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특성 악용해 사용자 책임 회피 가능성 높아

플랫폼노동에 맞는 '노동자성' 판단 새기준 마련해야

현행 플랫폼 종사자가 노동관계법상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노동자성'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

현행 플랫폼노동 종사자는 업무상 지휘·명령, 인사 평가, 3자 고용, 전속성 등을 이유로 노동관계법상 노동자로 거의 인정받지 못한다. 노동관계법상 노동자성의 문턱을 넘으면 다양한 권리가 발생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어느 것도 보호받지 못하다 보니, 이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전통적으로 공간 안에서 일에 대한 지휘·감독을 하는 자와 그 지휘·감독에 따라 종속적 노동을 제공하는 자를 전제하는 것이 전통적인 일자리의 노동관계이다. 노동자에게는 노동법적 보호를, 사용자에게는 노동법적 의무를 부과한다.

라이더들의 외침 | 2월 3일 서울 송파 쿠팡 본사 앞에서 배달기사들의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이 연 기자회견에서 '쿠팡이츠의 일방적인 배달 수수료 삭감 정책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노동법의 보호대상은 근로기준법과 같은 노동보호법제가 규정하는 최저 근로조건의 수혜자로서의 노동자와, 노조법과 같은 집단적 노동관계를 전제로 하는 노동3권의 향유자로서의 노동자로 구분된다.

노동자는 최저임금, 산업안전보건, 근로시간, 퇴직급여, 사회보험, 고용차별, 일·가정 균형 등 관련 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고,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의 권리를 가지게 된다.

노동자성의 판단은 사용종속관계의 유무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는 전통적으로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의 지휘·감독, 근무시간 및 장소의 구속성, 노동자의 독립사업자성, 보수의 근로대가성, 계약관계의 계속성 및 전속성 등이 그 기준이 된다.

하지만 플랫폼노동은 근로제공 여부, 근로시간, 장소 등의 노동과정에 플랫폼 기업의 지휘·명령을 받는 것이 모호하다.

플랫폼 기업에 따라 플랫폼 시장 진입단계의 통제, 가격수준 결정, 노무제공에 대한 평가 등을 통해 근로조건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다르고, 알고리즘에 의해 일이 배정돼 통제를 받을 경우 종속성을 판단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또한 플랫폼노동 종사자의 경우 유사 업종이어도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하나의 플랫폼과의 전속이 아닌, 비전속적으로 복수의 플랫폼을 통해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고용지위가 명확하지 않다.

또한 플랫폼은 서비스 이용자의 평점과 리뷰에 의해 플랫폼노동 종사자들이 업무를 배정받지 못하거나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 또한 근로조건의 영향에 미치는 책임 소재가 불투명할 수 있다. 결국 플랫폼의 역할이 단순히 중개인지, 매칭을 통한 업무 배정과 통제의 여부 및 정도에 따라서 종속성의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디지털 플랫폼 노동관계에서 플랫폼노동 종사자들은 다른 노무제공자들보다 자율성 또는 독립성도 존재한다. 플랫폼에 접속해 노무를 제공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 필요한 생산수단 등을 스스로 보유하는 경우도 있다.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플랫폼노동 종사자들의 고용지위를 결정하기 위한 종속성에 판단하기에 다양한 어려움이 존재한다. 플랫폼노동 종사자들에 대한 통제 정도와 업무 현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는 종속성 정도에 따른 고용지위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문제는 플랫폼 기업이 이렇게 복잡한 형태의 플랫폼노동 특성을 의도적으로 악용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고용형태가 불명확한 플랫폼노동 종사자들 증가가 노동법과 사회보장법의 사각지대의 확장으로 이어진다면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일률적으로 '노동자성'을 부여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하지만 플랫폼노동 종사자들의 고용지위가 오분류되지 않도록 플랫폼에 맞는 노동자성 판단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고, 노동현실에서의 진정한 당사자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보안이 절실하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는 "타인을 위해 동일한 노무를 제공하면서도 근로계약에 의해 노동법 및 사회보장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고단한 노동 플랫폼 경제" 연재기사]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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