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것 같이 경쟁해 왔는데 새치기 당한 느낌"만

"MZ세대는 특징이 없는 게 특징 … 단순화하지 말길"

"위계·시대 과제·우선순위에서 자유로워 … 나답게 살 권리"

95년생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2030세대를 단순화해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방식에 대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에서 만난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청년세대의 고민과 정체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12일 정의당 당사에서 만난 강 대표는 자신을 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2019년 코로나위기까지 겪은 세대로 소개하면서 "불안정이 보편화된 삶"이라고 했다. "자신의 삶을 계획할 수 없는, 미래를 박탈당한 세대"이며 "어떤 면에서는 많이 불안정하고 어떤 측면에서는 각박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2030세대가 "MZ세대의 특성이라고 묶어 말할 수 없는 게 특성"이라며 "나답게 살 권리를 요구한다",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지 않고 그냥 '누구누구'로 살아간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기회 보장'에 대한 청년세대의 기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문재인정부에 대한 분노가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서 터져 나왔다는 점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 MZ세대의 특성을 말할 수 있나

MZ세대는 MZ세대의 특성이라고 묶어 말할 수 없는 게 특성이다. 그만큼 개개인이다.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지 않고 그냥 '누구누구'로 살아간다.

■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두 가지를 말씀드리면 첫째는 다양성 세대다. 산업화, 민주화 세대가 국가 시대적 과제를 부여받았다면 그런 것으로부터 자유롭다.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고 위계서열이 있으며 국가 발전을 위해, 민주화 대의를 위해 희생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하면 우리 세대는 화낸다. 각각의 우선순위가 있다. 이것을 위계서열화하지 않고 평등한 소통과 민주주의적인 공동체 속에서 풀어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 다양성의 세대라고 할 수 있겠다

두 번째는 처한 현실을 볼 때 불안정의 세대다. 1997년 IMF시대에 태어나 전 생애가 비정규직 세대였다.

부모 세대에도 불평등이 있고 고통이 있었지만 대학 나와서 취직하고 돈을 모아서 아파트 사고 그런 것들이 비교적 다수에게 허용된 삶이었다면 우리 세대의 경우에는 97년 외환위기 지나고 2008년 금융위기, 2019년 코로나위기까지 불안정이 보편화된 삶이었다. 지금 청년세대는 자신의 삶을 계획할 수 없는, 미래를 박탈당한 세대다. 어떤 면에서는 많이 불안정하고 어떤 측면에서는 각박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 청년들이 가상화폐와 같은 투기성 짙은 투자를 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청년들이 지금 이 시대에서는 노동소득으로 벌어서 집을 사는 꿈을 꾸기 어렵다. 가상화폐라도 하지 않고서는 평생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위험하다는데도 불구하고 빠져드는 것이다. 청년들이 노력하고 일해서 돈을 벌 수 있고 집도 살 수 있고 기대할 수 있다면, 내 삶의 비전과 기반을 닦아 나갈 수 있다면 이렇게까지 열풍은 아닐 것이다.

■ 4.7 재보선에서 청년들이 불공정한 민주당을 심판했다는 분석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청년은 분석 당하는 대상이다. 발언권은 주로 기성세대에 있다. 일방이 분석하고 다른 일방이 분석 당한다. 청년들은 타자화, 대상화된다. 청년들을 단순화시켜서 이해하려는 게 강하다. 보궐선거 결과분석도 보면 여성 정책 때문에 이대남이 화났다는 식이다. 조국, 인국공사태 모두 불공정에 분노했다고 한다. 청년들이 특정한 종류의 공정에 예민하다는 판단은 단순화해서 생각한 결과다.

■ 불공정하다고 본 때문이 아니라는 얘기인가

인국공 문제에 대한 분노를 들여다보면 문재인정부가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겠다는 공약을 했고 이는 비정규직의 경우엔 특수한 상황에서만 채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문재인정부가 앞으로는 비정규직이 확대되는 사회로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줬어야 했다. 비정규직이 남용되지 않도록 하고 비정규직이 일반화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이어야 했다. 하지만 인국공 사태는 전반적인 사회변화 비전으로 이해되지 않고 한 공기업, 그것도 청년들이 굉장히 선망하는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되면서 반발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 공기업 정규직 취업준비생 입장에서의 반발이라고 보는 것은 단편적인가

문재인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대한민국 사회 전반적으로 비정규직이 남용되지 않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모든 노동자들에게 보장하는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이해되기 보다는 한 기업 안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으로만 이해됐다.그러니 인국공 취업준비생들은 죽을 것 같이 경쟁해 왔고 이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새치기 당한 느낌이라는 거였다. 이제 죽을 것처럼 경쟁하지 않아도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로 나간다는 확신이 있었다면 그렇게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

■ 남북하키단일팀 구성이나 조국 사태, LH사태와는 다소 다른 것 같다

조국사태와는 완전히 다른 사안이다. 특권층이 특권을 자기 자녀를 위해 이용하는 것이니까. 중산층의 지식인, 민주화세대, 진보의 상징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이미 기득화돼 있는 것에 분노한 것이다. 장관후보자들도 위장전입 등을 통해 자녀들이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올라가도록 하지 않았나. 과거에 용인됐던 불공정행위, 부정이 이제는 용인되지 않는다. 내로남불 정치는 이제 증오받는 정치다.

■ 현재 거대양당이 청년층 끌어안기를 하고 있다

청년표를 어떻게 가져올까를 많이 고민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진짜 청년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의지가 있을까. 없다. 지금은 세대 간 불평등과 경제적 불평등이 모두 공고한 사회다. 기득권을 가진 상층부 기성세대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자원들을 독식하고 있고 이 사람들은 자기 자녀에게만 이런 자원들을 물려줄 것이다. 불평등을 해소해서 청년들에게 고루 나눠주려면 기성세대가 자기 것도 내놔야하고 특권을 빼앗아야 하고 기득권과도 맞설 각오가 돼 있어야 하는데 거대양당이 그럴 수 있겠나. 그런 게 안 보인다.

■ 청년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나답게 살 권리를 요구한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 대한민국 특정한 삶의 유형을 상정해두고 몇 살은 뭐하고 뭐하고 라고 한다. 청년들은 그렇게 안 살고 싶은 데도 말이다. 결혼 출산은 내가 원하면 할 수 있고 안 해도 차별받지 않기를 원한다. 국가가 바람직한 가족상과 바람직한 청년기 과업 등을 규정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 청년들의 정치적 성향은 어떻게 봐야 하나

청년들의 투표 성향을 기존의 언어로 보수 진보로 나눠보면 안 된다. 진보, 보수가 뭔가. 북한, 미국, 시장경제, 박근혜 사면 등 사안에 대한 입장을 갖고 가르지 않나. 진보, 보수 등의 잣대로 청년의 투표성향을 분석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청년들이 보수라서 오세훈 시장을 찍은 것은 아니다. 대다수 유권자들이 정권을 심판했고 청년들은 그런 (심판하려는) 비중이 컸던 것이다.

["2030세대를 말하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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