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CFD 계좌 1만개·거래잔액 3조원 늘어나

대규모 손실 일으키는 '빚투' … 증시 뇌관 '우려'

대형증권사들의 차액결제거래(CFD) 시장 진출이 본격화됐다. CFD 거래를 할 수 있는 전문투자자 수가 급증한데다 이달부터 CFD 계좌에 대해 양도소득세 부과가 시작되면서 초대형 증권사들도 본격적인 서비스 경쟁에 나섰다.

문제는 CFD가 실제 투자상품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상품의 가격변동에 따른 차익을 얻는 '빚투'라는 점이다. 종목에 따라 최대 10배 레버리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원금 이상의 대규모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근 뉴욕 증시에서도 레버리지 상품의 대량 매매가 증시에 큰 충격을 줬다. 한국계 펀드매니저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마진콜 사태다. 아케고스가 고 레버리지를 위해 CFD를 활용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CFD거래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월평균 CFD 거래대금 3.3배 급증 =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CFD 월평균 거래대금은 2조6220억원으로 전년 8047억원보다 3.3배 급증했다. 증권사의 CFD 영업 확대, 개인 전문투자자 증가, 증시 호황 등이 맞물린 결과다. 2019년 11월 제도 개선으로 전문투자자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그해 말 3000명대이던 전문 투자자는 올해 2월 말 기준 1만1720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CFD 투자자는 2019년 576명에서 작년 말 기준 2083명으로 3.6배 늘었다.

지난 한 해 동안 국내 CFD 계좌 잔액은 3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금융감독원과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CFD 계좌 잔고는 지난 2월 말 기준 4조380억원에 달한다. 1년 전 1조1385억원보다 2조8995억원(255%) 증가했다. CFD 계좌 수는 지난 2월 말 1만4883개로 1년 전 4236개보다 1만647개(251%) 늘었다. 하루 평균 거래 대금도 같은 기간 852억원에서 3950억원으로 363%나 급증했다.


CFD 서비스를 취급하는 증권사는 8개사로 늘어났다. 교보증권, 키움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DB금융투자, 삼성증권 등 8개사다. 삼성증권은 CFD에 양도소득세가 부과되기 시작한 지난 1일부터 CFD 서비스를 시작했고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CFD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CFD 서비스가 증가하는 이유는 이달 1일부터 정부가 CFD 계좌에 양도세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0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다른 파생상품과 마찬가지로 CFD를 통해 발생한 소득에도 11%(지방소득세 포함) 세율이 부과된다.

그동안 대형증권사들은 CFD 거래가 '세금 회피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본격적으로 도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달부터 CFD 계좌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면서 머뭇거리던 증권사들이 CFD 서비스에 적극 나서게 됐다. 여기에 오는 5월부터 공매도가 재개되면 CFD를 통한 공매도(매도 진입)도 가능해지며 시장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높은 매매수수료에 양도세가 더해질 경우, 국내주식에 대한 CFD의 효용성은 예전보다 다소 낮아질 것"이라면서도 "해외주식 양도소득세율의 절반으로 해외주식에 대한 레버리지투자가 가능하다는 점과 양도세 절세가 가능하다는 점은 금융비용을 고려하더라도 CFD를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1억으로 10억 주식 사고 팔 수 있어 = CFD는 실제로 주식 등 투자상품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상품의 가격변동에 따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증권사에 증거금을 맡기면 주식 등 투자 상품을 실제 보유하지 않고도 가격 변동에 따라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 거래는 전문투자자들이 주로 활용하는데 투자자가 일부 증거금을 증권사에 맡기면 이를 담보로 레버리지를 일으킨 후 주식을 사는 방식이다. 매매로 인한 수익은 투자자의 몫이지만 중개 수수료와 이자는 증권사가 가져가는 구조다.

CFD 계좌는 레버리지(지렛대)를 활용해 증거금의 최고 10배까지 주식을 살 수 있어 투자자들은 낮은 증거금으로 높은 레버리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또 주가 하락 구간에서도 매도 포지션을 구축해 헤지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어 최소 10%에서 100%의 증거금을 활용해 양방향 포지션 진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CFD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규모는 증거금을 초과할 수 있어 원금 손실 등 대규모 투자 손실이 이어질 수 있다. 증권사는 시장 마감 기준 종가로 보유포지션을 평가해 추가 증거금 납입을 요청할 수 있으며, 추가 증거금 미납 시 반대매매를 집행해 계약을 강제 청산할 수 있다. 주가가 급락시 증권사는 투자자가 산 주식을 반대매매로 정리하고 이런 반대매매는 주가하락 폭을 더 키우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때문에 시장 급변동시 투자자는 큰 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지만 대규모 투자손실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영국 금융감독당국인 금융행위감독청(FCA)가 CFD 거래에 대한 샘플 분석을 한 결과, 82%의 투자자가 손실을 봤다는 통계도 나온다.

장효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CFD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CFD에 대한 세부적 규제 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CFD는 높은 투자 위험도로 인해 구체적인 관련 제도를 만들고 영업 행위, 위험 관리 등에 대한 세부적 지침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10배 'CFD' 독인가 약인가"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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