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성추행 후 후보 사퇴한 정의당의 맹공

징계·사퇴 등 피해자 직접 요구 여전히 남아

여권 "어떻게 할 수 있나" 해법 '오리무중'

더불어민주당이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의 원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이후 무공천 당헌에도 불구하고 공천을 강행한 후과가 선거 막판에 쟁점으로 부상했다.

18일 고민정 여당 서울시장후보 대변인이 "저의 잘못된 생각으로 피해자에게 고통을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박영선 캠프 대변인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고 의원은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불러 2차 가해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자회견 나선 국민의힘 중앙여성위원 | 국민의힘 중앙여성위원회 위원들이 18일 오후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사퇴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이에 앞서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는 "사실의 인정과 멀어지도록 만들었던 피해호소인 명칭과 사실 왜곡, 극심한 2차 가해를 묵인하는 상황들, 처음부터 모두 잘못된 일이었다"며 "잘못한 일들에 대하여 진심으로 인정하신다면 용서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본래 선거가 치러지게 된 이유가 많이 묻혔다고 생각을 한다"며 "저의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오히려 저를 상처주었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저의 자리로 되돌아 갈 수 없을 것이란 두려움이 든다"고 했다. 또 "구체적 사과의 방법으로 민주당에서 할 일들이 너무 많다"며 "저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명명했던 그 의원들에 대해 직접 저에게 사과하도록 박영선 후보님께서 따끔하게 혼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가 있어야 한다"며 "남(인순) 의원이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했다.

민주당 중앙선대위 신영대 대변인은 같은날 늦게 "다시 한 번 피해자 분께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며 "더 이상 이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다. 박영선 후보는 "제가 진심으로 또 사과 드리고 용서도 받고 싶다"며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고 했다.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 및 원내대표는 "다시 한번 당을 대표해서 피해자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당 소속 모든 선출직 공직자와 구성원의 성인지 감수성 제고를 위한 실질적 방안 마련, 성 비위 무관용 원칙으로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했다. 진선미 의원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의원 사퇴'를 요구한 남인순 의원 역시 박 후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자리에서 물러났다. 남 의원은 "피해자에게 고통을 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하고 피해자가 일상생활을 회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진 의원은 "이제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한다"며 "온전히 일상이 회복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했다.

피해자의 요구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는 과거 이낙연 민주당 대표 등의 사과에 대해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 명확하게 짚어주지 않았다"며 "지금까지의 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였다"고 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피해호소인'이라고 한 것은 당시 확실하게 확인된 후에 명칭을 붙이자는 것이었을 뿐"이라며 "민주당이 공천까지 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과 함께 당대표 성추행으로 이미 출마선언한 후보들마저 사퇴시킨 정의당, 여성단체, 진보진영 등에서 포화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보수진영의 비판 외에 진보진영의 분열 가능성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재보선이 진보-보수진영의 총력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진보진영의 이탈표가 많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공천을 비판해왔던 정의당은 "어떻게 (짐을) 짊어지겠다는 것인지 당 차원에서의 명확한 입장을 내놓으셨어야 한다"고 했다. "피해자에게 사과는 했으나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며 "당내 정치인들에 의해 비롯된 문제들에 대해서도 없는 일 마냥 취급했다. 진정성도, 후속조치도 없는 텅빈 사과였다"고 했다.

피해자는 "저의 말하기 시기는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이제 그분들이 조치하고 행동하셔야 될 때라고 생각을 한다"라고 했다. 피해자가 스스로가 아닌 대리인의 통해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당이 이번 보선에서 점수를 깎아먹고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4.7 재보선 앞 쟁점 진단"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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