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도서관에도 유독 힘겨운 한 해였습니다. 도서관들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임시휴관과 재개관을 거듭하는 가운데, 그에 대응하는 새로운 도서관 서비스를 빠르게 개발하고 시행해야 했습니다. 2021년은 이를 바탕으로 도서관들이 새로운 서비스로 도약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일신문은 5일 이진우 성북문화재단 도서관사업부장·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 재난상황에서 문화기반시설인 도서관의 사회적 역할과 비대면 서비스를 위한 조직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들었습니다. <편집자주>

■코로나19로 문화기반시설들이 제대로 문을 열지 못했다. 

이진우 성북문화재단 도서관사업부장·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 사진 이의종

국가재난상황에서 도서관의 역할이 정립되지 않았고 이는 공공도서관 현장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도서관이 문을 여는지, 대출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등에 대해서만 관심이 모아졌다. 실제로 각 도서관 현장에서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 도서관의 역할을 확장해가는 다양한 활동이 이어졌다.

전자책 오디오북 등 전자자료의 확대에서부터 전시 독서모임 북콘서트 등 그간 도서관에서 이뤄졌던 행사와 프로그램들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이제는 도서관계가 국가재난상황에서 도서관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규정하며 나아가 이를 선언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 중에서도 정보서비스가 눈에 띄었다.

재난상황에서 공공도서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도서관 현장의 고민이 지역사회와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서비스로 이어졌다. 지역별 각종 지원 정책이나 코로나19 정보 팩트체크, 집에서 즐기는 온라인 콘텐츠 정보 등을 사서들이 수집하고 가공해 지원했다. 도서관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도와 관심도 상당히 높았다.

특히 공공도서관은 지역에 밀착해 정보를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주민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우리 동네의 현안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보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내 기관과 단체, 주민들과 촘촘한 관계망을 형성해야 한다. 도서관을 거점으로 생산되고 유통되는 정보가 사람과 지역을 연결해 일자리 창출로, 창업으로, 개인과 지역, 사회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성북구립도서관이 개최한 작가와의 만남.


■전자책·오디오북 서비스를 보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은

도서관에서 전자자료 구입과 이용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상당히 많다. 전자자료는 도서관 시스템이 아니라 납품업체의 시스템으로 관리된다. 사서들이 이용분석을 토대로 전자자료를 구입할 수 없고 이용자들이 이용할 때도 별도의 앱을 깔아야 한다. 주제분류도 출판사의 것을 따르기 때문에 자료의 통합적 이용분석이 어렵다. 전자책 중에는 유료회원제로 운영되는 업체에는 납품되지만 도서관에는 납품되지 않는 자료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보다 적극적인 서비스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나아가 도서관 현장에서 제기되는 관련 의견들과 문제의식들을 전달할 수 있는 정책추진체계의 정립이 절실하다.

■공공도서관이 미디어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디지털 미디어가 우리의 일상에 중요하게 자리잡았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하지 않고는 일상적 소통이 어려운 사회가 됐다. 공공도서관은 주민들의 삶터 곳곳에 있을 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차별 없이, 문턱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고 우리 사회 취약계층이 디지털미디어에 쉽게 접근하고 배울 수 있는 적합한 곳이다.

특히 공공도서관은 디지털 미디어에 대해 기술적 접근뿐 아니라 사회를 읽어내고 사람과 소통하는 리터러시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책을 매개로 사람과 만나고 토론하면서 세상에 대한 통찰력과 사람에 대한 포용성을 높여갔듯이 디지털 미디어도 세상과 사람을 연결하고 소통하는 또 다른 매체이기 때문이다.

■서비스의 변화에 따라 공공도서관 조직도 변화하고 있나

온라인 활동으로 전환한 이후, 예산 시간 노동이 이전에 비해 몇배 더 많이 투자됐다. 개별 도서관들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온라인으로 공유되는 콘텐츠를 도서관마다 개별 제작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계속됐다. 이는 개별 도서관만의 노력으로는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역부족이며 개별 도서관 중심의 조직체계도 변화돼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성북구의 경우, 개별 도서관을 넘어 구립도서관 전체를 관통하는 현안별 실무협력체계를 조직했다. 담당 사서들이 주체가 돼 도서관별로 개별적으로 했던 활동을 공동으로 하기 위한 내부 체계를 만들었다. 광역 단위, 국가 단위에서도 변화가 필요한 지침, 법, 제도 개선을 위해 도서관 현장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체계를 만들었으면 한다.

["도서관, 비대면 서비스의 도약" 연재기사]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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