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산업안전 사각지대 해소해야 … 소득보장·근로시간·평가시스템 놓고 의견 갈려

코로나 사태로 디지털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중이다. 주식 같은 금융거래는 물론, 다양한 공산품과 서비스 거래가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온라인에서 팔지 않는 물건과 서비스가 없고, 이에 따라 거래를 위한 시간과 품을 아낄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됐다. 편익이 커진만큼 어두운 그림자 또한 짙어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일자리에 미치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고용 감소도 걱정이지만 고용의 질에 관한 문제는 더 심각하다. 플랫폼 경제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플랫폼노동자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공정하게 대접받고, 사회안전망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플랫폼 경제도 지속가능하다.
사회적 숙제로 등장한 플랫폼노동 종사자의 현실을 분석했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해외 사례와 비교해 시사점을 얻고, 노사 전문가들의 진단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한다.

라이더 정책 배달데이 | 4월 28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라이더유니온 라이더 정책 배달데이' 행사에서 배달노동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 회원들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라이더들의 목소리를 담은 피자 상자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두 번째부터 국민의힘 김웅 의원,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성' 정도

플랫폼노동 종사자를 법적으로 지위를 부여해 보호하는 방식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플랫폼노동 종사자를 노동관계법상 근로자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종속성'에 대한 개념을 확대해 노동관계법상 '근로자' 및 '사용자' 개념 규정을 개정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의존하는 '사업 종속성'을 '노동자성'의 더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종사자가 사용자로부터 지휘 감독을 받지 않더라도 경제적으로 종속된 것이 명백하다면 독립된 사업자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플랫폼회사는 플랫폼노동의 경우 제조업과 달리 한명의 종사자가 다수의 사용자와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동시 또는 순차로 근로를 제공하는 사례가 있다.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 관련 규정의 적용이 곤란하고, 업무수행의 자율성이 높은 반면 사용자에 대한 종속성은 옅어지기 때문에 더 이상 노동법을 통한 보호방식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다.

특수형태근로 종사자(특고)에 포함하는 방식도 있다. 근로와 자영의 성격이 함께 존재하는 새로운 노무공급 유형이어서 기존 법률로만 규율하기 어려우므로 특고의 정의 및 보호범위를 규정하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번째는 제3의 영역에서 보호하는 방식이다. 플랫폼노동 종사자를 현행 노동관계법령의 근로자 개념에 포섭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제3의 영역에서 보호하는 방식이다. 독립계약자도, 근로자도 아닌 '독립 근로자'(independent worker)라는 새로운 범주를 만들어 노동법으로 보호하자는 의견이다.

고용보험 적용, 소득파악이 문제

2020년 12월 정부가 발표한 '전국민 고용보험 추진안'은 2022년 1월부터 플랫폼이 직접 사업주 역할을 하거나 대행업체가 있는 경우 등 사업주 특정이 용이한 플랫폼 직종에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또 대행업체가 있거나 플랫폼이 대행업체 역할까지 하는 퀵서비스, 대리운전 등의 호출형 플랫폼까지 확대한다.

2022년 7월부터는 나머지 플랫폼 종사자(지역기반 중심) 및 기타 특수형태근로 직종과 사업주 특정은 어려우나, 플랫폼이 노무중개·제공에 개입하는 정도가 강한 가사서비스 플랫폼 노동과 같은 유형에 대해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서 쟁점은 가입을 위한 최저소득기준을 얼마로 할지, 개별 종사자들의 소득파악, 실업기간 산정과 취업 여부 확인 등 세부적인 제도설계다.

안전, 배달 제외하면 사각지대 방치

2019년 1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제78조는 플랫폼을 활용해 배달을 하는 사람의 산업재해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배달을 제외한 다른 유형과 업종의 플랫폼노동에 대한 안전 관련 제도는 전무하다.

노동계는 플랫폼노동 종사자의 열악한 업무환경으로 인한 업무상 재해에 대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플랫폼회사가 조치해야 할 최소한의 안전조치를 업종별로 짚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플랫폼회사들은 '노무제공 장소의 잦은 변경에 따른 예측 가능성 상실' '노무제공 시간의 자율성 확대와 모호한 휴게시간' '연장근로시간 통제 불가능' 등 적용하기 어려운 요인이 많다는 입장이다. 업무와 산업재해의 인과성의 문제 등도 플랫폼 사업주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부담시키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노무단가 최저선 필요 vs 도급계약

일하는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결국 소득이다. 자산소득 등을 제외하면 대개 일을 하면서 소득이 발생한다. 플랫폼노동 종사자는 자발적인 계약에 의해 노무단가를 받고 일을 한다. 하지만 현재 이들이 받는 노무단가가 사회적으로 공정한 '땀의 가치'를 반영하느냐가 고민거리다.

먼저 노무단가 자체가 공정한지가 쟁점이다. 노무단가는 업무의 숙련도, 난이도, 작업 소요시간, 작업도구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노동계에서는 단가의 최저선이 없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본다. 노무단가가 시장원리에만 맡겨지다 보니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

배달업종의 경우엔 날씨 등에 따른 수당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 라이더의 노무단가에 폭염과 혹한, 미세먼지 등 날씨에 따른 위험수당을 포함시켜야 하며,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와 같은 최저 보수기준이 업종마다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에서는 단가를 결정하는 주체도 문제라고 본다.

인력공급 업종은 플랫폼노동 종사자와 사용자가 단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배달업종은 플랫폼회사가 단가를 결정한다. 그렇다보니 플랫폼회사의 영업전략에 따라 단가가 결정되고 종사자들은 '깜깜이'가 된다.

배달업종의 유류비나 보험료 같은 노무제공에 필수적인 관련 비용을 플랫폼회사가 부담하고 있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플랫폼회사가 배달비에서 공제하는 중개 수수료율도 쟁점이다.

플랫폼회사가 최소 10%, 많게는 30% 정도의 수수료를 떼기 때문이다. 플랫폼회사는 디지털 전환에 의한 새로운 업종처럼 여겨지지만 본질적으로는 중개업이다. 대다수 중개업종에 중개수수료에 대한 법적 규제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플랫폼회사의 '자율 수수료'는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플랫폼회사는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플랫폼노동은 고용계약 관계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보수의 최저수순 설정에 있어서도 최저임금과 같이 일률적인 기준 설정은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노동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기시간, 근로시간 VS 휴식시간

플랫폼노동 종사자의 근로시간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도 쟁점이다.

노동계에서는 과업과 과업 사이의 이동 및 대기시간, 플랫폼의 호출에 응낙하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봐야 하고 이러한 환경 때문에 실제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김주환 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대기시간도 노동시간으로 인정하고 일정 시간 이상 플랫폼에 접속해 일하는 경우, 최소 휴식시간을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플랫폼회사는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대기하고 있는 시간은 근로자의 근로시간과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고 본다. 플랫폼노동 종사자의 업무시간을 근로기준법상 업무시간과 완전히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세련된 노동통제 VS 최적화된 안내

플랫폼회사는 이용자들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최적화된 '영업전략 알고리즘'을 구축할 수 있다.

예컨대 배달플랫폼의 경우, 플랫폼은 실시간 주문량과 주문시간대, 그리고 접속한 라이더의 수를 파악해서 쌓인 데이터에 따라 배달료를 조정하고 노동력 공급을 조절한다.

추가 배달료를 주면 라이더의 접속이 얼마나 늘어날지, 어느 정도의 라이더가 있어야 배달을 소화할 수 있을지를 실험하고 축적한다. 라이더들이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다닌 최소시간 동선은 라이더들에게 '배달 제한시간'으로 안내된다. 이는 다시 라이더들을 옥죄는 악순환이 된다.

알고리즘 콜을 거절하면 평점을 깎고 '똥콜(2500원 기본단가 콜)' '영정(계정 영구정지)'이라 불리는 불이익을 준다. 고객의 '따봉'(좋아요, 엄지척)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역따봉'은 그대로 불이익이 된다.

노동계는 "매니저 대신 알고리즘이 하는 세련된 형태의 노동통제일 뿐"이라고 말한다. 플랫폼회사는 알고리즘에 기반한 인공지능(AI)는 사람이 아닌 단순한 기기일 뿐이며 통제가 아닌 최적화된 안내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고단한 노동 플랫폼 경제" 연재기사]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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