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포함 이틀간 선거구 어디서나 가능

21대 총선 22% "투표결정 당일이나 1~3일 전"

갈수록 더해가는 사전투표 위력이 4.7 재보궐선거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지난해 치른 21대 총선에서는 실제 투표자의 절반 가까운 유권자들이 사전선거를 통해 표심을 표했다. 재보궐선거 투표일이 휴일로 지정되지 않은 반면 사전투표일은 이틀이고 사실상 휴일인 토요일이 들어가 있는데다 재보궐선거가 이뤄지는 서울 부산 등의 선거구에서 어디서든 투표가 가능하다는 편리함으로 유권자들이 많이 찾는다는 분석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투표용지 인쇄 | 29일 부산 부산진구에 있는 한 인쇄소에서 부산시선관위가 부산시장 보궐선거 투표용지를 인쇄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30일 선관위에 따르면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일은 4월 2(금)~3일(토)이며 투표시간은 오전 6시~오후 6시까지다. 사전투표소는 재보궐선거 실시 지역의 읍면동마다 1개소씩 모두 722개소에 설치된다. 재보궐선거 실시 지역의 사전투표소 어디서든 투표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일에는 반드시 지정된 투표소에서만 투표해야 하며 투표시간은 오전 6~오후 8시까지다.

2013년부터 도입된 사전투표의 투표율은 정규선거인 2014년 지방선거 11.49%, 2016년 총선 12.19%에서 2017년 대선(26.06%), 2018년 지방선거(20.14%), 2020년 총선(26.69%)에서는 20%대로 올라섰다.


◆"사전투표, 편의투표 방식으로 작동" = 전체 투표수 대비 사전투표수를 보면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은 20% 초반대에 머물렀지만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33%수준까지 올랐고 지난해 총선에서는 40%대로 뛰었다. 전체 투표자들 중에서 사전투표를 이용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는 셈이다.

또 자신의 지역구 내인 관내와 지역구 밖인 관외 투표자로 나눌 경우 지난해 총선에서는 관내 사전투표자가 전체 사전투표자의 76.8%에 달했다. 4년전 20대 총선보다 10%p이상 높아진 수치다. 2014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20%p 이상 상승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관내사전 투표율이 사전투표율 상승을 견인하였다는 점에서 사전투표가 오늘날 한국 선거에서 이전의 부재자 투표와는 분명 다른 성격의 편의투표 제도로서 작동해오고 있음을 예측하게 해준다"고 했다.

21대 총선과 같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치러지는 만큼 비대면 상황도 사전투표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치학회와 한국정당학회가 조사전문업체인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총선 직후인 4월 16~5월 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44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대인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표준오차는 ±3.03%, 신뢰수준은 95%) 사전투표자 중 23.1%가 '코로나19의 감염위험'을 사전투표를 선택한 이유로 꼽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밀집 공간이 감염병 노출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다수의 유권자들이 선거 당일 투표 대신 2일 간의 투표일 분산으로 상대적으로 한산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전투표일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개인적인 사정이나 직업상의 이유로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울 것 같다'는 이유에서 사전투표를 선택한 응답자는 52.1%(39.9%+12.2%)에 달했다.


◆선거는 끝까지 가야 = 사전투표제 도입으로 전체 투표율 상승효과를 가져왔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전투표때문에 일부 계층의 지지를 받는 쪽에 유리하다는 것도 검증되지 않았다. 다만 사전투표는 본투표에 앞서 투표대상자를 결정하게 만든다. 그렇다하더라도 본투표 당일이나 투표 1~3일전에 누구에게 투표할 지 정하는 유권자가 적지 않은 만큼 선거는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1대 총선에서 투표당일에 투표자를 선택했다는 대답이 13.3%였다. 투표 1~3일전이 9.4%였다. 3일 이내에 결정한 게 20%를 넘어서는 셈이다. 이중 사전투표 유권자는 투표당일(5.0%), 투표 1~3일전(5.5%)에 표심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달 이상 전에 확정했다는 대답은 21.6%였고 한달경 15.4%, 2주전 20.7%, 1주전 19.6% 였다.

박빙의 승부가 이뤄질 경우엔 '사전투표' 이후에 발생하는 변수에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본투표에서 투표 당일이나 투표 1~3일 전에 찍을 후보자를 선택한 비율은 전체 본투표자 중 16.6%, 10.9%였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사전투표율이 높아지는 등 영향으로 전체투표율은 광역단체장을 뽑았던 재보궐선거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인 50%대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투표할 대상자들을 다른 때보다 빨리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막판까지 항상 변수는 남아 있는 게 선거"라고 했다.

["4.7 재보선 앞 쟁점 진단"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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