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230개 답변, 6개 답변대기

참여연대 "무반응→무효능감→비참여→불신"

30일 내에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힘겹게 상임위에 올라간 국민동의청원이 푸대접 받고 있다.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소위나 청원소위에 넘겼지만 단 한차례의 논의조차 하지 않고 계류돼 있는 게 8건이다. 국민동의청원의 벤치마킹 대상인 국민청원과 비교해 문턱이 높은데다 반응도 느려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들어 상임위에 올라온 국민동의청원은 모두 11건이었으며 이중 3건은 처리됐고 나머지 8건은 계류중이다.

처리된 3건은 여가부 폐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 청원이다. 각각 지난해 7월 21일, 9월 21일, 10월 31일에 '30일내 10만명' 기준을 넘어 상임위에 회부됐다. 여성가족부 폐지 청원은 무려 7개월이 지나서야 본회의 불부의가 결정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 세월호특별법 개정 요구는 '본회의 불부의', '대안반영 폐기'를 결정하는 데 각각 3개월, 1개월 이상이 걸렸다.

계류된 법안들은 모두 소위 상정도 되지 않았다. 21대 국회 시작하자마자 법사위에 회부된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청원은 전체회의에 올라가지도 못했다. 전체회의에 상정돼야 법안심사소위나 청원소위에 넘겨지게 된다.

'지역의사제 관련 법안 제·개정 반대' 청원은 지난해 8월18일에 보건복지부에 올라간 후 석 달 만에 상정돼 소위로 넘겨지긴 했지만 소위에서는 현재까지도 방치 중이다. 8개월 이상 단 한차례의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계류돼 있는 청원들은 대체로 민감한 주제들을 담고 있어 다양한 유권자들의 표심을 의식해 논의를 빠르게 진행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계류 법안에는 지역의사제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와 함께 △태아 생명을 보호하는 낙태법 개정 △교육공무직원과 방과후학교·돌봄교실의 법적 근거 마련 △공무원·교원 정치기본권 보장 △낙태죄 전면 폐지 △4.16세월호 참사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 기록물 공개 △모든 노동자 근로기준법 적용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논의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어렵게 청원기준을 넘겨 올라온 것에 대한 효용성을 반감 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20대 국회에서는 7개 국민동의청원 중 5개를 '임기말 폐기'시키기도 했다.

애초 전자입법청원인 국민동의청원을 만들도록 자극했던 '청와대 청원'에 비해 문턱도 높고 처리속도도 너무 느리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원법 적용을 받지 않는 청와대 청원은 '실명 확인'이 불필요한 반면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청원뿐만 아니라 '동의 의견'을 표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청와대 청원은 4년 가까운 기간에 1억 9000만건이 넘는 동의를 얻었고 청와대 답변 기준(30일내 20만명)을 넘어선 게 236건에 달했다. 1년에 '5000만건의 동의, 57건의 기준 통과'를 이뤄낸 셈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기준을 넘어선 236건 중 답변이 완료된 게 230건이라는 점이다.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게 6건 뿐이다. '30일내 20만명 동의'를 달성한 후 한두달 안에 대부분의 답변이 청와대 비서관, 수석, 정부 고위관료의 직접 브리핑으로 청원인을 포함한 국민들에게 전달됐다.

청와대 청원을 만든 정혜승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뭔가 참여를 할 때는 내가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간다는 그런 효능감, 내가 뭔가 이 사회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데 기여했다는 그런 자부심 이런 것들을 가질 수 있도록 하려면 무조건 장관님이나 아니면 수석님, 비서관님 이런 분들 책임 있는 사람들이 영상으로 답변을 하셔야 한다고 했다"면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어렵다라고 또 자세히 말씀을 드리고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또 이렇게 하면 좋겠다, 혹은 시간이 걸린다, 기다려달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고 어쨌든 이게 소통 아닌가"라고 했다.

참여연대는 "시민들이 사회적 중요의제에 대해 국회를 대상으로 소통을 시도하는 일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국회의 시의성 있고 책임 있는 반응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며 "국민동의청원을 하더라도 반응이 없거나, 진지하게 고려되지 않는다는 사회적 판단이 형성되어 버리면 효능감이 낮아지고 낮아진 효능감은 참여저하로 나타날 것이며 결국 국회불신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위기의 '국민동의청원'"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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