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사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 김 모씨는 A사 주가가 급락하자 A사 주가를 올리기 위해 시세조정 매수 주문을 내면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투자금의 10배까지 레버리지가 가능한 CFD거래를 이용했다.

#2. 호주에 있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애널리스트 여러 명은 B사 인수·합병 관련 미공개정보를 취득하고 사전에 B사 주식관련 CFD를 매수하여 매매차익을 취했다.

#3. 호주에 있는 데이 트레이더 C는 상장주식의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적은 금액으로 시세를 변동시킬 수 있는 CFD 거래를 이용했다.


CFD(차액결제거래)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사례들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해 말부터 시장 규모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CFD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여부에 대해 집중 심리하고 있다. 시감위 관계자는 "CFD는 손익정산을 위한 일부 증거금 납입만으로 주식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높은 레버리지 거래가 가능하고, 익명성을 악용한 미공개정보이용,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개연성 및 사례가 적발되고 있어 집중 심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CFD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적발 사례가 많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다수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빚투의 위험이다. 반대매매의 함정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다음달 3일부터 공매도가 부분적으로 재개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반대매매로 인한 추가 폭락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가 터지면서 빚투의 위험성은 한층 부각됐다.

한국계 펀드매니저 빌 황이 이끄는 '아케고스 캐피탈'은 총수익스와프(TRS), CFD 등의 파생상품 계약을 통해 막대한 레버리지를 안고 일부 종목에 투자를 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아케고스와 최소 8개 이상의 주요 투자은행들은 중국 기술주 및 미국 미디어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최대 500억달러 규모의 주식 장외파생상품 거래(주식스왑, CFD, TRS 등)를 체결했다. 하지만 아케고스가 주가 상승에 베팅해오던 종목들이 급락하면서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강제 청산)을 당했고, 대규모 포지션 청산이 일어났다.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의 문제는 과도한 레버리지 상품을 활용해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고, 주요 투자은행들은 수수료 수입을 위해 신용위험 관리에 소홀했고 거래 당사자들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도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아케고스는 최소 7배 내외의 레버리지를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아케고스가 통상적인 수준보다 더 많은 이자 및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투자은행들은 관련 신용위험을 과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번 사태의 경우 대규모 경기부양책, 백신 접종 확대 등에 따른 경기반등 기대로 부정적 효과가 상쇄되면서 아직까지 시스템 위험 우려는 제한적이다. 다만, 주가 조정 상황에서 유사 사례가 발생할 경우에는 시스템 위험을 촉발시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김 연구원은 "아케고스의 파산 결정시 잔여 거래 관련 대규모 주식 매도가 추가로 출회될 소지가 있다"며 "주식 장외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커지면서 의도적 투기공격 등으로 유사한 사태가 재연될 여지도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또 당초 예상보다 주요 투자은행들의 손실이 크게 증가할 경우 금융시스템 우려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내주식시장에서도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 손실이 커지고 있고, 오는 5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대형 증권사의 신규 시장 진입에 대한 우려는 상당하다. 국내 CFD 발행 잔액은 최근 1년 만에 4배 가까이 급증해 4조원을 넘어섰다.

["레버리지 10배 'CFD' 독인가 약인가"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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