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직업군의 다양성 경험할 기회 부족"

"사회초년생·재학생 중심 지원책 대부분"

공급자 중심 정책 쏟아내 수요자는 '난감'

30대 여성 B씨는 "청년들이 한 번 들어왔다가 적응 못 한다고 3, 4개월 만에 나오고 하는 것을 질책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지금까지 나의 적성에 맞는 직업이나 학교 커리큘럼을 한 번 더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요"라고 했다.

'바른소리 청년국회' 외교통일 정책간담회 발언하는 김기현│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왼쪽 두번째)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바른소리 청년국회와 태영호 의원 주최로 열린 '바른소리 청년국회' 외교통일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전경숙 교수는 "청년의 일자리 진입과 탈락의 반복이 자신의 전공과 적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인식해야 하는데 실패로 낙인찍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하여 청년들은 비판적"이라며 "청년들에게 삶과 직업군의 다양성을 경험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반적으로 청년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중소기업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회사의 가치를 보고 입사하기보다는 적성에 맞는가를 고민하고 탐색한 후 근속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면서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흐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3~4개월만에 퇴사하는 청년을 질책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고도 했다.

◆공급자 중심의 고용지원책들 = 기업CEO들의 시각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수립과정 역시 일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과 동떨어져 있다는 얘기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청년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대 남성B씨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은 많은데 있어도 별로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재직자 카드 있잖아요? 친구는 그거 하지 말고 그냥 네 돈 들여서 하는 게 훨씬 낫다고 해요"라고 했다.

20대 남성C씨는 "정보통신부 산하에서 하는 인공지능개발자 양성과정 듣고 있거든요. 근데 그냥 프로그래밍인거예요. 이름만 그럴싸하게 했지, 안에 내용은 전혀 변한 게 없어요. 취성패(취업성공패키지)있는 학원도 다녀봤는데, 이게 진짜 학생 유치에만 목매더라구요."라고 했다.

30대 여성C는 "취성패,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배우고 취업한 다음에는 그렇게 썩 큰 도움은 안 됐어요. 용어만 익히고 나오는 정도?"라고 했다.

주거지원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30대 남성D씨는 "직장을 다니거나 일반 생활을 하는 친구들의 소비 구조 속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거 자체가 멋있는 것처럼 사회적으로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지만 사실 되게 불편하거든요. 대학생들 몇 명만 인터뷰해 보면 같이 사는 거 되게 불편해합니다. 그런데 셰어하우스나 공동주택 같은, 사회주택 같은 것들이 뭔가 해결책처럼 자꾸 멋져 보이게 프레임 잡아가는 것도 한편으론 우리가 심도 있게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라고 했다.

전 교수는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과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는 대학생처럼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청년들의 소비 구조 속에서 공동체 생활 자체가 대안인 것처럼 사회적으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지만 실상은 개인의 사생활과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는 대다수 청년에게 생활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면서 "공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년층의 취향과 생활 방식이 제대로 반영되어 청년 임대주택이 개인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정책수혜도 빈익빈 부익부 = 정보싸움에서 빈익빈 부익부로 이어지는 경향도 있다.

30대 남성 E씨는 "○○지역에서 청년수당 사업이 있었어요. 한 달에 50만원, 구직수당 지급을 진행하는데 그 구직수당을 받으러 온 친구들이 거의 공시생이거나 여건이 좋은 친구들이었어요. 정보나 혹은 기회 같은 것들이 상황이 어려운 청년들한테 가게 하는 게 제도 설계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지적했다.

20대 여성 E씨는 "그래서 일단 정책들은 어떻게든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모르다 보니 계속 아는 사람들만 가져가는. 그들만의 먹거리가 되는 형식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게 많이 알려지는 방법들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고 했다.

사각지대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전 교수는 "정부의 지원정책이 주로 사회초년생에 맞추어져 있어서 연령을 제한하고 있는데, 20대 후반이 지나서 구직활동을 하면 상황은 사회초년생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각종 정책에서 나이 제한을 둠으로써 후기 청년들이 배제되는 상황"이라며 "청년을 대상으로 한 사업에서는 나이 제한보다는 개인별 현 상황을 고려하여 정책대상자를 선별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금성의 지원수당 지급 시 개인 근로활동의 제약 문제도 짚었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 혹은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에서 지원받는 금액은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액수임에도 불구하고, 개인별 근로활동 시간에 제한을 두고 있어 지원을 아예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청년들의 원만한 사회진입을 지원하려는 프로그램 본래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개인별 특수상황을 고려하여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30대 남성 A씨는 "현재 운영 중인 많은 프로그램들이 사실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것이다 보니 나이 제한이 많아요. 여러 이유로 사회 진출이 늦어진 30대 청년들은 아예 사업대상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구요"라고 말했다.

20대 남성 B씨는 "어려운 청년들 진짜 많거든요. 알바해서 생계를 다 꾸려가는 청년들이 고작 몇 십만 원 받자고 알바를 포기하는 건 무리잖아요. 현실이 이러하니 정작 지원이 필요한 어려운 청년들은 아예 신청 자체를 포기하죠. 선정 기준이나 운영방식을 개선할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고 했다.

◆청년의 현실을 먼저 봐라 = 청년정책을 내놓기 전에 청년의 현실과 특성을 먼저 봐야 한다.

△'취업성공패키지'와 '내일배움카드'는 프로그램의 낮은 질 △경제활동을 제약하고 있어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청년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점 △엄격하고 정형화된 사업 운영방식으로 중도에 탈락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확인됐다.

전 교수는 "대다수 정책이 사회초년생에 집중돼 대학생 위주의 사업과 프로그램 비중이 높다 보니 비재학생과 30대 이상 청년들은 사업대상에서 배제되는 등 정책성과와 체감도는 기대만큼 높지 않으며 오히려 후기 청년들의 반감을 부추기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책 욕구가 높은 니트 청년이나 사회경제적으로 취약계층인 청년들에게 오히려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지지 않고 정보의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는 불합리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2030세대를 말하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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