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법제실 검토로 완결성 높일 필요

입법예고도 법안 제출 전에 상세하게 해야

4일 정성평가한 '대한민국 의정대상' 발표

정당 공천평가 포함, 강한 인센티브 줘야

국회가 처음으로 국회의원들이 낸 법안을 평가해 '좋은 법안'을 가려내기로 했다. '입법 홍수'와 함께 '부실입법'에 빠져 있는 현실을 바꿔보려는 취지다. 많은 '양'이 아닌 좋은 '질'로 승부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얘기다. 국회의장실에서 주관하는 '입법 평가' 기준을 살펴보면 '좋은 법률'의 기본 조건을 발견할 수 있다.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 연임 제한을 위한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2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중앙대 산학협력단(책임연구위원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연구용역인 '의원발의법안 정성평가 지표 개발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입안과정의 적정성, 심의과정의 충실성과 함께 입법의 개입 필요성, 효율성, 효과성, 통일성, 형평성 등 좋은 법안이 가져야 할 7가지 평가지표를 제시했다. 그러고는 기본지표를 판단하기 위한 24개의 세부평가지표를 내놓았다.

가장 중요하게 본 대목은 '법안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철저하게 검토했는지'와 함께 '관련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는지'다.

보고서는 사전검토와 충분한 토론·의견수렴이 '좋은 법안'을 만들기 위한 필수요건으로 봤다.

입안 과정에서 검토해야 할 부분은 대부분 법제실의 법률적 점검사항들이다. 주임무는 '국회의원이 요청한 법률안의 입안 및 검토'다. 보고서는 "입안과정은 입법정책의 결과를 법률텍스트에 담아내는 매우 전문적인 과정"이라며 "법제실에서 의원이 의뢰한 법안에 대해 입안을 할 때 법제관들의 독회, 관계부처와의 의견교환, 또는 외부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법률입안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 충실하게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생성된 자료가 충실한지로 법률입안의 전문성을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이해당사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었나 = 법안을 만들거나 심의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들었는지도 '좋은 법안'의 필수조건이다.

보고서는 "법률(안)의 입안과정이나 국회의 심의과정에서 법률(안)의 규율을 받는 수범자와 영향을 받는 다양한 이해관계인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협의를 하는 과정은 국회의 심의과정에서 법률(안)이 졸속으로 처리되지 않고 충실하게 심의하는 '좋은 입법'의 필수적 과정"이라며 "입법예고에 포함되는 조문별 입법이유는 법률입안의 전문성과 입법의 타당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입법 후의 시행과정에서 법률규정의 해석에 논란이 있는 경우 입법자의 의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해석의 중요한 기초자료가 된다"고 했다.

하지만 법제실의 검토, 공청회, 입법예고 등이 의무화돼 있지 않거나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입안을 위한 법제실 검토 의뢰는 선택사항이다. 보고서는 "정부제출법률안은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라 '규제영향분석'이 이뤄지지만 아직 의원발의법률안에서는 사전검토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법제실에 제공하는 법제지원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는 지도 의문이다. 지난 20대에만 무려 4만3135개의 법률안 입안 의뢰가 들어왔다. 1년에 1만건 이상, 하루에 30개씩 처리했다는 얘기다.

◆입법예고 제대로 하나 = 입법예고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고서는 "정부제출법률안을 입법예고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조문별 제·개정이유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며 "의원발의법률안의 경우 소관위원회의 심의에 앞서 입법예고를 하도록 하고 있고 입법예고를 할 때 '조문별 입법이유'를 제공하도록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또 "국회법은 '제정법률안 및 전부개정법률안만 공청회 또는 청문회를 개최하도록 하면서도 위원회 의결로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정, 이해관계인 협의과정이 제도적으로 충분히 뒷받침되어 있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의무적 공청회의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의정대상 '새로운 도전' = 국회는 4일 21대 국회 개원 1년을 맞아 '좋은 법안' 30개를 '제1회 대한민국 의정대상'에 선정, 발표할 예정이다. 법률안의 독창성과 성안 과정의 노력을 평가하는 '법률안 성안과정', 입법과정의 상호협력 노력을 평가하는 '협력적 입법'등 4가지 평가항목 등이 평가됐다. 정성평가인 '대한민국 의정대상'이 자리를 잡아 입법의 양적 팽창을 차단하고 질적 개선에 기여할지, 또 지속가능 할지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높은 권위'를 만들어줘야 한다. 강력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각 정당이 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평가에 '법안 발의 건수'를 빼고 정성평가를 넣도록 유도해야 한다. 각 정당들이 법안 건수를 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평가항목에 여전히 넣어두면 정성 평가는 힘을 잃게 되고 '대한민국 의정대상'은 수많은 상 중 하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21대 국회 1년 쏟아지는 법률"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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