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규모 빠르게 증가 … "원리금 상환유예 안 되면 부담 커져"

코로나19로 인한 역대 최저금리의 유동성 팽창으로 가계와 기업, 정부 부채가 급증했다. 미국 등 선진국 중앙은행이 본격적인 통화긴축을 예고한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되돌리고 있다. 기준금리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대출금리는 가계와 기업, 특히 소상공인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저금리시대가 저무는 상황에서 각 경제주체의 금융상황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자영업자 가운데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빚을 낸 '다중채무자'의 부채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100% 손실보상 촉구 집회│경기도상인연합회 관계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시민열린마당 앞에서 '소상공인 등 100% 손실보상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일반적으로 다중채무자의 경우 은행권뿐만 아니라 제2금융권에서 높은 이자를 주고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취약한 채무자로 분류된다.


◆다중 부채, 코로나19로 55% 늘어 =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이 18일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 중 다중채무자의 부채 규모는 지난해 11월 말 현재 15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직전인 2019년 말(101조원)에 비해 55.4% 늘어난 규모다. 이러한 증가 속도는 2017년 말(73조원)에서 2019년 말까지 2년간 늘어난 38.4%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중채무액의 증가는 전체 자영업자의 부채 증가속도에 비해서도 빠르다. 자영업자가 전체 금융권에서 빌린 사업자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현재 약 632조원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직전인 2019년 말(482조원)에 비해 31.2% 불어났다.

다중채무자의 1인당 부채액도 전체 자영업자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개인사업자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27만2308명으로 1인당 평균 5억7655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체 자영업 채무자(276만9609명)가 안고 있는 1인당 평균 부채 2억2819만원에 비해 152.6%가 많은 규모이다.

다중채무자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40대가 9만857명으로 가장 많고, △50대 8만7657명 △30대 4만4938명 △60대이상 4만2504명의 순으로 많았다. 다중채무자 비중을 연간 소득별로 살펴보면, 3000만원대와 4000만원대가 각각 7만3188명과 4만9805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창현 의원은 18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이번 통계를 보면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들이 여러 곳에서 빚을 끌어다 연명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라며 "이 분들은 금융불균형을 상징하는 가장 취약한 채무자들인 만큼 정부와 금융당국은 자영업 다중채무자들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 "주택외 부동산 담보 많아 위험" = 윤창현 의원이 이날 발표한 자영업자 부채규모는 한국은행의 지난해 말 발표와 일부 차이가 있다. 한은은 지난해 3분기 현재 자영업자 부채 규모를 887조5000억원으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직전인 2019년 4분기(684조9000억원)에 비해 29.6%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한은 통계는 자영업자의 부채 가운데 개인사업자로 받은 사업자(기업)대출 뿐만 아니라 일반 가계대출도 포함했기 때문에 윤 의원 발표치보다 많다. 한은 관계자는 "자영업자 부채는 개인사업자번호를 가지고 받은 대출과 주민등록번호로 받은 개인 대출이 혼재해 있다"면서 "한은은 자영업자 대출의 규모를 두가지 대출에서 추산해 발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 부채의 심각성은 더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은은 지난해 말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자영업자 대출의 위험성을 특별히 경고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변이 발생과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능력이 악화할 수 있다"면서 "당국과 금융기관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취약·고위험 자영업자에 대한 맞춤형 관리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은은 지금은 금융지원 등의 영향으로 연체율이 낮다고 해도 여러가지 점에서 자영업자의 대출(개인사업자대출+가계대출)에 잠재 위험이 많다고 분석했다. 한은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환금성이 낮은 '주택 외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29.0%)이 비자영업자(11.7%)의 2.5배에 이른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면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능력도 취약해질 수 있다. 더구나 자영업자의 대출 가운데 상환 부담이 큰 '일시상환대출'이 45.6%에 달해 단기간 금리가 급등할 경우 상환의 부담이 그만큼 크다.

한편 한은은 오는 3월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끝날 경우 자영업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1.3%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당국의 지원이 유지되는 경우(39.1%)보다 2.2%p 높다. 대부분 업종에서 DSR이 오르는 것으로 추산됐고, 특히 여가서비스(52.8%→56.1%)와 개인서비스(62.2%→65.9%) 부문의 상승 폭이 클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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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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