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뽑은 우수의원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2만명 가까운 주민들에 문자를 보냈어요. 답문자로 보내온 의견을 듣다보면 대충 흐름이 나옵니다."

김희서(사진·정의당·바선거구) 서울 구로구의원은 "정부·서울시 예산을 얼마 따왔네 하는 정치는 하수"라며 "주민들 필요를 전달해 행정이 바뀌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 이 시대에 맞는 소통의 정치"라고 말했다. 그에게 '정치력'은 곧 '소통'이다. 그는 "주민들과 소통을 통해 '시대의 요구를 끌어내는 것이 정치인의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통상 기초의원은 임기 내 한번, 국회의원도 1년이나 분기별 한차례 의정보고를 하는데 김희서 의원 지역구인 오류1·2동 수궁동 항동 주민들에게는 '월례행사'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다수 정치인들이 '현장'을 아쉬워하는 올해도 그는 새로운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아냈다. '비대면 의정보고'다. 김 의원은 "의정보고서를 제작해 가가호호 전달하면 문자나 사회관계망 전자우편으로 반응을 전해온다"며 "한달가량 소요되는데 주민들 호응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달에는 지역 내 상가를 일일이 찾았다. 상인들의 불편함, 주민들이 간지러워하는 곳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김 의원은 "정부 재난지원금 지급기준에 대한 형평성을 지적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그냥 왔어요'라고 인사만 해도 반기시더라"고 전했다.

기초의회에서도 '극소수'인 진보정당 소속이지만 '강성'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거대 여당과 야당 사이에서 그는 주민과 지역을 위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희서 의원은 "민주당 정부에 서울시장은 국민의힘이라 어느 한쪽만 힘을 써서는 큰 현안을 해결할 수 없다"며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민·관·정 협치를 통한 초당적 협력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정당으로서의 소명의식"이라고 덧붙였다.

그에 대해 공무원도 주민도 같은 평가를 한다. 공무원들은 매년 1000명이 투표해 뽑은 '우수 구의원' 두명 가운데 그를 포함시키고 첫 선거때 11% 지지율로 낙선의 고배를 안겼던 주민들은 지난 두번의 지방선거때 각각 15%와 25%에 달하는 표를 몰아주었다. 김희서 구로구의원은 "공천권보다 투표하는 주민을 무섭게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양대 정당 소속 의원보다 소신껏 활동하는데 걸림돌이 없다"며 웃었다.

["의정초대석" 연재기사]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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