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욜로족이지만 현실 무게감 만만치 않아

높은 행복감, 목표 포기인지 기준 변화인지 불명확

감정 소통방식 달라 … "아날로그, 구식 아니다"

2021년 젊은 작가상 수상자인 서이제 작가(사진)는 인터뷰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1991년생이다. 영화를 전공했고 소설을 쓴다. 2018년 중편소설 '셀룰로이드 필름을 위한 선'으로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발을 디뎠다. 인터뷰 요청서를 통해 "보이지 않는 곳까지 표현해 내고자 하는" 소설가의 시각을 빌리려 한다고 했다. 이미 대중에게 선 보인 작품들이 품고 있는 "살아왔고 여전히 밟고 있는 시대의 이야기"와 "입체적 현실감각"을 주문했다. 인터뷰는 지난 2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내일신문 본사 1층에 있는 카페 '게더'에서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사진 이의종


가장 궁금했던 대답은 '2030세대는 왜 행복하다고 생각하냐'에 대한 것이었다. '2030세대를 말한다' 지난번 기획(6월10일자 4면) '우리가 불행하다고요?' 편에서는 '행복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1~10점 중 6점 이상 매긴 답이 20대(19~29세)는 77.2%, 30대는 76.0%였다. 전체 평균 70.0%보다 크게 높은 수치였다. '현재 삶에 만족한다'(6~10점)는 답도 20대와 30대는 각각 67.1%, 66.8%로 전체 평균 61.6%를 크게 뛰어넘었다. 2030세대의 '행복감'과 '만족감'은 추세적으로 높아졌다.

◆행복과 만족의 원인을 찾아서 = 경쟁, 불행, N포세대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생각나게 만드는 '2030세대'의 입에서 행복과 만족이 쏟아져 나온 것은 다소 생경했다. 서 작가의 입에서도 답은 같았다.

"과거 세대는 당연히 집을 가져야 하고 집 자동차 필수적 요건이었는데 우리는 이걸 굳이 가지지 않아도 된다. 좀 느리게 가는 것도 좋을 것이고 굳이 가져야 하나. 순간적 소소한 행복이 있고 일을 덜 하고 돈을 덜 벌고 하고 싶은 것을 한다. 돈이 급하지 않으면 나름대로 여유롭게 영화도 보고 문화예술도 체험한다. 우리세대의 행복은 소소한 행복이다. 작은 것 하나를 보고 '뭐 샀어'하며 사진 찍는 일들이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하게 실현할 수 있는 행복)이고 욜로족(미래·타인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외면하긴 힘들어 보였다.

"경기도에서 살다가 서울 올라오려고 했는데 집값이 너무 비싸서 올라오지 못했다. 부동산 문제는 우리를 위태롭게 한다. 월세가 말도 안 되게 비싸다. 임대주택을 많이 만든다고 하는데 살기 싶지는 않다. 편견과 낙인 때문이다. 부모 세대는 편견이 더 심하다."

교육의 편차가 삶으로 이어지는 구조도 지적대상에서 빠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교육은 성적순으로 나누고 대학을 갈 때부터 열패감 느끼게 만든다. 모든 게 대학에 맞춰져 있다. 이런 교육은 노동과도 연결돼 있다. 대기업 갈 수 있는 가능성은 19세때 결정이 된다."

행복과 만족의 이유는 '눈높이를 낮춘 것'일까, '다른 시각으로 삶을 본 것일까.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중산층에 걸치기만 해도 큰 변화이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데 나눠져 있다는, 다른 세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사고 싶어 하는 내가 싫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그런 상태에서 벗어났다. 더 이상 욕망하지 않는 것이다. 자기 합리화는 아니다. 단념을 한 것인지 원래 삶의 의미를 찾은 건지는 헷갈린다."

삶의 무게에 경제적 목표치를 단념한 것 같으면서도 적응해 가고 있었다.

"경기도에 사니까 서울에 오려면 지하철을 많이 타야 하니까 당연히 싫을 줄 알았는데 유일하게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음악도 듣고 유튜브도 보고…….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행복의 조건이 아니었던 것이 행복이 조건이 되는 순간이었다."

◆댓글을 달면 친근함을 느낀다 = '행복'과 '만족'의 이유를 찾지 못한 채 '그들은 누구인가'로 넘어갔다. 소통 방식이 먼저 나왔다. SNS(사회네트워크서비스망)다.

"SNS로 소통을 하고 의견을 모으는 경우가 많다. 어떨 때는 얼굴 이름 성별도 모르는데 SNS상에서만 친구인 사람들에게 정 같은 게 느껴진다. 어떨 때는 만난 적 없는 작가지만 근황을 댓글 같은 걸로 묻고 답하다보면 친근한 느낌이 든다. 거짓감정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면서 넘어말아야 할 '선'을 명확히 그어 보였다.

"(어른 세대에서) 희생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희생해야 뭔가 나은 상태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행복 감각 공동체다. '내가 행복해야 니가 행복해'라고 한다. 알바(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주인이 '우리는 가족이다', '내가 잘해 줬잖아' 하는 말을 하면서 일을 더 시키려고 하면서 받아들이길 원한다. 그 사람을 위해 더 일을 해 줄 생각이 없다. '가족'이라는 이유를 들어 선을 넘어가거나 넘어오는 것을 거부한다."

개인적이라는 평가에는 동의하면서도 이기적이라는 지적엔 손을 저었다.

"개인주의 성향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자기영역이 있다. 다만 너무 가까워지지 않기 때문에 관계가 오래 유지된다. 너무 편하지 않게 오래 유지되는 관계, 개인주의적 권리, 내가 나를 소중하게 여기니까 다른 사람도 소중한 것이라거나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휘두르려고 하지 않으려는 것이 중요하다."

인정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서 작가는 '방식의 다름'으로 설명했다.

"정을 느끼는 방식이 다르다. 사적 영역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친구의 사적영역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한다. 친구에게 중요하고 밝히지 않으려는 것을 알아내려고도 하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의 뒤섞임, 신구의 경계가 무너지다 = 서 작가는 2021년 젊은 작가상 수상작인 '0%를 위하여'나 '#바보상자스타' 등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접점을 표현하려는 시도들을 펼쳐놨고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해석은 MZ세대의 시각을 읽는데 참고할 만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동시에 겪은 세대다. 필름으로 또 디지털로 영화를 찍었다. 기술의 변화다. 소설에도 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다. 작품을 보면 '조각'들이 많이 나오는데 유튜브를 클립으로 잘라서 본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정보량이 너무 많다. 방송이나 영화도 클립으로 자르기 쉽게 만든다."

사회적 변화를 토대로 구분된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를 넘어 기술발전을 기반으로한 X세대, Y세대, Z세대 구분의 끄트머리에 있는 이들이다.

"최신유행이라는 말 잘 안 쓴다. 유튜브에서 다 길어 올릴 수 있다. 과거의 것이라고 과거가 아니다. 현재에 존재한다. 아카이브에 다 있다. 그게 동시대다. 옛날 기록을 보는 게 아니라 동시대 기록을 보는 것이다. 시간을 느리게 재생하거나 빠르게 돌릴 수도 있다. 시간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아날로그'라고 해서 배척할 일은 아니다. 취향으로 구분될 뿐이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시대는 현실과 가상을 혼동스럽게 하기도 한다. 구식, 신식의 칸막이가 불필요한 이유다.

"카세트 테이프를 써보고 알고 있어야, 노래도 대학가요제 노고지리 들어야 '아 내가 힙하다' 그런 느낌이다."

또 손에 잡히는 현장에 대한 관심도 보였다.

"자기를 인식하는 방식조차도 진짜와 가짜가 섞여 있다. 그래서 아날로그로 내가 직접 하는 것이 더 매력적인 것이 된다. 존재하는 것을 느낀다. 자연에 가면 때가 돼야 싹이 나오고 흙을 보고 느끼는 게 그립다. 필름으로 상영하는 영화를 봤다. 시작하자마자 너무 오래돼 뿌옇게 시작했다. 변하는 물성, 살아있으니까 변하는 것이다."

시간이나 공간과 상관없이 관통하는 것이 무엇일까 더욱 궁금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2030세대를 말하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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