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과 경쟁, 수요 불일치 등 문제 산적

정부 "민간에 충전인프라 매각 검토 중"

주유소를 휘발유와 경유는 물론 전기까지 충전할 수 있는 '복합에너지스테이션'으로 활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급속충전기 설치비 50%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펼쳤지만 기대만큼 속도가 붙지 못한 게 현실이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현장에서는 정부가 현실을 너무 모른다며 불만이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수익성'이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기존 거래처와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고 무엇보다 수익이 나야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데 현 상황에서는 정부 방침을 따르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산업통상자원부가 민간 충전사업자 급속충전기 설치비의 50%를 지원해주지만 역부족"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급속충전기의 경우 환경부 한국전력 민간사업자 등이 함께 시장을 형성한다. 아무래도 민간이 공공영역과 경쟁을 해야 하는 체계다 보니 수익성 확보가 쉽지는 않은 게 현실. 그렇다고 충전소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민간에만 전량 맡기기에는 시장 확대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민간이 충전기 설치 뒤 운영까지 담당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2014년 5월 도요타 닛산 혼다 미쓰비시 일본정책투자은행 도쿄전력 주부전력 등은 1억엔을 출자해 일본충전서비스(NCS·Nippon Charge Service)를 설립했다. NCS는 충전인프라 설치를 확대하기 위해 충전인프라(급속, 보통)설치 희망자를 대상으로 공적보조금으로 충당할 수 없는 충전인프라 설치비용 및 유지비용 일부를 부담한다. 대신 NCS는 충전인프라 설치자로부터 장기간 독점이용권을 확보해 운용비를 충당한다.

충전소 부지확보와 수요·공급 미스매칭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주유소협회 측은 "친환경차 보급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이유는 없지만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전기차 충전 속도가 과거보다 빨라졌다고 하지만 휘발유나 경유 등에 비해 시간이 더 걸리고 부지 확보와 지역별 수요 미스매칭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이나 경기도 등 대도시 위주로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빠른 만큼 주유소 충전 수요가 많을 수 있는데, 문제는 이 지역 주유소들은 대부분 추가 부지 확보가 어렵다"며 "반면 지방에 있는 주유소들의 경우 부지 확보는 어렵지 않아도 수요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2017년부터 급속충전기 인프라 확대를 위해 정부가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국민 세금을 언제까지나 쓸 수는 없다"며 "급속충전기 가격이 점차 떨어지고 있고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으니 상황은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급속충전기 초기 구축 단계에서는 민간에서 수익이 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 물량을 줄여나갈 것"이라며 "구축한 충전 인프라도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을 부처가 합동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사회, 무공해차 전환 길을 묻다" 연재기사]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김아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