼링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반드시 그렇다고만 볼 수도 없고, 전문가들은 긴가민가 하는 반응도 있다"며 "2008년은 금융시스템의 붕괴였다면 지금은 코로나19만 잡으면 바로 반등할 수 있고, 지금까지 풀린 돈이 인플레인션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 연준이 조기에 긴축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라고 말했다.

내부적인 요인도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소득이 낮고 신용도가 떨어지는 차주(대출을 받는 사람)의 대출 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위험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저소득 차주의 평균 DSR은 58.1%로 나타났다. 자기 소득의 절반 이상을 원리금 상환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으로 그만큼 조그마한 충격에도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계부채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자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는 올해 3월 말까지인 원리금 상환을 추가로 연장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금융권은 마냥 뒤로 미룰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금융위가 특단의 대책으로 고액 신용대출자에 대해서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하는 것을 의무화는 방안도 검토하지만 또 다른 문제를 불러 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막상 칼을 빼들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가계부채 상환능력 10% 안팎 저하 = 한국은행이 지난해 3분기까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부채 증가가 소득 증가 추세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현재 가계의 처분가능한 소득은 전분기에 비해 0.3%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부채는 무려 7.0%나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현재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71.3%로 2분기(166.5%)에 비해 4.8%p 증가했다.

이처럼 처분가능소득에 비해 부채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지표다. 2018년 1분기에 156.3%이던 수치가 불과 3년도 안돼 15.0%p나 늘어난 것으로 다른 변수가 없다면 부채상환능력이 10% 가까인 감소한 셈이다.

가계부채의 절대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국내 가계신용 총액은 1682조1000억원으로 전분기(1637조3000억원)에 비해 7.0% 늘었다. 제2금융권을 제외한 은행권에서 받은 대출만 지난해 총 100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이 지난 14일 발표한 '2020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88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0조5000억원 늘어났다. 이같은 증가 폭은 2004년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새해에도 이어지는 코로나19 '돈풀기'" 연재기사]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백만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