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한달, 대학생 좌담회

“미래 불안 해소, 가장 간절”

보수·진보 ‘그 밥에 그 나물’

젠더·군 논란엔 “논점일탈”

지난 4.7재보궐 선거의 주인공은 ‘20대’였다. 이 세대 남녀가 보수야당 소속 ‘기호2번’에 투표한 비율이 각각 72.5%, 40.9%에 달했다는 출구조사 분석결과는 정치권에 충격을 줬다. 여야는 ‘이변’의 이유를 찾으려다 ‘이대남·이대녀(20대 남녀)’ 논쟁에 빠졌다.

선거 한달을 앞두고 직접 만난 20대 대학생들은 정치권의 젠더논쟁을 ‘논점일탈’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공정’과 ‘미래에 대한 불안 해소’를 가장 간절한 바람으로 꼽았다.

이달 2일 내일신문은 대학생 4명과 조촐한 좌담회를 열고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경영학을 전공중인 김나영(26)씨는 “국민의힘에는 차마 손이 가지 않아 민주당을 찍었지만 기꺼운 마음은 아니었다”며 “민주당이 성추문을 일으킨 박원순 전 시장을 끊어내지 않고 지키려는 모습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과 불확실성이 가장 간절한 문제”라며 젠더논쟁에 대해 “(정치인들이) 20대끼리 싸우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의대생인 백윤성(26)씨는 “조국사태 당시 박탈감을 많이 느꼈다. 서울 시민이었다면 2번을 찍었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국민의힘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나온 것에 대해 “(오세훈을 지지했던) 손가락을 분질러버리고 싶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방송영상을 전공하는 여인서(21)씨는 “그동안 586 기성세대가 우리 얘기 안 듣고 있다가 자기들 생각과 엇나가니까 이제야 ‘20대가 자기 목소리를 낸다’고 하는데 그건 기만”이라며 “거대양당을 찍지 않은 (20대 여성) 15%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화를 전공하는 윤호준(25)씨는 최근 가상화폐 열풍에 대해 “평생 벌어도 집을 못 사니까 (열광)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인정해주지는 않으면서 세금 걷고 규제만 하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남녀 편가르기 하는 것 말고 청년 자체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우리 얘기를 잘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좌담을 진행한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기성세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고 있음을 느꼈다”며 “이전 세대와 달리 보수든 진보든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고 말했다.

젠더이슈에 대해서는 “남녀가 이견을 보이면서도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데 불쾌감을 표했다”고 덧붙였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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