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2021년판 월가점령’ 시위 나서

주식시장 이어 은 등 원자재시장도 ‘들썩’

동학개미 "나는 공매도가 싫어요" |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가 1일 오후 서울 세종로에서 공매도 반대 운동을 위해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헤지펀드 등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월가를 뒤흔들었다. 이들은 게임스탑을 필두로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에 대한 순매수 캠페인을 진행했고 “월가를 다시 점령하라”며 거리로 나섰다. 미국에서 시작된 공매도와의 전쟁은 암스테르담과 시드니, 인도까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공매도 세력이 선호하는 종목들의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개인투자자 권익보호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2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주식시장에 이어 원자재 시장도 공매도와의 전쟁으로 들썩이고 있다. 미국 개인 투자자들의 반란 속에 국제 은값이 8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주요 은 상장지수펀드(ETF)도 이날 하루 7.5% 급등했다. 은 가격 상승은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7일 레딧 대화방 월스트리트베츠에 정부와 금융권이 은 시세를 억누르고 있다며 은과 은 ETF를 매입하면 대형 은행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면서 은 가격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이후 은 현물가격이 3일 연속 상승하면서 15% 올랐고 선물가격도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10% 정도 상승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공매도와의 전쟁은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갔다. 유럽에서는 공매도 세력이 선호하는 종목들의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상업용 부동산 회사 유니베일-로담코-웨스트필드가 20% 이상 급등했다. 또 유럽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헤지펀드에 맞서 폴란드의 게임 개발사 CD프로젝트를 사들이고 있다.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공매도 헤지펀드를 공개 비판하면서 CD프로젝트를 띄워주는 트윗을 날렸다. 머스크의 트윗 이후 CD프로젝트 주가는 급등했다. 폴란드 바르샤바 증시에선 15.60% 올랐고, 미국 장외시장에선 11.46%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주 월스트리트베츠를 중심으로 뭉쳐 이 회사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하면서 최고 1700% 이상 주가를 폭등시켰다. 이로 인해 공매도를 한 헤지펀드들은 예상 밖의 주가 폭등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었고, 손해를 메꾸기 위해 숏 스퀴즈(숏 포지션을 커버하기 위해 주식을 집중 매수하는 것)상황으로 내몰려 다른 주식들을 대량 매도하면서 글로벌 증시 연쇄 하락사태가 발생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2021년 판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street)’ 시위로 보고 있다. 지난달 31일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의 주코티 파크에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헤지펀드 등 금융 자본의 공매도 행태를 비판하기 위해 수십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주코티 파크는 2011년 벌어진 ‘월가 점령 시위’의 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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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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