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여당 비판하면서 '정권교체' 원치 않아

기권 가능성 높아 … "박빙승부면 투표장 나와"

4.7 재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정의당의 지지층들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어느 정도나 지지할 것인지가 승패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빙이 예상되는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정의당 지지층이 투표장에 가느냐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정의당 지지층의 일부는 투표를 하지 않을 수 있지만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면 차선책을 선택하기 위해 발을 옮기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새롭게 진용을 갖출 정의당 지도부의 행보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고 변희수 하사에 대한 묵념하는 정의당 |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강은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세번째)과 참석자들이 고 변희수 하사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5일 정의당 당대표 후보로 나선 여영국 전 의원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여러 차례 밤샘 토론을 통해 비전 경쟁도 중요하지만 상처받은 당원들의 마음을 보듬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에 의견을 같이 했고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했다"면서 "민주당도 국민의힘과 같이 기득권이라고 할 수 있고 기득권과 비기득권 사이에서 정의당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재보궐선거만 봐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울에서 고층 아파트를 누가 더 높이 짓느냐, 부산에서는 누가 공항을 잘 짓느냐면서 토건사업에 주력하는 모습"이라며 "코로나로 힘든 대중을 묶어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여당에 비판적인 정의당 = 정의당은 지난해 조국사태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면서 당원들의 무더기 이탈을 겪어야 했고 진보진영의 '4+1' 연합으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만들었지만 민주당의 꼼수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교섭단체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후 정의당은 민주당에 비판적인 칼날을 세웠다. 부동산정책, 청와대 인사 등 구체적인 국정운영에 반기를 들었고 민주당이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는 것에 대해서도 강도높게 비난했다.

진보진영이면서 청와대와 여당에 맞서는 모습으로 정의당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생존전략'으로 이해된다.

이는 정의당 지지자들의 의식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2월 23~25일 한국갤럽이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재인 대통령 직무수행평가에서 정의당 지지층의 51%가 '잘하고 있다'고 한 반면 41%가 '잘못하고 있다'고 했다. 전체 평균(잘하고 있다 39%, 잘못하고 있다 59%)보다는 호의적인 평가지만 민주당 지지층(잘하고 있다 73%, 잘못하고 있다 22%)에 비하면 낮은 점수다.(표본오차 ±3.1%p, 95% 신뢰수준) 최근에는 가덕도 신공항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정부와 여당의 불도저 정책에 대해 비판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같은달 2~4일 조사에서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정의당 지지층 중 38%만 찬성할 뿐 45%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도 정의당 지지층의 52%가 정권유지를 원한다고 했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의견은 38%에 그쳤다. 정의당의 애매한 위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의당 지지층, 정권교체보다 정권유지 = 정의당 지지층들이 국민의힘 후보에 표를 줄 가능성은 낮다. 이들의 '반대'의사는 투표장에 가지 않는 것이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이미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고 앞으로 간격을 더욱 넓혀갈 가능성이 높다.

내일신문과 인터뷰한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과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교수도 '창의적이고 발랄한 정책', '과감한 정책'으로 진보정당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거대화되면서 우클릭하고 있는 민주당과의 확실한 차별화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석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의당은 우리의 삶과 미래를 옥죄는 불평등과 기후위기에 맞서 소수의 부유층과 특권층, 엘리트가 아닌 다수의 삶을 지키고 옹호하는 정당"이라며 "군소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나 모두를 위한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는 권력을 향해 전진하는 정당"이라고 했다.

여론조사전문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정의당은 민주당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고 간격이 좁혀들긴 어려워 보인다"면서 "일부 정의당 지지층들은 정의당이 후보를 안 낸 만큼 투표장에 안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이 정의당 지지층을 포섭할 계획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진 않다. 다만 진보와 보수 양 진영간 대결로 가는데다 박빙의 승부로 펼쳐진다면 '위기의식'에 의해 투표장으로 나오지 않겠냐는 기대만 있을 뿐이다. 여당 서울지역구 모 의원은 "정의당이 국민의힘 후보가 되는 것을 반대할 수밖에 없어 여당 후보가 질 것 같으면 나오지 않겠나"라며 "정의당과 손을 잡거나 끌어들이기는 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4.7 재보선 앞 쟁점 진단"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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