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승계 프로세스 … 기업규모별 공시 의무 속도 이견

한국기업지배구조원, 6월 말 모범규준 개정안 발표 예정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보고 기준 제정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재무성과 만큼 중요한 비재무정보인 ESG 공시를 법제화 하자는 정책적인 변화도 일어난다.국내에서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ESG 모범규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상장회사들이 ESG 경영을 하려면 어떤 사항을 고려해야 하는 지를 알려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환경·회계 관점 중요해져 =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8일 ESG 모범규준 개정안 공청회를 열고 각계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정책 담당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은 "이번 개정에는 최신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대폭 반영하고 참고자료를 수록하는 등 실효성과 활용성을 높인 ESG모범규준 개정안을 마련했다"며 "기업이 건전한 ESG 경영을 도입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도록 유도하는 일에 필요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국지배구조원이 마련한 모범규준 개정안은 이날 공청회 내용을 참고하고 각계 의견을 추가 수렴한 뒤 ESG 평가위원회에서 확정, 6월 말 쯤 발표될 예정이다.

이날 김진성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팀장이 발표한 ESG 모범규준 개정 주요 내용을 보면 환경 모범규준 부문이 가장 크게 변경됐고 재무적 관점에서 표준 제시가 중요해졌다. 이번 ESG 모범규준 개정안에는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와 관련한 위험을 자산 평가와 자금 조달, 회계 등 재무 영역에까지 반영하도록 했다. 자금 조달 방법 역시 가능한 한 녹색채권 등 친환경 수단을 쓰도록 권고했다. 전 세계적인 환경 정보공개 요구 급증에 따라 국내외 자율 공시체계 관련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TCFD(기후관련재무정보공개협의체) 등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대폭 반영한다. 기후변화 이슈 및 환경경영과 관련된 국내외 가이드라인,법·규제 동향 등을 수록해 모범규준 활용도를 제고할 방침이다. 금융사들에게는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기업이나 석탄화력처럼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사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낮추도록 했다.

리더십과 거버넌스, 위험관리, 운영 및 성과, 이해관계자소통 등 4개 대분류 신설을 통해 전사적 위험관리 프로세스에 환경경영 관리프로세스 통합 관리를 유도할 계획이다. 기업은 최고경영자의 환경경영 실천의지를 표명한 환경방침을 수립하여야 하며, 이를 대내외에 적극적으로 공개해야한다. 또 기업은 전사적 환경경영체계를 수립하고 주요 활동을 실행하기 위한 체계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행 및 유지해야 한다

김 팀장은 "전세계적으로 SASB(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 영향이 커지고 있다"며 "많은 투자자들이 의결권행사 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정보 보고차원에서 SASB차원의 보고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회계기준원에서 SASB를 번역했는데 이는 회계업계가 그만큼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결국 ESG는 ESG 지속가능성 회계, 측정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업 재무제표에 ESG 정보가 추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SG 평가지표가 각 기관별로 달라 기업이 혼란스럽다는 지적에 대해 김 팀장은 평가지표를 통일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각 기관별 평가방법과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평가가 나올 수는 없다"며 "다만 무엇이 좋은지에 대한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어느 기업이 좋은지에 대한 판단은 같을 수 있고 이는 이용자가 결과를 해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개선된 지표 vs 급진적 = 손성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는 개선된 지표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현실적 수준에서 시작해야하는데 급진적이라는 비판의 소리까지 다양하게 나왔다.

먼저 환경부분 전문가로 참석한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ESG 체계적 평가내용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환경 책임과 관련해 산업섹터별 평가지표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안했다. 제조업의 경우 온실가스의 직간접 배출, 금융은 사업장 내 에너지 소비는 확연히 다르지만 어느 부분에 투자를 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이에 따른 차별화된 지표가 필요하다.

홍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는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 온실가스배출 규제는 자발적이든 타의든 꼭 필요한 사항으로 환경 기후변화 부분은 시간과의 싸움이라 한가하게 개도국이나 중소기업의 지위를 가지고 저항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RE100 규제가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듯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부문 전문가로는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경상대학 교수가 참여해 "기업이 만들어내는 사회성과 공개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노동의 경우 정규직 비정규직 등 노동형태 보고나 산재율, 직업병발생률 등 재해 상황 정보공개, 집단적 노동분쟁, 소비자 분쟁 등도 확산되고, 프랑스는 사회성과에 대한 공시의무를 법으로 강제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앞으로는 이와 같은 요구가 점점 커질 수 있어 사회관리 요구 점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지배구조부문 전문가로 참석해 "이번 모범규준 개정안에 CEO 승계 프로세스 보강을 잘 해준 점과 이사회의 중요성, 특수관계인 거래를 이사회가 왜 통제해야 하는지를 잘 설명하고 소통관련 규준도 말 만들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기업지배구조가 여전이 아시아 12개국 중 9위를 차지하는 등 안타까운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며 "주주자본주의를 제대로 해보기 전에 ESG를 열풍이 불다보면 거버넌스 부문이 잘 안되는 것 아닌가 걱정인데 이에 대한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김진억 금융투자협회 전략기획본부장이 나와 자신의 회사 ESG경영과 함께 투자기업의 ESG와 ESG 투자금융상품 등에도 신경써야하는 금융투자기업의 어려운 점을 이야기했다. 김 본부장은 "ESG 평가등급과 신뢰가 각기 다르다는 점도 어려운 현실"이라며 "특히 금융투자업의 경우 평가등급 산정에 있어 환경부분은 낮은 등급을 받았는데 타업권에 비해 환경에 관심 낮아 평가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좌초자산 등 환경회계를 금융기관에 잘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 병행이 필요하다는 점도 요구했다.

다만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 모범규준과 법령이 차이가 나는 점은 업계에 혼란을 주고 또 다른 옥상옥이 될 수 있으므로 상위법과 다르지 않게 모범규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시장본부 본부장보는 모범규준의 단계적 시행을 제안했다. 그는 "지배구조에서 CEO 승계정책의 경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현재 공시 중 가장 준수율이 낮은 상황으로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는 전경련 등 재계 측에서도 현행법에서 규정하는 수준보다 더 엄격한 기준, 급진적인 내용을 모범 규준에 포함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송 본부장보는 또 "영국에서도 ESG 공시 의무를 상장사 프리미어그룹부터 시작했다"며 "우리나라도 상장사 규모별로 나눠 천천히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평가대상이 되는 기업입장에서 얘기하겠다며 "기업지배구조원의 모범규준은 '주총 통지 28일 전 권고' 등 규정중심의 기준을 내놨다"며 "일본의 경우처럼 '조기에 발송'이라는 원칙 중심의 기준을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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