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쌓기용 입법경쟁에 20대보다 50% 늘어

정당·시민단체 등 ‘입법실적’ 평가, 공천에 영향

국회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21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 됐지만 국회 안에 들어온 법률안만 1만개를 넘어섰다. 20대 국회 첫 1년 동안 7000건에 못 미친 법안이 들어왔다는 점에서 가파른 증가세라고 할 수 있다.

법률반영, 폐기, 철회 등 처리비율은 24% 수준에 머물렀다. 4개 중 1개가 계류돼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정부가 정책추진을 위해 국회에 내놓은 법률 중 절반 정도는 통과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입법속도를 처리속도가 따라잡지 못할 정도의 과잉입법이다.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들어 전날까지 들어온 법률안은 1만 69건이었다. 의원들이 발의한 게 9394건, 위원장 대안 339건, 정부가 낸 게 336건이었다.

같은 기간 20대에서는 6707건의 법안이 들어왔다. 21대 들어서면서 50.1%나 발의건수가 증가한 셈이다. 의원발의 증가율은 54.2%였다.

발의는 늘었지만 처리비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전체 법안 처리비율은 23.6%였고 의원발의 처리율은 19.9%였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 중에서도 163건만 처리되고 51.5% 가 계류상태다.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을 평균 2주에 한 개씩 새로운 법안을 만드는 ‘입법 기계’로 전락시킨 핵심 원인으로는 ‘평가제도’가 지목된다. 의원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 기준에 ‘입법 실적’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의 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정당의 평가에서 입법실적이 비중 있게 들어가 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 앞선 현역의원 평가에서 의정활동에 34점(100점 만점)을 배정했다. 대표발의, 본회의 처리, 당론 채택 법안 발의 실적에 7점이 들어갔다. 평가 점수가 ‘하위 20%'에 들어가면 사실상 감점을 받게 돼 경선에서 크게 불리해지고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의원들이 입법실적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시민단체, 이익단체 등이 수여하는 100여개 ‘상’의 상당수는 평가기준에 ‘의정활동 중 입법 실적’을 포함하고 있다. 수치화로 객관성을 확보하기에 가장 편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수상실적을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로 홍보하고 있다는 게 확인되면서 각종 상들이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지면서 의원들의 법안 많이내기 경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21대 국회 1년 쏟아지는 법률"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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