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교육의 핵심은 책에서 재미를 얻는 것이다. 한번의 재미있는 책읽기 경험은 앞으로 독서력을 책임질 바탕이 된다. 학교 수업시간을 통해 이루어지는 '한 권 읽기'는 학생들에게 완독의 성취감과 함께 독서의 매력을 알게해준다.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이사를 하게 됐어요. 내성적인 성격 탓에 낯선 곳에서 모르는 친구들과 지내는 게 너무 힘들었죠. '왕따'와 '은따'로 1학년을 보냈고 날 이런 상황에 놓이게 만든 부모님을 원망했고 갈등도 깊어졌어요. 그러다 학교 국어시간 한 학기 한권 읽기에서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를 만났어요." 서울 A중학교 2학년 이소은(14) 학생의 말이다.

"주인공 다현이가 꼭 저 같더라고요. 다현이가 아픔을 직시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지켜내는 모습이 큰 힘이 됐어요. 한권 읽기 수업이 아니었다면 이런 소중한 경험은 결코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선생님은 이소은 학생에게 다음번에 읽을 책도 추천해주었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로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다고 한다.

한 권 읽기는 학생들에게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게 아니다.

"요즘은 책 말고도 재미있는 게 많잖아요. 스마트폰 컴퓨터 텔레비전 등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자극적인 영상 매체들이 아이들과 너무 가까이 있죠. 바꿔 말하면 책이 파고들 자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중1 자녀를 둔 오현지(43·서울 강남구 도곡동)씨의 말이다.

오씨는 "초등학교까지 그나마 독서를 하던 아이가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책과 작별을 고했다"며 "어휘실력이 떨어짐은 차치하더라도 자신만의 철학이 없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될까 두려웠다"고 말한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도서 '생각의 진화'를 국어 시간 한 권 읽기에서 진행한다고 안내문이 왔다. '설마 애들이 이 책을 다 읽겠어?' 그랬는데 한번에 다 읽지 않고 조금씩 나눠서 읽고, 친구들과 함께 읽으니 한 학기 동안 거부감 없이 완독했다.

"요즘은 '엄마, 볼테르는 자유를, 루소는 평등을 중시한 거 알아?'하며 아는 척도 하고 수학 교과시간에는 '박사가 사랑한 수식'도 읽고 있어요. 한 권 읽기 정말 칭찬하고 싶습니다."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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