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국회의원 비중 121개국 중 118위

"산업화·민주화 세대 독점한 진입 장벽"

"제도보다 정당의 장기적 의지·노력 필요"

'86세대'가 30대에 국회의원을 시작해 50대에 이르기까지 20년 가까이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2030세대는 낮은 비율에 머물러있고 50대는 50%가 넘는 사상 최고수준의 비율로 국회의원 배지를 차지하고 있다.

50대의 과다대표 못지않게 2030의 과소대표가 문제시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이정진 박사는 "청년층의 유권자수 대비 의원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한국의 40세 미만 청년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을 차지함에도 국회나 지방의회에서 과소대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국회에서의 청년대표성은 타 국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을 뿐 아니라 일국적 차원에서 인구구성 상의 기술적 대표성 면에서도 현저히 낮게 나타난다"고 꼬집었다.


◆국제적으로 보면 최하위권 = 국제의원연맹(IPU)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40세 이하 청년 국회의원 비중은 전체 121개국 가운데 118위다. 우리나라의 청년의원 비중은 2021년 기준으로 4.4%다. 5%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노르웨이(34.3%), 스웨덴(31.4%), 덴마크(30.7%), 핀란드(29%) 등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북유럽 국가들은 30% 안팎이다. 프랑스(23.2%), 영국(21.7%), 독일(11.6%), 미국(11.5%), 일본(8.4%) 등 주요국도 우리나라보다 현저하게 높다.

우리나라 2030 의원비중이 낮은 이유는 뭘까. 중앙선관위 용역보고서 '청년의 대표성 향상과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연구'에서는 정치적인 요인으로 낮은 비례대표 비중과 '25세 이상'으로 높은 피선거권 기준을 지목했다. 지역구 경쟁 구도는 신인 청년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고 18~24세는 출마조차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선거의 피선거권 최소연령인 '25세'는 국제 평균(23세)보다 높다.

보고서는 또 "대중정당보다 선거정당의 성격이 강한 한국의 정당들은 지역구에서 당선 가능한 사회, 경제적 엘리트를 영입하는 한편 청년정치인 양성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는 사회적 정당으로서의 역할에 취약한 특징을 보여 왔다"며 "청년의 정치적 무관심 혹은 정치참여에 소극적인 경향에는 큰 흐름으로는 민주화 이후 대학생집단의 탈정치화, 청년의 사회·경제적 지위 약화, 산업화와 민주화 세대 정치인이 독점한 정당 정치의 제도적 진입 장벽 등이 배경이 되었다"고도 했다.

청년일자리 간담회 |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청년 일자리 매칭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 및 우수 중소기업 온택트 채용동향 설명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청년의원 비율 늘려야" 63.3% = 조사 전문업체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15~18일까지 4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어느 세대가 좀 더 많이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40대'로 답한 비율이 42.2%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3.7%로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21대 국회의 평균연령이 54.9세인 점을 감안한다면 응답자들은 현재와 비교할 때 전반적으로 국회의원의 연령이 젊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2030 유권자 중에서는 30대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41.8%로 나왔고 40대 비중 확대에 대해서는 33.9%가 손을 들었다. 20대 비중 확대에 대해서는 10.0%가 동의했다.

여성, 청년, 자영업자, 비정규직, 농어민, 비수도권 거주자, 다문화가족 중 '어느 집단이 국회에 더 진출할 필요가 있는지'를 묻자 가장 많은 39.5%가 청년을 지목했다.

'청년 국회의원의 비율 확대에 대한 의견'에는 63.3%가 더 많은 청년정치인이 국회의원으로 선출될 필요성이 있다고 답했다.

◆청년할당제·비례대표 확대 필요 = 청년들의 정치권 진출 확대 방안으로 제시된 것은 비례대표 비중 확대와 낮은 피선거권 연령, 청년할당제, 보조금 등 제도보완과 함께 장기적 안목의 지원이다. 또 입법조사처 이 박사는 "정당이 청년 정치인 교육 및 발굴 시스템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정당을 통한 청년의 정치참여를 확대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청년후보자를 추천하는 정당에게 청년추천보조금을 지급, 정당으로 하여금 보다 많은 청년 후보를 추천하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정치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정치참여 경험을 쌓도록 함으로써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독일은 정당과 밀접하게 연관된 정치재단을 통해 정치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다양한 교육 및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정치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고 했다.

앞의 용역보고서는 "청년대표성 제고를 위한 제도의 도입은 청년의 정치적 대표성 증진을 위한 기초를 놓는데 불과하다"면서 "중요한 것은 정당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청년의 정치적 참여를 실질적으로 증가시킬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정당들의 의지와 노력"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청년을 둘러싼 복합적, 중층적 문제 상황을 청년들의 관점에서 주도적이고 참여적 방식으로 접근해 풀어가는 모습은 보기 드문 것이 현실"이라며 "일시적, 단기적 목표와 틀 속에서 청년정치를 사고해온 기성 정당들의 접근은 중요한 한계를 노정한다"고 지적했다. 또 "온전한 참정권 실현 등 기본적 제도 개선 과제, 불평등하고 불안정한 청년들의 삶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효과적 사회경제정책의 실행과 더불어 장기적, 지속적 안목과 틀 속에서 이루어지는 청년정치의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2030세대를 말하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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