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행복감·만족감도 다른 세대보다 높아 … 자존감 역시 높게 나타나

'노력으로 사회·경제 지위 상승 가능성'엔 20대 45%, 30대 50% 부정적

국민 참여·지역공동체 참여·이상 중시 사회를 '국가목표'로 삼길 원해

2030세대는 불행'해야' 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도록 강제된 'N포 세대'가 행복할 리 없지 않겠는가. 당연히 현실에 대한 불만도 충만'해야' 했다. 불행과 불만의 이유가 차고 넘칠 수밖에 없다면서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사실들을 의례 기다렸다.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 4기 수료 │삼성전자가 9일 서울 강남구 멀티캠퍼스 교육센터에서 삼성청년SW 아카데미 4기 수료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기념 촬영하는 주요 내빈과 삼성청년 SW아카데미 4기 수료생들.


하지만 이들의 대답은 달랐다. 이들은 다른 어떤 세대보다 행복했고 만족했다. 과거보다도 더 행복해졌고 만족해했다. 왜 많은 기성세대는 2030세대가 꿈과 희망도 없이 포기와 좌절의 바닥에서 살아갈 것으로 봤을까. 2030세대는 당당히 자신의 가치있는 삶을 말하고 공정을 비판하면서 행복과 만족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매년 높아지는 행복감 = 한국행정연구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9월 1일~10월 31일까지 전국 19세이상 성인 8336명(20대 1407명, 30대 1313명)을 대상으로 면접 또는 자기입력방식으로 실시한 '2020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행복했는지'를 1~10점 사이에서 선택하게 한 결과 평균치가 20대(19~29세)는 6.7점이었다. 30대는 6.5점이었다. 40대(6.5점), 50대(6.4점), 60세이상(6.1점)에 비해 결코 낮지 않은 수치다. 삶에 대한 만족도 역시 20대(6.2점)와 30대(6.1점)가 40대(6.1점), 50대(6.1점), 60세이상(5.7점)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행복도를 1~10점 중 6점 이상 매긴 답이 20대는 77.2%에 달했고 30대는 76.0%였다. 전체 평균 70.0%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현재 삶에 만족한다(6~10점)는 답 역시 20대와 30대는 각각 67.1%, 66.8%로 전체 평균 61.6%보다 높았을 뿐 아니라 40대(66.0%), 50대(62.7%), 60세이상(51.8%)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2030의 '행복감'과 '만족감'은 추세적으로 높아졌다. 행복하다고 느낀 비율은 이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13년엔 20대 63.7%, 30대 60.1%였으며 7년 만에 각각 13.5%p, 15.9%p 상승했다. 전체평균은 57.0%에서 70.5%로 13.5%p 올랐다. 만족감을 표한 비율 역시 20대와 30대가 2013년에는 51.2%, 49.5%에서 꾸준히 상승했다.

◆"내 일 가치 있다" = 2030세대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가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자존감이나 자기애가 강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본인이 하는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20대와 30대에서 나온 평균점수가 모두 6.2점이었다. 40대(6.2점) 50대(6.1점) 60세 이상(5.7점)에 비해 전혀 낮지 않았다.

개인 자신의 노력을 통한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는 20대와 30대의 54.5%(약간 46.6%+매우 7.9%), 50.3%(41.8%+8.5%)가 각각 '그렇다'고 답했다. 40대 역시 절반 이상이 '긍정적 답'이 더 많았지만 50대부터는 부정적인 의견이 과반을 넘었다.

물론 20대와 30대에서 노력만으로 사회, 경제적 지위를 높일 수 없다는 의견이 각각 45.5%, 49.7%나 된다는 점은 간과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자녀들이 개인의 노력을 통해 사회·경제적 지위를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상대적으로 2030세대의 부정적 답변이 많았다. 20대와 30대의 56.9%, 56.6%가 '그렇다'고 했지만 40대(61.1%), 50대(61.9%), 60세이상(61.1%)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었다.

◆우리가 이기적이라고요? = 2030세대는 전혀 이기적이지 않았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20대(87.3%), 30대(85.5%)의 80% 이상이 '그렇다'고 했다. 이는 40대(86.7%), 50대(87.7%), 60세이상(87.2%)과 비슷한 수준이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 자신에게 중요한 지를 물으니 20대와 30대의 76.3%, 76.6%가 '그렇다'(약간 동의+매우 동의)고 했다. 전체 평균 77.3%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차이가 크지 않았다.

자신의 문제를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에 대해서도 20대의 90.5%, 30대의 92.0%가 동의했다. 남을 돕고 도움을 받는 '공동체'에 대한 시각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으며 전반적으로 상호의존적 시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하지 않아요 =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체로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은 '불공정 사회'라는 데에 입을 모았다. 2030세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눈에 띄는 것은 불공정에 대한 의견이 30대에서 특히 높았다는 점이다.

취업기회에 대해 52.4%가 불공정(전혀 공정하지 않다+별로 공정하지 않다)하다고 봤으며 20대는 51.8%가 동의했고 30대의 동의률은 54.2%에 달했다. 성별에 따른 대우에 대해서도 30대는 46.5%가 불공정하다고 봤는데 세대별로 구분할 때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과세 및 납세에 대해 불공정하다는 평가 역시 30대(51.7%)에서만 유일하게 과반을 넘었다. 법집행(56.8%), 대기업-중소기업간 관계(60.8%), 경제·사회적인 분배구조(57.1%), 병역 의무 이행(40.2%)에서도 단연 30대의 불공정 인식도가 높았다.

◆뭘 원하나 = 자신의 삶을 꾸려가면서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버리지 않은 2030세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들은 분배보다는 성장쪽에 좀더 무게중심을 두고 관심을 가졌으며 공동체보다 개인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여줬다.

'향후 10년간 우선적으로 이뤄야할 국가목표'를 4개씩 3그룹으로 나눠 '1순위'를 물어봤다. 먼저 '고도의 경제성장' '국방 강화' '직장 및 지역공동체에서의 참여 및 권한 증대' '도시 및 농촌의 자연보호' 중에서는 전 연령대에서 '고도의 경제성장'을 과반이상이 짚어냈다. 2030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직장 및 지역공동체에서의 참여 및 권한 증대'를 지목한 비율이 높았다. 20대는 국방강화(17.4%)보다 '공동체 참여 증대'(18.4%)를 더 많이 지목했다. 30대에서는 국방강화(19.3%)에 비해 공동체 참여확대(17.5%)가 밀렸지만 이후 연령별로 보면 격차가 그리 크지 않았다.

2번째 그룹인 '국가의 질서 유지', '물가인상 억제', '중대한 국가적 결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증대', '표현의 자유 확대' 중에서는 다른 연령대와 같이 2030세대는 국가 질서 유지, 물가인상 억제를 우선 꼽으면서도 '국가결정에 대한 국민 참여 확대'와 '표현의 자유 확대'도 상대적으로 많이 지목했다. 20대는 각각 14.0%, 8.7%였고 30대는 11.1%, 8.7% 였다.

3번째 그룹인 '경제 안정', '범죄와의 전쟁', '더욱 인간적인 사회로의 발전', '돈보다는 아이디어나 이상이 중요시되는 사회로의 발전' 중에서 2030대는 경제안정에 이어 '인간적인 사회'(20대 14.1%, 30대 15.1%)를 주문했고 '돈보다 아이디어'(20대 7.5%, 30대 5.4%)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안성호 한국행정연구원장은 "사회 구성원들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믿음 위에 서로 원활히 소통하는 가운데에서만 사회전체의 행복감이 높아지고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며 "사회구성원들 사이의 결속과 포용을 높이고 갈등을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이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고 했다.

["2030세대를 말하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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