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하수처리 시스템부터 개선해야"

#1. 주방용오물분쇄기(디스포저)를 50만원에 구입했다. 사용 중 소음이 크다며 아랫집에서 항의가 들어왔다. 제품 질 등에 문제가 있어 환경부에 문의하니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당연히 합법 제품인 줄 알고 샀는데 억울하다.

#2. 한 광고를 보고 구입한 디스포저가 사용할 때마다 하수 구멍이 막혀서 불편이 많았다. 사업자에게 문제제기를 하니 구입 대금의 50%만 환불해준다는 답을 받았다. 게다가 2차 처리기를 빼고 사용해보라는 권유를 해왔다. 법적으로 사용자가 오물분쇄기의 회수통이나 거름망 등을 임의적으로 제거해서는 안 된다. 사업자가 불법 행위를 권유한 셈이다.


주방용오물분쇄기에 대한 불만이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디스포저 소비자상담 사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근 2년새 소비자 불만 상담 건수가 2배 이상 늘었다. 2018년 592건, 2019년 1024건, 2020년 1284건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2018~2020년 불만 상담 건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921건)다. 이어 서울(457건) 인천(253건) 부산(218건) 경남(165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2020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사례를 전수 조사한 결과다.

이재호 한국소비자원 박사는 "이번 조사는 불만 상담에 국한된 것으로 소비자피해 사실은 확인되지 않은 수치"라면서도 "내구성이 부족한 제품에 대한 불만은 물론 인증제도 관련 피해 상담도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분석 결과에 따르면 디스포저 인증제도 관련한 상담 건수가 최근 2년새 9배 이상 증가했다.

이 박사는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상황"라고 강조했다.

◆"탄소감축에도 도움, 자원화방안 고민"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전북 정읍시고창군) 주최로 4일 서울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주방용오물분쇄기,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는 디스포저에 대한 소비자 피해 사례 분석부터 디스포저 사용 금지에 대한 논의까지 폭넓게 이뤄졌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이명박정부에서 디스포저 사용을 허용해줄 때부터 예견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며 "음식물쓰레기를 갈아서 하수도에 버릴게 아니라 자원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 음식물쓰레기를 바이오가스 원료로 사용한다. 바이오가스는 유기성폐기물(바이오매스)을 분해할 때 생산되는 수소 메탄 등의 가스를 말한다. 바이오매스에는 음식물쓰레기, 가축 분뇨 등이 해당된다. 영국에서는 이를 활용한 연료로 움직이는 바이오버스도 선보이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에도 도움이 되는 셈이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하수도로 음식물을 처리하는 것은 가장 낮은 단계의 방식"이라며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등은 디스포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별 도시 특성에 따라 디스포저를 사용하는 미국의 경우도 하수도를 설계하는 단계부터 디스포저 사용을 고려해 하수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나라 공공하수처리시설의 경우 설계 당시 디스포저를 통한 음식물 유입까지 고려하지 않아 스컴(찌꺼기) 증가, 오일층 발생 등 다양한 문제가 일어난다는 지적이다.

◆'사용금지 반대' 뜨거운 찬반 여전 = 홍경진 환경부 생활하수과장은 "디스포저 사용으로 하수처리장 오염부하량 증가는 물론 갈아버린 음식물쓰레기를 내려 보내기 위해 더 많은 물을 사용하게 된다"며 "환경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이미 구입한 소비자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구연한(통상 5년)까지는 계속 쓰도록 해야 한다"며 "국내 판매 차단으로 영업 손실 및 경영악화가 우려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업종 전환시 정부 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는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 강하다. 대전의 한 디스포저 회사 대표 A씨는 "세종시 등 최근 건설된 신도시 등지에서는 디스포저 사용에 무리가 없다는 정부 시범사업 결과도 있다"며 "시민들의 편의성을 고려해서라도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미 잘 활용되고 있는 기술을 버릴 게 아니라 하수관거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방용오물분쇄기 논란 재점화" 연재기사]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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