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고위원들 "당장 논의, 통과시켜야"

참여연대 "국회의원이 적용대상, 외면하는 것"

"진작 처리됐으면 LH직원 처벌 가능 여부 논란이 없었을 것이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8일 중앙선대위 첫 회의 일성으로 이같이 말하며 "국회가 빨리 이해충돌 방지법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에 빠진 LH직원들이 '직무와 관련한 정보 이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처벌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신 최고위원은 "이해충돌 방지법은 공직자 이해 충돌 방지를 위한 포괄적, 기본적인 법"이라며 "김영란법으로는 LH직원 사례처럼 비공개 정보로 사적 이익 추구 방지에는 무척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LH사태 방지특별법 등 개별법 특별법 접근에 앞서 기본법으로 이해충돌방지법 선행돼야 한다"며 "3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의 탐욕추구 방지법"이라며 "이해충돌방지법 통과로 공직자사회 부패가 크게 억제될 제도적 계기되길 바란다"고 했다.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 입법청원 위한 기자회견 |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공직자의 업무정보 이용한 부동산 투기 엄벌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 입법청원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 정의당 심상정 의원, 김남근 민변 개혁입법추진위원장,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양향자 최고위원도 "국민이 신뢰할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며 "수년간 계류 중인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의 면밀하고 조속한 검토가 그 시작"이라고 했다. "이 법에는 사적 이해관계 신고 의무화 및 직무 회피제도, 직무상 비밀 이용 재산상 이익 취득 금지, 취득이익 몰수 및 추징, 공직자 직무 관련 외부활동 제한 등이 담겨있다"면서 "바로 논의에 착수하자"고 했다. 그는 "이 법은 공직사회의 불가역적인 양심화와 도덕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안 상정에도 8개월 걸려 = 민주당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역시 이해충돌방지법을 찬성해왔지만 지금껏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 4개(정부, 유동수, 이정문, 박용진)와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및 윤리에 관한 법률안(심상정) 1개 등 모두 5개의 관련 법률안이 제출돼 있다. 정부가 21대 국회가 시작한 직후인 지난해 6월에 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9월, 박용진 의원과 이정문 의원은 10월과 11월에 제출했다. 하지만 모두 지난달 24일에야 처음으로 법안소위에 상정됐다. 하지만 법안소위 심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유동수, 이정문, 박용진 의원 등 대표발의자는 모두 법안소위 위원들이었지만 이해충돌방지법안 심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법안소위 위원장은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다.

제정법임에도 불구하고 공청회 일정마저 잡지 않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8년 전인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처음으로 제출했으며 이후 임기만료 폐기를 반복했다. 민주당 이정문 의원은 "2015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 당시 부정청탁금지와 함께 이해충돌 방지 규정 입법화가 추진되었지만, 국회 논의과정에서 모호성 등의 이유로 결국 무산됐다"며 "그러나 공직자 직무수행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부패행위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이해충돌방지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이해충돌방지법의 제정이 무산된 이유는 입법기관인 국회가 법 제정의 책임을 방기했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비협조를,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소극적인 태도를 탓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의원이 자신도 적용대상인 이해충돌방지법안에 대한 심사를 논의할 의지도, 법을 제정할 의지도 없어 외면하거나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후처벌'보다 '사전 예방효과' 중심 =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은 '사전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은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가 관련돼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고 소개하면서 "부패행위 발생 이전에 이해충돌 상황 자체를 규제하기 위한 사전 예방 수단인 이해충돌방지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이해상충 문제를 명시해 공직자들이 '관행' '도덕적 해이'에 의한 범죄를 막으려는 의도다.

이 법은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 직무수행의 제한, 공직자의 직무관련 외부활동 금지, 직무관련자와의 거래 신고, 가족 채용 제한, 소속 공공기관 등과의 수의계약 체결 제한, 공공기관 물품 등의 사적사용 금지, 직무상 비밀이용 금지 등이 들어가 있다. 직무상 비밀이용 금지 규정에서는 '직무상 비밀'이 핵심 쟁점이다. 정부 법안 검토보고서에서는 "단지 공직자가 소관하고 있는 업무 중 법령에 의해 비밀로 규정된 '법령상 비밀'의 범위에 그치지 않고 다른 공공기관 또는 법인이나 개인의 업무와 관련된 것이라 하더라도 직무수행 중 알게 된 것을 포괄한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LH의 직원이 벌인 부동산투기 사례를 들며 "'직무상 비밀'이 아니라 '직무과정에서 알게된 미공개 정보'에 대한 이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직무상 비밀'이 아니더라도 공직자는 그 업무의 특성과 종류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거나 생산한다"면서 "'직무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 공직자 뿐 아니라 제3자도 함께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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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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