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 재단, ESG 국제표준화 작업 나서 … 공시 가이드 역할 전망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TCFD(기후변화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 공시 의무화에 합의했다. G7 재무장관회의에서는 ESG 글로벌 표준을 개발하기 위한 국제회계기준(IFRS)의 업무를 지지하기도 했다. 세계 환경의 날인 지난 5일에는 TNFD(자연자본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가 출범했다. TCFD가 기후변화를 중심에 두고 인간에 미치는 위험을 주목했다면, TNFD는 '자연자본'을 중심에 두는 것이 특징이다. TNFD는 앞으로 TCFD와 더불어 글로벌 기업의 ESG 경영 관련 공시 표준화의 모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 리스크 공시' 국제협정 예상 =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1~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진행된 G7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TCFD 체계를 기반으로 기후 리스크 공시 의무화 추진에 합의했다. 앞으로 열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에서 글로벌 기후 리스크 공시 의무화 확정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11월에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기후 리스크 공시 관련한 국제 협정도 예상된다.

이는 G7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 4∼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G7 재무장관회의에서 기업들의 기후 관련 리스크 공시 의무화가 극적으로 합의되면서 가능해졌다. G7 재무장관은 "의사결정에 유용한 일관된 정보를 제공하도록 TCFD 의무화 방안을 지지한다"며 "이는 기후변화에 대응 차원에서 민간 금융을 동원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넷제로 약속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 밝혔다.

이번 합의는 영국의 제안에 의해 추진됐다. 이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협의체)의 권고에 따라 기후와 관련한 비재무 정보를 보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TCFD는 G20의 요청에 따라 금융안정위원회(FSB)가 기후변화 관련 정보 공개를 위해 2015년 설립한 글로벌 협의체다. TCFD가 2017년 마련한 권고안은 기업의 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관리지표·감축목표 등 4가지 분야에서 기후변화와 관련된 재무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프레임워크(틀)를 제공한다. TCFD는 기후변화를 재무 영역에 통합시키는 활동을 주류화 시킨 가장 강력한 표준으로, 지난달 말 기준 78개국 2000여개 이상 기관이 TCFD 및 권고안에 지지선언을 했다. 4월 초 1900여개에서 두 달이 안 돼 100개 기관이 늘어나는 등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44개 기관이 동참하고 있다.

◆IFRS, 신 회계기준 마련 중 = 이번 G7 재무장관회의에서는 TCFD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지속가능성 보고에 대한 새로운 글로벌 표준을 개발하기 위한 국제회계기준(IFRS)의 ESG 국제표준화 업무를 지지했다. 전 세계적으로 단일화된 ESG 정보공개 기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국제회계기준을 제정하는 기구인 IFRS 재단은 ESG 회계표준을 정하기 위해 지속가능성표준위원회(SSB)를 설립, 정보공개 기준을 제정하고 있다. 지난해 9월 IFRS재단 이사회와 글로벌 4대 회계법인은 ESG 표준제정을 위한 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 ESG 공시 표준을 정하는 빅5 기관이 공통의 ESG 프레임워크를 위한 협의를 시작한 것이다.

ESG 공시 방법에 대한 기준이 너무 많다는 점이 실제 기업들의 활용과 도입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전 세계적으로 ESG 보고 체계의 단일화 및 표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는 국제회계기준(IFRS)재단을 비롯해 탄소 공개 프로젝트(CDP), 기후정보공개표준화위원회(CDSB), 국제통합보고위원회(IIRC),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 등 5개 기관에 ESG 공시 기준안 마련을 위한 협업을 권고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SSB는 세계 상장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 정보공개 기준의 초안을 만들어 내년 중반 발표할 계획이다. SSB가 내년 발표할 초안에는 현재 일부 기업이 자율적으로 준수하고 있는TCFD의 재무정보공개 권고안도 포함될 예정이다. IFRS ESG 신 회계기준이 마련되면 최종적인 국제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SASB, 산업별 지속가능성 평가 = 전 세계적으로 GRI(글로벌 지속가능 보고서 이니셔티브) 지침을 쓰는 기업이 가장 많지만, 최근에는 ESG 표준이 SASB와 TCFD로 압축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최대 운용사인 블랙록은 IFRS의 접근법이 가장 실행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면서, 다만 국제적 표준이 수립될 때까지는 기업들에게 SASB 기준과 TCFD 권고사항에 부합하는 보고서 공시를 요구한다고 발언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SASB 기준은 첨단기술산업과 인프라, 금융 등 11개 산업군의 총 77개 산업별로 온실가스 배출과 작업 안전, 공급망 등의 ESG 정보공개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산업군별로 노동관행 데이터 프라이버시, 비즈니스 윤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 에 걸쳐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 제공을 요구한다. GRI 표준이 금융 및 재무에 관련된 지속가능성 지침과 지표를 거의 제공하지 않는 반면 지속가능회계기준은 해당 분야에 대한 중요 주제 설정 및 관련 지표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금융산업 관련 표준에는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상 대출건수, ESG 분야에 투자한 자산 비율, 파생상품 리스크 관련 지표 등이 있다. 금융분야 특징을 살펴보면 SASB는 사회 환경적 영향보다는 재무적 영향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금융상품의 리스크 관리, 준법 여부, 고객 개인정보 관리, 사업 윤리·투명성 보장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는 2011년 미국에서 설립된 비영리 재단으로 '미국 증권 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할 기업의 비재무 평가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설립됐다. 궁극적인 목표는 미 증권거래소에 제출하는 재무제표 (10-K)등의 서류에 ESG 요소가 통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ESG와 관련된 데이터를 회계보고기준에 대응하도록 공개, 보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협의하고 이를 제시하는 일을 주로 한다.

최근에는 국제 통합보고위원회(IIRC)와의 합병을 선언했고 올해 안에 종합적인 기업 정보공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치공시 재단' 설립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후뿐만 아니라 자연도 보존해야" = 한편 이번 G7 정상회의에서는 기후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 생물 다양성 손실을 되돌리기 위해 'Nature Compact'을 채택했다. 이들은 세계 환경의 날인 5일 발족한 TNFD 지지 성명도 보냈다.TNFD는 자연파괴가 일으키는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적 리스크를 다룬다. 기후위기와 마찬가지로 자연이 붕괴 될 경우 금융위기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TNFD의 프레임워크는 UNEP(유엔환경계획), UNDP(유엔개발계획), Global Canopy, WWF(세계자연기금) 등이 참여해 공동 개발하게 될 예정이며 2023년까지 관련 재무정보 공시 틀을 제공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김진성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팀장은 "글로벌 표준 제정 기관들을 중심으로 ESG 비재무정보 공개에 대한 표준화 작업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ESG 정보의 표준화는 비재무정보 공개에 대한 법규화를 촉진할 수 있어 향후 무역장벽이 될 가능성이 크며, 법규화가 되지 않더라도 연성규범(soft law)으로서 작용해 국내 기업이 따라야 할 행위규범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ESG 정보 공개 표준화 진행에 대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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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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