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맞춰 편승입법도

비슷비슷한 법안 내놓고

'대안반영'으로 가결실적

21대 들어 105건 철회

단순한 발의와 함께 '법안 가결율'도 중요하게 보기도 한다. 이러한 평가가 대안반영비율을 높게 만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의원들이 심사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해도 될 부분인데도 비슷한 내용에서 일부 기준만 바꾼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법안들은 결국 '위원장 대안'으로 묶어 통과되고 발의법안은 모두 '대안반영 폐기'로 '가결법안'에 들어가게 된다. 국회사무처 통계에서도 법률반영 법안에 원안 가결, 수정 가결 외에도 대안반영폐기까지 포함하고 있다. 21대 국회 들어 이달 23일까지 처리된 1717건 중 1314건이 대안반영폐기 법안이다. 원안가결 126건, 수정가결 277건에 비해 크게 많은 수치다. 이 대안반영폐기 법안들의 의견들을 모아 만든 '위원장 대안'은 339건이었다. 하나의 대안에 4건 정도의 법안이 모아진 셈이다.


모 보좌관은 "사회적 이슈가 되기 시작하면 의원들이 비슷비슷한 법안들을 내놓으면서 숟가락을 얹으려고 한다"면서 "형량을 일부 조정하거나 기준에 차별화를 두는 방식을 제시해 법안이 통과되면 대안반영폐기 형식으로 법률에 반영된 법안이 돼 좋은 실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모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국회의원들 입장에서는 '폐기'와 '대안반영폐기'는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으면 '대안반영폐기'로 해 준다고 하면 법안 통과에 쉽게 호응해 준다"면서 "대안반영폐기를 정하는 특별한 기준이 없어 다소 남용되기도 한다"고 했다. 국회 사무처는 대안반영폐기 법안에 대해 '(상임)위원회의 법률안 심사결과 그 법률안의 내용을 일부 또는 전부 반영한 위원회 대안을 제안하는 대신,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한 법률안'이라며 '실질적으로는 가결 법률안과 차이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11월과 12월에 급격하게 발의법안이 늘어나는 이유는 정당, 시민·이익단체들의 평가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국정감사 이후 본격적으로 법안심사와 무더기 통과가 이뤄지는 시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임기 초반에 법안발의가 물 밀들 듯이 들어오기도 한다. 21대 국회 초반인 6월과 7월에도 월평균 1000건이 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일명 '법안 재활용'이다.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이 재발의됐다는 얘기다. 20대 국회에서 임기말 폐기된 법안만 1만5000개를 넘어섰다. 이중 당선된 의원들이 자신이 냈던 법안을 다시 내기도 하고 보좌진이 과거 다른 의원실에서 주도적으로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않은 것을 재발의하기도 한다. 다른 의원이 낸 법안 중 일부를 가져와 발의하는 의원도 있다. 임기말 폐기 역시 사실상 폐기에 해당돼 낙제점을 받은 것이 많은데도 다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입법발의가 쉽다는 점도 '입법과잉'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엔 전자입법으로 입법에 필요한 시간이 크게 줄었다. 법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따져보는 법제실 점검 과정을 반드시 거칠 필요도 없다. 국회 사무처에서는 의안과에 접수 직전에 있는 법안을 다시 손봐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얘기마저 나올 정도다. 입법예고 과정도 정부입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 입법지원기관의 도움을 받고 과거에 나온 입법을 토대로 하면 입법을 하기가 어렵지 않다"면서 "하지만 너무 쉽게 법을 만들다보니 법안이 상당히 부실하게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현상은 실제로 철회법안의 양산으로 이어지곤 한다. 21대 들어 철회법안만 100건을 넘어선 105건에 달했다. 의원발의 법안의 1.1%에 지나지 않지만 세 자릿수의 법안이 발의 이후 자진 철회된다는 것은 그만큼 충분한 검토가 없었다는 반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1대 국회 1년 쏟아지는 법률"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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