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법부에 비해 입법부 불신 크게 높아

탄핵 이후 다른 세대보다 정치 효능감 높아져

"투표로 정치를 바꿀 수 있다" 5년 만에

20대 54%→74%, 30대 55%→79%로 뛰어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닐 테지만 심각한 수준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의사봉 두드리는 조응천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조응천 위원장이 안건을 상정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정치 불신은 지속적이고 강하다. 정치가 정치권력이나 정치행위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들의 삶에 결정적이고 커다란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불신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이어져 국민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게 된다.

이러한 불신은 정권교체, 변화, 새로움에 대한 욕구가 더욱 강화될 만한 토양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후 정치적 효능감이 높아지면서 불공정 등에 대한 심판에 나선 대목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치 불신은 대체로 정당과 국회, 즉 입법부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권력 역시 정당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입법부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행정부와 사법부보다 입법부에 대한 불신이 훨씬 강하다. 2030세대는 그 강도가 더 세다. 특히 20대는 혐오에 가까울 정도다.


한국행정연구원은 사회통합실태조사를 통해 '맡은 일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다고 믿는지'를 물었다. 이 조사는 한국갤럽에 의해 2013년 이후 매년 실시되고 있다.

국회를 비롯해 중앙정부 부처, 법원, 검찰, 경찰, 지방자치단체(시·도·군·구청), 공기업, 군대, 노동조합단체, 시민단체, TV방송사, 신문사, 교육기관, 의료기관, 대기업, 종교기관, 금융기관 등 17개 기관이 신뢰도 평가의 대상이다. 개별적으로 기관이름을 불러주며 '전혀 믿지 않는다'(1점), '다소 믿지 않는다'(2점) '다소 믿는다'(3점) '매우 믿는다'(4점) 중 하나를 택해 답하도록 주문했다. 지난해 9월 1일~10월 31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성인 8336명(20대 1407명, 30대 13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회는 1.9점을 받았다. 유일하게 2점을 밑돌았다.

세대별로 봐도 20대(19~29세)는 1.9점. 30대는 2.0점이었다.

20대의 답변 중 '전혀 믿지 않는다'와 '별로 믿지 않는다'를 합한 비율을 따져보면 국회에 대한 불신의 정도를 체감할 수 있다.

국회에 대해 불신하는 비율은 81.4%였다. 검찰, 신문사, 법원 노조가 60%대였다. 경찰, 공기업이 50%대, 정부, 지자체 등 행정부는 50%대를 밑돌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30대 역시 국회에 대해서는 78.1%가 믿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다른 기관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불신 현상은 공정성에 대한 평가에서도 나타났다. 국회에 대한 공정성 인식은 2.4점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2.7점) 법원·경찰(2.6점) 검찰(2.5점)에 미치지 못했다.

◆정치에 관심 없다? = 높은 비율의 무당층이 공고하게 짜여져 있다.
'평소에 지지하는 정당이 있는지'를 '있다'와 '없다'로만 답하게 하니 없다는 대답이 67.9%에 달했다. 10명 중 6명이나 7명이 지지정당을 가지고 있지 않는 셈이다.

무당층의 비율을 보면 2013년 63.7%에 비해 4.2%p 상승했다. 20대는 81.4%에서 84.2%로 2.8%p 뛰었고 30대는 71.0%에서 75.1%로 4.1%p 올랐다.

무당층 비율이 높은 것은 지지할 만한 정당이 없다는 것으로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직접적으로 이어진다고 할 수 없지만 어느정도의 연결끈은 발견할 수 있었다. 20대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한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20대(18~29세)가 70%에 가까웠다.

전체 세대의 정치에 대한 관심도(평상시 정치에 관심이 많이 있다 23.6%+약간 있다 49.9%)는 73.5%였다.

◆높아진 정치 효용감, 높아지는 투표율 = '투표를 통해 정치를 바꿀 수 있는지'를 물어 본 한국갤럽의 조사를 보면 전반적으로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정치 효용감이 높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1월에 절반이 조금 넘는 52%가 '투표로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본 데 이어 2017년 5월엔 68%로 뛰어올랐다. 2020년 1월엔 66%였으며 4월엔 71%까지 상승했다.

전 세대의 현상이긴 하지만 2030세대에서 뚜렷한 변화를 보여줬다. 20대(18~29세)는 약 5년 사이에 54%에서 74%로 상승했고 30대는 55%에서 79%로 뛰었다. 40대(55%→69%), 50대(54%→65%), 60세이상(43%→59%) 등 다른 세대에 비해 변화폭이 컸다.

결국 이같은 투표에 의한 정치변화 경험이 적극적인 투표참여로 이어져 투표율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투표를 하는 것이 '힙'해 보이는 행동으로 인식되면서 평상시엔 정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도 투표율을 높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각 정당의 움직임이나 정치적 행보들, 권력구도 등 정당내부에서 일어나는 정치행위에는 관심을 접어두다가도 자신들과 직접적 영향이 있는 법안이나 발언에는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2030세대를 말하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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