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지원방식 개선 요구

CJ대한통운 안양지사에 근무하는 이성기(50)씨. 택배 경력 15년의 베테랑이다. 하루종일 힘든 물건배달을 끝내고 퇴근할 때면 몸이 천근만근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많이 달라졌다. 1월부터 전기차로 바꾼 뒤 피로도가 확 줄었다. 이씨는 "전기차는 진동이 없어 소음과 피로감이 훨씬 적다"고 말했다. 기존 1톤 경유 화물차는 진동과 소음이 심해 하루 12시간 이상 차량을 운전하는 택배기사들이 느끼는 피로감이 상당했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은 올해부터 전기차 4대를 현장에 투입했다.

정부 목표와 달리 현장에서는 전기차 전환을 둘러싼 택배업체와 택배기사 간의 생각이 달랐다. 사진은 1월 2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택배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물품을 옮기는 장면.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운행결과 전기차 '배터리 출력'도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배터리 출력문제는 많은 기사들이 우려했던 사항 중 하나다. 택배기사인 김지석(40)씨는 "전기차가 오히려 출력이 더 좋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과 한진 등 물류업체들은 정부정책에 발맞춰 전기차 전환을 추진 중이다. CJ대한통운은 현장에 투입 중이고 한진은 올해 3분기 이후 단계적으로 배치할 예정이다. 한진 관계자는 "전기차 도입에 맞춰 택배 터미널 내 전기차 충전사업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물류회사 차량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개인사업자(택배기사)들은 아직 전기차로 바꿀 생각이 없다. 익명을 요구한 CJ대한통운 최 아무개(48)씨는 "정부의 무공해차 전환방침과 보조금 지원 등을 알고 있지만 이용하기 불편하다"며 "아직은 교체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배터리 용량이 문제다. 택배기사들의 하루 이동거리는 보통 50~60km 정도다. 배터리는 완전충전하면 200km 정도 달릴 수 있다. 일주일에 2~3회 충전해야 한다는 얘기다. 추운 겨울엔 효율이 더 떨어진다. 기존 경유트럭이 한번 주유에 500km 이상 운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김지석씨도 "운행거리가 너무 짧아 시간 날 때마다 수시로 충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전시간도 풀어야 할 숙제다. 물건운송도 버거운 낮시간 충전은 엄두도 내기 어렵다.

무공해차 보급확대를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전환비용 지원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승용차용, 화물차용 등 보조금을 각 영역별로 나눠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화물차 전환을 촉진하려면 화물차에 더 많이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K-EV100에 참여하는 업체의 경우 화물차를 전기차로 전환할 때 행여 지방자치단체 지원금이 소진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사회, 무공해차 전환 길을 묻다" 연재기사]

김병국 김아영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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