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성·전문성 갖춘 외부기관 평가 중요해져

우후죽순 ESG 기준, 원칙·표준화 필요성 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경영과 금융투자에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ESG 인증과 평가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등 국제기구는 ESG시장 발전을 위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기관의 평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비재무정보 회계와 신용등급 기준마련에 나서고 있다. ESG 공시나 리스크 관리, 재무, 감사 등의 역할과 금융상품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회계법인, 신용평가사들은 ESG 전담조직을 만들어 기업 컨설팅과 함께 인증·평가 사업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표준화 작업 진행 중 =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ESG 금융상품과 함께 ESG 인증 및 평가, 공시기준 또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ESG의 기준만 해도 ICMA와 GBP(녹색채권원칙)·SBP(사회적채권원칙) 등의 채권원칙과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CFD),미국 회계기준위원회(FASB) 등 여러 국제기구에서 발표한 내용들이 있다. 이에 지난해 9월 지속가능 보고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글로벌 지속가능 보고서 이니셔티브(GRI)와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 기후공시표준위원회(CDSB), 국제통합보고위원회(IIRC), 탄소정보 공개 프로젝트(CDP) 등 5개 국제기구는 서로 합의해 공시 기준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들 기관은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신뢰성 있고 비교 가능한 글로벌 표준 비재무정보 구축에 협력하며 글로벌공시기준, 손익계산서 등 재무제표 개념을 새로 정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62개국의 600개 글로벌기업, 자산운용사, 연기금, 증권사, 보험사 등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ICMA는채권 발행시장 및 부채자본시장에 대한 시장관행, 규제, 원칙, 무역규정 등을 만들며, 특히 전 세계 ESG채권(녹색채권·사회적채권·지속가능채권)의 발행기준 원칙을 제정하고 있다. 기업이 ESG채권을 발행하려면 ICMA의 채권 원칙에 반드시 부합해야한다.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녹색채권 안내서도 ICMA 기준에 따르고 있다. ICMA는 5월에 GRP(플라스틱 폐기물 저감 가이드라인) 인증 발표, 상반기 중에는 기업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및 회계기준 국제기구와도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제회계기준(IFRS)을 제정한 국제회계기준위원회( IASB)는 올해 1월 지속가능성 표준위원회(SSB) 를 출범시켜 새로운 ESG 회계 기준을 제정하겠다고 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등 학계와 회계산업은 SSB 설립지원을약속했다. 한국기업들은 2011년부터 IFRS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IASB의 ESG 회계표준이 제정되면 이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IFRS 재단의 접근법이 실행 가능성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며, 글로벌 회계기준이 수립되기 전까지는 TCFD 및 SASB 공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ESG 활동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경영지수와 도구도 SDGBI(UN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 MSCI(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날) ESG 지수, 서스테이널리틱스의 ESG 지수, ISS(투자의결권자문사)의 '퀄리티 스코어' DJSI(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등이 있다.

◆회계법인 ESG 종합 컨설팅 제공 = 지난해 9월 WEF(세계경제포럼)은 글로벌 빅4 회계법인(딜로이트, EY, KPMG, PWC)과 함께 'ESG 보고 간소화'를 위한 표준화 된 ESG 기준을 구성 발표했다. WEF와 빅4 회계법인의 ESG 핵심측정지표는 섹터와 국가에 걸쳐 일관된 기준으로 기업의 주간 연간보고서에 반영되는 것을 목표로 4개 분야, 21개 이상의 핵심(Core)지표, 34개의 확장지표로구성되어있다. 국내 회계법인들 또한 ESG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처음 ESG 전담 팀을 신설한 회계법인은 삼정KPMG이다. 삼정KPMG는 지난 2008년부터 ESG 종합 컨설팅을 제공하며 400여건의 인증과 6000여개 기업 사례를 쌓아왔다. 현재 삼정KPMG ESG 전담팀은 ESG 관련 벤치마킹, 경영전략 수립, 신상품 도출, 성과관리, 채권·보고서 인증 등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삼정KPMG은 기존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감사보다 정량정보 기준을 높인 새로운 ESG 감사방안 준비하고 있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지난 2017년부터 리스크자문본부 산하에 지속가능전략팀을 두고 있다. 지속가능전략팀은 기업의 책임경영에 대한 ESG 자문 서비스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전략 수립을 위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이달 초에는 한국 딜로이트 그룹은 ESG와 관련된 산업과 기업의 위기 요소 전망과 선제적 대응 전략 제공을 위한 'ESG경영 전문 센터'를 발족시켰다. ESG센터는 향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등을 포함한 ESG 공시나 투자자 소통, ESG 전략·관리 체계 수립 등의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경영전략과 리스크관리, 재무, 감사 등 각종 영역의 전문가 20여명으로 구성됐다.

삼일회계법인은 작년부터 ESG 플랫폼을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ESG 경영을 위한 이사회의 역할로 전략·리스크·내부통제·공시 측면의 관리를 주문하는 등 실무자를 위한 연구사업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법인 EY는 지난해 세계 30개 기업의 '지속가능성 임원(CSO)'으로 구성된 S30(Sustainability 30) 협의체 발족에 참여했다. EY는 다보스포럼(WEF)의 비재무정보 공시, ESG 측정지표 등의 개발 및 표준화 작업에도 참여한다. 아울러 올해는 업계 최초로 '탄소 네거티브' 액션 플랜을 발표해 202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평사, ESG 인증·등급부여 … 사후관리도 =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작년부터 ESG 인증 평가방법론을 발표하며 ESG인증 사업에 뛰어들었다. 신평3사의 ESG인증 평가는 ESG채권 시장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외부검증 프로세스를 발전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평사들은 그동안 회계법인이 진행해오던 '검증'의 형태에서 '인증' 및 '평가 등급부여'형태로 평가를 진행하며 외부 검증 방법의 다양화하고 질적 평가를 한다는 계획이다.

검증이란 회계감사기관 등 자격요건을 갖춘 기관으로부터 자체적인 판단기준과 절차에 따라서 프로젝트의 적정성 유무를 평가받는 것을 말한다. 인증은 신용평가기관 등과 같이 자격요건을 갖춘 기관으로부터 정해진 가이드라인이나 프로세스에 맞춰서 프로젝트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이에 따른 인증 및 등급을 부여한다.

신평3사가 발표한 ESG인증 평가방법론은 큰 틀에서 ICMA의 그린본드원칙(GBP)과 LMA의 그린론원칙(GLP)을 평가기준의 큰 틀로 정하고, 환경부의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만들어졌다. 다만 평가 방법은 신평사마다 다르다.

가장 먼저 ESG인증을 시작한 곳은 한국신용평가다. 한신평은지난해 6월 ESG인증 평가를 발표하고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한기평과 나신평은 지난해 연말 ESG인증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신평은 평가절차 마지막 단계에서 '발행사의 환경·사회 공헌 활동'등을 평가항목에 포함시켰다. 성호재 한신평 연구위원은 "ESG가 기업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점점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신용평가방법론과 평가의견에서 ESG가 독립된 평가요소의 하나로 다뤄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달 초 'ESG 평가센터'를 설립했다. 기존 사업가치평가본부 내 팀 단위로 운영되던 ESG인증평가팀을 센터로 승격시킨 것이다. 한기평은 '발행사의 ESG내재화 수준'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이전의 검종 개념에 금융상품 발행사의 ESG 내재화 수준이라는 평가 개념을 일부 접목시켜 외부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이 기준에 부합 여부와 정도에 따른 의견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또 한기평은 최근 ESG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그린워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발행사가 조달자금을 당초 계획에 따라 적절히 운영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후관리(정기·수시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김영규 한기평 ESG 인증평가팀 팀장은 "ESG 인증평가는 ESG 관련 상품의 현 위치를 알려주어 발행기업에는 사회적 평판 및 자금시장 접근성 등을 제고할 수 있는 개선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자에게는 ESG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SG 그린워싱 막아라"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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