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삼각파도 덮쳐

"회색코뿔소 다가 온다"

가계의 신용위험지수가 급등하고 있다. 금리와 소비자물가가 오르면서 체감하는 이자부담은 커지고, 자산가치가 하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가계가 부채의 삼각파도앞에 서 있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과거 가계부채 위기를 보면, 위기 직전에 대출이 급증하다가 자산가격 버블 붕괴, 신용공급 위축 등 대내외 충격의 발생으로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금융위기 가 촉발됐다"고 분석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13일 경제전문가 간담회에서 "멀리 있던 회색코뿔소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회색코뿔소는 파급력이 크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을 말하는 것으로 잠재된 금융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경고다.

우선 대출금리 급등이 가파르다. 한은은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가 세 차례에 걸쳐 0.75%p 오르면서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이 연간 9조6000억원, 1인당 평균 48만3000원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실제 대출금리는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오른다는 점이다.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14일 현재 3.57~5.07%로 작년 8월(2.62~4.19%)에 비해 1%p 가까이 올랐다. 한은 계산법으로도 불과 5개월 새 1인당 연간 64만4000원, 총 12조8000억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실제로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의 금리수준별 비중을 보면 고금리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3% 미만 금리가 전체의 63.5%로 압도적이었던 데 비해 작년 11월에는 3% 미만 대출비중이 28.7%로 줄고, 3~4%(53.8%)와 4% 이상(17.5%) 비중이 급증했다.

소비자물가가 빠르게 오르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줄어들고 같은 이자부담도 체감상 커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은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기에 비해 3.7%로 올랐다고 밝혔다. 자산가격 하락도 현실화할 조짐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968건) 2건 가운데 1건(50.6%)은 직전 거래보다 떨어진 가격에 거래됐다.

금융상황이 급변하면서 가계의 신용위험지수는 높아졌다.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국내은행 가계대출 신용위험지수가 지난해 4분기 18로 전분기(6)에 비해 3배나 늘었다고 분석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의 위험성을 그만큼 크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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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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