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상승 따라 20대 주식투자 비중 급증

20대 80%, 30대 72% "향후 1년 집 값 상승" 예상

2030세대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가 '자산 늘리기'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자산 증가로 메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에 태어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고용시장에 들어온 20대 후반과 30대 청년들은 2020년부터 들이닥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20대 초중반 청년들은 '싸늘한 미래'를 바라보며 불안과 걱정에 휩싸여 있다.


무엇보다 절망적인 것은 무너진 '계층 사다리'다. 양극화의 고정화로 자산계층이 하층에서 중층, 중층에서 상층으로 이동하기가 어려워졌고 반대로 상층에서 중층, 중층에서 하층으로 떨어지는 상황은 오히려 더 쉽게 이뤄지고 있다.

70세 이상의 산업화 시대, 1987년 이후 50·60대 민주화 시대는 가난을 넘어 높은 성장률과 개발의 성과로 풍요한 일자리를 경험했다. 자산 격차를 노력 등으로 극복할 수 있을만한 '기회'가 제공됐다. 계층 사다리가 살아있었다는 얘기다. 특히 벤처붐과 부동산투자의 시간을 거치면서 주식과 부동산에 의한 자산 확보의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다.

IMF 시대를 거치면서 척박해 지기 시작했다. 일자리를 찾아내고 구조조정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경쟁 속으로 들어갔다.

계층 상승 사다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보니 자산 가치를 불릴 수 있는 또다른 기회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월급을 모아서는 부를 축적해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주저앉아 '무너진 계층사다리'를 그대로 수용할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청년들이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등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주력하는 이유다. 믿을 건 재테크다.

실제 부동산과 주식,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청년들은 비율적으로 그리 높지 않지만 이들 속에 살아 꿈틀거리는 '자산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직장 생활만으로는 집을 가질 수 없게' 만들어진 삶과 건널 수 없는 양극화의 강을 쳐다만 볼 수 없다는 절박함도 묻어있다.

한편으로는 그나마 남아있는 계층이동의 다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비록 숫자가 적을 지라도 가상화폐나 공매도(주식) 정책을 대하는 기성세대의 태도에 같이 분노하며 같이 저항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4~2017년 사이에 2030 부동산투자 의지 강해져 = 한국갤럽이 2021년 3월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에게 물어본 결과 73%가 '내 집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고 20대(18~29세)의 72%, 30대의 70%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2030세대의 70%이상이 '본인 소유 집'을 원하고 있다는 얘기다.

갤럽에 따르면 "2014년과 2017년 집 소유 인식 변화에서는 '내 집이 있어야 한다'는 응답이 20·30대에서만 약 20%p 늘었고 40대 이상에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임대 주택 거주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20·30대가 지난 몇 년간 전세 품귀, 월세 전환, 임대료 급등 상황을 겪으며 '내 소유의 집'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17년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집 소유 의지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의 집이 없는 무주택자 418명에게 앞으로 몇 년 내에 본인 소유의 집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 보니 24%가 '10년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했고 23%는 '5~10년'이라고 답했다. '5년 미만'이라는 답은 8%였다. 하지만 23%는 '영영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 무주택자 중에서는 47%가 '10년 넘게 걸릴 것'이라고 했고 30대에서는 38%가 '5~10년'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다.

집에 대한 희망이 가물가물해지면서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올해 1월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현재 주식 투자 여부'를 물은 결과 29%가 '하고 있다'고 했다. 20대에서는 27%, 30대는 38%가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8월에 비해 20대의 주식투자자 비율은 12%에서 15%p나 뛰었다. 30대 역시 29%에서 9%p 상승했다.

갤럽은 "특히 20대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면서 "20대 27%, 30대 38%의 주식투자는 다른 연령대(40대 38%, 50대 33%, 60세이상 17%)에 비해 결코 낮지 않은 비중"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자산가격은 오를 것 같은데" = 2030세대들은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자산가격 상승을 예상하는 투자패턴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테크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2021년 3월 2~4일 조사에서 향후 1년간 집값 전망을 물은 결과 61%가 '오를 것'이라 답했고 13%는 '내릴 것', 17%는 '변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20대는 80%가 집값 상승을 예상했고 30대는 72%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내다봤다. 이는 40대(55%), 50대(59%), 60세이상(47%)에 비하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답한 20대 비중은 2%뿐이었다.

주가에 대해서도 올 1월에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대의 36%, 30대의 55%가 '향후 1년간 상승세'를 보일 것을 예상했다. 부동산보다 더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주식에 2030세대의 투자비중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2030세대를 말하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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