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10명 심층면접조사 보니

“참을성 없다” “너무 고른다” 비판에

원하는 일자리 구하려고 ‘실업’ 선택

중소기업 CEO들은 불만이 많다. 뼈를 묻고 일할 것 같아 뽑아 놨더니 금세 그만둬 버리기 일쑤다. 대기업만 바라보고 있다가 틈만 생기면 달려 나간다. 참을성도 없고 비전도 없어 보인다.

생체인식기술을 가진 모 벤처기업의 대표는 “중소기업은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면서 “청년들이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복지나 처우 등이 안 맞으면 한두 달 만에 나가버린다”고 했다. “처음 뽑을 때부터 뼈를 묻고 오랫동안 회사에 전력을 다할 사람을 찾으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면서 “청년들에게 이제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인식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2030세대는 좋은 직장을 찾아다니는 게 잘못이냐고 반문한다. 근무해 보니 적성에 안 맞는데도 입 다물고 계속 다녀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직장을 다소 늦게 얻더라도 입사 준비 시간을 늘리고 일하고 싶은 곳을 찾아보겠다는 생각이 비난 받는 것에 의아해 한다.

전경숙 평택대 아동청소년교육상담학과 교수는 20대와 30대 각각 5명씩 모두 10명에 대한 심층면접 조사결과를 지난달 30일 발행한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과 정책’ 제13권 제1호에 실었다. ‘청년기본법 제정의 의의와 청년정책의 방향성 고찰’보고서라는 이름으로 담았다.

20대 여성 A는 “청년들 실업이 심각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사실은 경기도 지역의 청년들도 대부분 서울에서 가장 우선으로 직업을 구하려고 하고 있어요”라고 했다.

30대 남성 A는 “구직에 실패한 친구들이 많은 건 아주 적은 직장 안에 우리가 원하는 직업군이 있고 거기에만 모두 매달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구직에 실패한 사람과 빈곤층이 나타나는 것은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실제로는 한정된 괜찮은 직업군에 매달리기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라고 했다.

전 교수는 “서울이나 수도권 중심의 일자리, 서울지역의 기회 요인이 다른 지역보다 많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청년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이 고조된다”며 “경기도 지역의 청년들만 하더라도 근로환경의 쾌적성,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편리한 교통 등을 이유로 서울에서 직업을 찾으므로 미취업 상태가 장기화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모두가 한정된 직업군에 취업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데 미취업 청년의 증가는 실제로 일자리 부족의 문제라기보다 극히 한정된 괜찮은 일자리로만 몰리기 때문”이라며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경쟁이 심해지고 다양한 진로에 대한 고민보다 자신을 자격증으로 증명하려는 시도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제한된 ‘좋은 일자리’를 찾아 다니다보니 고학력 실업자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적성에 맞지 않는 곳에 다니는 것보다 실업을 선택하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2030세대를 말하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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