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투자자 찾기 어렵고 정책금융도 위험감수에 ‘소극적’

기업구조혁신펀드도 역할 한계

유암코(연합자산관리)는 내달 중견기업인 STX조선해양에 대한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채권은행이 관리하던 STX조선을 구조조정 전문기관인 유암코가 전략적투자자(SI)를 구해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구조조정에 전문성을 발휘해온 유암코지만 STX조선 투자자를 구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조선업이 살아나고 있지만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충격 등으로 조선업 투자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KHI인베스트먼트가 투자자로 나섰고 유암코는 STX조선의 경영정상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24일 기업구조조정 분야의 한 전문가는 “유암코가 중견기업인 STX조선을 살리기 위해 뛰어들었는데도 투자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의 현실은 더 가혹하다”며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상황에서도 투자자를 찾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중소기업은 더 어렵다. 회생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들도 투자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10억~20억원 정도 있으면 살 수 있는 중소기업들이 있는데 투자하려는 곳이 없다”며 “우리나라에는 중소기업에 투자하려는 사모펀드 시장 자체가 없다”고 우려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이 매년 늘면서, 재무구조가 부실한 한계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은 제한돼 있는 상태다. 정부가 정책금융기관들을 동원해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정책금융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책금융의 경우 책임소재를 따지고 감사원 감사를 받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고 시중은행들도 담당자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우리나라 자본시장 규모가 큰 편이 아니어서 중소기업 전반을 다 챙기기 어렵고 그래서 만들어진 게 기업구조혁신펀드”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8년부터 3조2000억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조성했고 올해 1조원을 추가 조성한다. 시장에서는 기업구조혁신펀드가 구조조정 분야에서 일정정도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위험 감수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M&A 전문가인 한 회계사는 “한계기업을 전문적으로 구조조정할 수 있는 기관이나 전문투자자가 많지 않다”며 “기업 구조조정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에만 맡겨둬서는 안되고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구조조정 기업의 경쟁력 회복을 목적으로 공공부문이 출자한 독립적인 주식회사를 설립해 구조조정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기업구조조정 대비하자" 연재기사]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