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편리성으로 판매 증가 … 불법제품 유통, 하수처리 과부화 우려

'자원이냐 쓰레기냐'.

해묵은 논쟁거리인 주방용오물분쇄기(디스포저)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최근 코로나19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늘어나는 음식물쓰레기를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디스포저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하지만 디스포저는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여러 가지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불법 주방용오물분쇄기 사용으로 하수처리 과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 공공하수처리장 시설. 사진 이의종


◆인증받은 제품인 줄 알고 쓰다가 낭패 =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환경의 기본 철학상 고형물을 파쇄해서 물에 다시 녹이는 일은 없다"며 "하수처리를 할 때 물 안에 녹아있는 고형물을 걸러내지 않나, 파쇄한 고형물을 인위적으로 집어넣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하수처리장 반입농도가 일시적으로 뛸 때가 있는데, 이는 하수처리가 힘들어진다는 얘기"라며 "게다가 분리배출해서 음식물쓰레기 등을 자원화하기 위한 사회적인 노력에도 디스포저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각종 예산과 제도를 통해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작 한편에서는 그냥 갈아서 버리도록 한다는 지적이다.

사실 디스포저는 법적(하수도법 제33조)으로 금지된 지 오래다. 1990년대 금지된 디스포저를 2012년 이명박정부 시절, 환경부 고시를 개정해서 판매 및 사용을 허가했다. 법적으로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고시에 따라 인증 받은 제품은 판매가 가능해진 것이다.

디스포저 인증과 KC안정인증 2가지를 모두 받은 제품의 경우 △하수도법 제2조 제15호에 의한 하수처리구역내 일반가정 △하수처리구역외 지역 중 개인하수처리시설(오수처리시설만 해당)이 설치된 일반가정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한국물기술인증원에 따르면 디스포저 인증유효 제품은 약 100여개(4월 23일 기준)다.

인증 받은 디스포저를 사용할 경우 반드시 음식물찌꺼기의 20% 미만만 하수도로 배출해야 한다. 하지만 음식물찌꺼기의 100%를 하수도로 배출하는 불법 개·변조 제품들이 유통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게다가 이런 제품들이 불법인지도 모르고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있어 억울하게 피해를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불법 디스포저 판매·사용시 제조·수입·판매자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2000만원을, 사용자는 과태료 100만원 이하에 처한다.

◆20대 국회에서 논의, 해결책 못 찾아 = 문제는 이미 정부가 합법적으로 디스포저 사용을 인정한 만큼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디스포저 문제는 20대 국회 때에도 논의가 되었지만 특별한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다.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은 2019년 열린 국정감사에서 "디스포저 사용시 서울만 하더라도 하수처리장이 지금의 2배 정도 늘려야 할 정도로 많은 부하가 생기는 만큼 다시 살펴보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21대 국회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지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전북 정읍시고창군)은 디스포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4일 서울 켄싱턴호텔에서 열리는 관련 토론회에 대해 업계 반발이 거세다. 업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답정너'식의 토론회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단체 행동에 나서고 있다.

4월 30일 주방용음식물분쇄기협회 및 10만사업종사자들은 "합법적 산업을 망가뜨리려는 환경부의 맹성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디스포저는 2012년 환경부에서 만든 제도에 의해 인증을 받으며 합법적으로 시작된 사업"이라며 "사업자 및 종사자가 약 10만명에 달하며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막으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어 "이제와 환경부에서 디스포저 불법사용으로 인해 하수도에 무리가 간다며 일방적으로 산업 자체를 금지하려고 한다"며 "이는 음주운전을 막겠다고 자동차 통행을 전면 금지시키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문제제기가 있어온 것은 사실"이라며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개선안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주방용오물분쇄기 논란 재점화" 연재기사]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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