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한양대 교수, 정치외교학 유럽아프리카연구소 소장

아프리카의 광활한 자연은 현대 문명의 부러움이다. 킬리만자로의 표범, 사바나를 활보하는 맹수의 제왕 사자, 생존을 위해 초원을 질주하는 얼룩말과 임팔라들의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다른 면도 있다. 후진적인 정치와 낙후된 경제, 난민과 분쟁으로 헐벗고 굶주린 아이들이 아프리카의 후진성을 표상한다.

미디어나 구호단체의 홍보영상으로 보여진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아프리카의 모습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우리국민의 84.6%가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다는 조사도 있다.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의 무지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의 다양성과 문화를 획일화하는 편협한 시선과 인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먼저다.

지구상 어느 지역보다 오랜 역사의 땅, 인류의 기원을 간직한 아프리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의 역사 정치 경제 문화, 그리고 미래 전망에 대한 종합적 고찰이 필요하다.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이 의미하는 것

물론 정치적 불안정이 경제성장의 장애요인인 것은 맞다. 한동안 뜸하던 쿠데타가 작년과 올해 말리와 기니 그리고 수단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많은 국가가 비민주적인 정부다. 신가산주의(新家産主義, neo-patrimonialism)에 입각한 장기집권과 부정부패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후진적 정치 양상도 여전하다. 리비아와 에티오피아는 아직도 내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고, 나이지리아와 소말리아는 각각 보코하람(Boko Haram)과 알샤밥(Al-Shabaab)의 테러행위에 여전히 노출되어 있다. 코로나19 이후 사회 통제를 명목으로 알제리 탄자니아 우간다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의 정치체제가 더욱 권위주의적으로 변모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성장 추이는 괄목할 만하다. 아프리카는 더 이상 1차 생산물만 수출하는 대륙이 아니며, 투자시장으로서 매력이 없는 지역도 아니다. 아프리카엔 최근 대내외적인 새로운 변화의 흐름이 형성되면서 투자 대비 수익회수 비율이 상당히 높은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가 2021년 1월 전면 이행되면서 통합시장으로서의 발판은 이미 마련됐다.

이러한 변화의 밑바탕엔 아프리카 대륙에서 제한적으로나마 정치적 민주화가 진행되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프리덤하우스에 따르면 1989년 아프리카 국가의 2/3가 비자유(not free) 국가 범주에 속했다. 그러나 2009년에는 2/3가 자유(free) 또는 부분적 자유(partly free) 국가로 분류됐다. 30년 넘게 철권통치를 행사해 온 수단의 알바시르(Omar Al-Bashir)는 여성과 시민사회가 이끈 평화적 시위에 의해 2019년 물러났다. 말라위정부는 2019년 '대통령 선거를 재실시하라'는 대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였으며, 2020년 평화적으로 대선을 새로 치러냈다.

도시화와 중산층 증가가 가져온 변화

정치적 민주화와 더불어 아프리카의 경제성장에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사회변화, 개혁·개방, 시장통합, 대외경제 관계 확대 등의 요소가 자리하고 있다. 이는 인구 성장과 중산층 증가, 도시화에 따른 결과다. 통상 도시화는 생산요소의 집적화, 규모의 경제, 거래비용 절감 및 생산성 향상, 국내외 투자 유치, 기술흡수 등을 통해 산업화의 기반을 만들어냄으로써 국부를 창출하고 경제발전을 견인한다.

13억 아프리카 인구 가운데 도시인구는 높은 출산율과 농촌으로부터의 유입이 맞물리면서 빠르게 늘어났다. UN은 아프리카 도시인구 비중이 2030년에는 50%, 2050년에는 6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프리카 도시인구는 특히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는데 통계에 따르면 50만명 이하의 중견도시에 거주하는 인구가 도시 전체 인구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맥킨지(McKinsey)는 아프리카의 노동가능인구가 2034년 인도와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했다.

주목할 부분은 전체 아프리카 소비계층인구 중 20~30%를 차지하며 증가추세에 있는 '블랙 다이아몬드'(Black Diamond: 백인 못지않은 경제력과 구매력을 지닌 흑인중산층)다. 전체적으로 의식주에 대한 지출 비중이 높지만, 이들의 소비성향으로 인해 가구 가전제품 모바일기기 등은 물론 레저 건강식품 인스턴트식품 의료서비스 등 선택적 소비가 지속으로 증가하고 있다. 소비시장에서는 전통시장이 여전히 중심이다. 하지만 도시화와 더불어 현대적 대형 복합쇼핑몰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나이지리아 최대 상업도시인 라고스의 소비계층인구는 2025년 62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물적·제도적인 인프라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속한 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빈곤의 도시화', 또는 '빈곤의 지리적 집중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런 환경변화를 고려해 지속가능한 도시개발을 국가발전전략의 핵심으로 다루고 있다. 도시개발정책 정비, 물적·제도적 인프라 확충, 도시생산기반 구축 등에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 도시개발이 국가발전과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도시개발 청사진이 병행될 때 지속가능한 도시화를 넘어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바로 한국의 아프리카 공공외교가 활성화돼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지속가능한 도시화 문제만 해도 환경, 인프라, 도시의 오폐수 및 폐기물 처리, 관광자원의 개발, 건설과 물류인프라 등 협력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난민구제, 기아퇴치 등과 같은 시혜적인 차원의 교류에서 벗어나 아프리카지역의 지속가능한 도시화를 염두에 두고 장기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적 측면에서 아프리카 대륙이 갖고 있는 소비시장으로서의 잠재력, 생산·유통기지로서의 활용 가능성, 그리고 정치적 측면에서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외교 및 향후 통일외교의 중요한 자원 역할 등 아프리카의 다원적 기능을 동시에 견지해야 한다.

아프리카 공공외교가 활성화돼야 할 때

양자 간의 밀접한 관계는 정서적·문화적 측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프리카는 식민지배 독립 민주화 등의 정치적 궤적을 밟아왔고,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동질성을 지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우분투(Ubuntu), 케냐의 하람비(Harambee), 르완다의 우자마(Ujamaa) 정신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가족과 공동체의 정체성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한국과 역사·사회적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접점이 풍부하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부는 한류바람이 주목할 만하다. 전자제품 K-팝 뷰티 한식 등의 상품과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는 점은 세계적 추세라 하더라도, 사극을 비롯한 우리나라 드라마가 아프리카인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한 부분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우리가 없으면 내가 없다' 등의 아프리카 속담에도 나타나듯이, 가족과 집단중심의 문화를 표방하는 우리나라의 정서와 정체성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아프리카는 한국의 강점인 소프트파워를 활용해 접근할 수 있는 잠재적 발전가능성이 상당한 지역이다. 한국과 아프리카는 상호 우호를 증진하고, 협력하고, 상호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큰 지역이다. 관계도 긍정적이다. 2006년 노무현정부의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한국의 이니셔티브'를 계기로 한국과 아프리카 관계는 급속히 발전했다. 이제는 원조의 양적확대를 넘어 질적성장 및 상호이익 증대에 따른 경제·문화협력의 내실화를 기해야 할 때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새롭고자 하는 마음에 있다. 미지의 대륙 아프리카가 꿈에서 깨어났듯이,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