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상 문제법안 통과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해야"

입지 못박고 예타 면제, '김해신공항 중단'까지 담아

조응천 여당 간사 "위헌 소지 법률 심의, 마음 불편"

김해 신공항 대신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 사업의 절차, 행정적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법안이 만들어질 경우 담당 공무원들에게 책임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이 발견돼 국토교통부에서 '책임회피'를 위한 별도의 법률검토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월성원전중단'사태로 번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특혜' '편법' '위헌' 가능성에 암묵적 동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해야 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입지선정 등을 담은 특별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는 책임문제 해소를 위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가덕도 신공항 건설촉진 특별법안)에 김해신공항 사업 중단 문구를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사전타당성조사, 예비타당성조사, 환경평가 등을 거치지 않은 채 공항 부지를 '가덕도'로 못 박은 특별법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담은 데 이어 명확한 근거 없이 '김해신공항 사업 중단'까지 포함시킨 셈이다. 야당은 행정부가 할 일을 입법부가 떠안은 것에 강하게 반발했다.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 신속제정 촉구 회견 |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왼쪽부터), 이철우 경북지사, 권영진 대구시장,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구경북신공항특별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지난 19일에 열린 국회 국토위 국토교통법안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국토부는 법무법인 동헌에 법률자문을 의뢰, 지난달 25일 결과를 받았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문결과를 보고는 "'김해신공항 추진에 이미 상당한 예산이 들어갔기 때문에 국토부는 김해신공항 검증위의 검증 결과에 따라 보완하면 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김해신공항이 백지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지 선정 등 절차상 문제가 있는 본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주장할 필요가 있음' 이렇게 써 놨다"면서 "정부에서는 지금 가덕도신공항법을 찬성하는 거냐 아니면 반대하는 거냐"고 따졌다. 손명수 국토부 2차관은 "절차적, 행정적 문제점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다"며 "입지선정 절차를 특별법에 규정하고 있는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명확한 의사표시 안 하면 성실의무 위반" =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 역시 자문결과 자료를 토대로 "월성원전 폐쇄 건과 같이 이 입법 과정에서 국토부 공무원들의 법적 책임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그 자문을 얻었는데 그 법인에서 답을 주기를 '여기에 대해서 국토부 나름대로의 명확한 의사표현이나 이런 것 없이 결정이 진행될 때는 공무원의 성실의무에 위반된다'라고 그 법인이 답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손 차관은 "(김해신공항 사업) 폐기를 하려면 충분한 근거와 이유가 있어야 된다"면서 "(김해신공항에 대한) 총리실 검증 결과에 따라서 후속조치를 하기 위한 행정절차는 진행 중에 있다.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놓은 상태"라고 했다. 법제처의 유권해석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고 그 결과에 따라 김해신공항 사업 백지화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고 나면 주무부처로서 이 법의 집행 책임이 생기고 주무부처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사타(사전타당성조사)"라며 "그런데 김해신공항이 살아 있으면 가덕도신공항의 사타가 어떻게 진행되겠느냐"고 했다.

따라서 국토부는 김해신공항 사업 중단 없이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법을 통해 '김해신공항 사업 중단'을 명시해달라고 주문했고 야당은 이를 "행정부의 일을 입법부에 떠넘긴다"며 김해신공항 사업에 대한 평가 결과를 놓고 대통령이나 국토부장관이 '중단 선언'이라는 행정행위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국토부 공무원들에게 나중에 법적인 책임이 돌아갈 수도 있는 그런 위험이 있을 수가 있다"며 "김해신공항으로 열심히 하다가 정치권의 결정에 의해서 180도로 돌았는데 갑자기 위험에 노출되게 되니까 보호장치 정도는 우리가 만들어 줘야 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에서 간곡히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고 호소했다.

결국 법안에 다소 애매하게 '김해신공항 사업 중단'을 담기로 했다. 부칙 제2조에 '법 시행을 위한 준비행위'라는 제목을 달고는 '국토교통부장관은 이 법 시행 전에 권역별 공항개발 방향이 가덕도신공항의 위계 및 기능과 중복되는 내용이 없도록 추진 중인 공항개발사업 계획을 대체하여 공항시설법 제3조에 따라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고 했다. '김해신공항' 대신 '추진 중인 공항개발사업', '중단' 대신 '대체'라는 표현으로 취지를 숨겨놓기로 한 것이다.

◆"일반법과 거꾸로 간다" = 여당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강제하는 방법을 모색했으나 묘수를 찾지 못해 임의조항으로 넣었고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도 기획재정부 장관 판단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반드시 국무회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진성준 여당 의원은 '국무회의 통과'가 필수사안인지를 수차례 물었고 시행령 등을 내세우며 '관행'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반드시 국무회의를 통과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예타 면제 조항은 '기재부 장관이 필요할 경우 신속하고 원활한 공항 건설을 위해 국가재정법 제38조 1항(예타 의무조항)에도 불구하고 면제할 수 있다'고 넣었다.

조응천 여당 간사는 "이 법을 심의하는 내내 굉장히 불편함을 금할 수가 없다"며 "이 공항의 입지가 선정이 되고 또 법의 내용이 일반적인 공항시설법하고는 거꾸로 지금 가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말 정신 못 차리게 가덕도로 막 몰려왔다. 정치권에서 그렇게 몰고 왔다. 여당에서 먼저 그랬고 그다음에 야당도 그렇게 했고 결국은 제1당, 제2당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적으로 가덕도로 공약을 내세우고 결정을 내 버렸다"며 "과연 이게 맞느냐, 맞느냐 갸우뚱거리다가 결국은 1, 2당이 다 그렇게 하니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구나라고 해서 승복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래서 위헌 소지가 있는 법률을 이렇게 계속 만들고 심의를 하다 보니까 마음이 불편한 것"이라고도 했다.

["4.7 재보선 앞 쟁점 진단"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