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채무, 당초 예상치보다 2~3년 앞서 도달 … "국고채 금리 급상승에 이자비용 늘고, 대외신인도 악화 우려"

코로나19로 인한 역대 최저금리의 유동성 팽창으로 가계와 기업, 정부 부채가 급증했다. 미국 등 선진국 중앙은행이 본격적인 통화긴축을 예고한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되돌리고 있다. 기준금리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대출금리는 가계와 기업, 특히 소상공인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저금리시대가 저무는 상황에서 각 경제주체의 금융상황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1월 추경을 추진하고 이에 따른 적자국채 발행을 예고하면서 국가채무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따른 재정지출의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해도 당초 예상치를 크게 뛰어 넘는 빠른 증가속도는 우려가 크다.

국회 예산정책처 홈페이지에 게시된 국가 채무시계. 사진출처 국회 예산정책처 홈페이지

올해 들어 기준금리 인상과 이에 따라 국고채 금리도 빠르게 올라가면서 정부의 이자부담도 그만큼 늘어나고, 중장기적으로 국가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서다.

◆국가채무, 초당 22만원 늘어나 = 국회 예산정책처 국가 채무시계에 따르면, 20일 오전 현재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961조6455억원 규모를 나타냈다. 이 시계는 매 초마다 22만원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돼 △1분 1320만원 △1시간 7억9200만원 △하루 190억800만원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통과한 예산을 기준으로 국가채무는 올해 1064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정부가 1월 추경안을 편성하면서 14조원 가량의 적자국채를 발행하면 최소 1078조원 규모로 늘어난다. 이는 지난해(965조3000억원)에 비해 11.7% 증가한 수치이고, 사상 처음으로 국가부채 1000조원 시대를 여는 셈이다. 이를 지난해 8월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5167만명)로 나누면 1인당 빚은 2080만원이 넘어서는 규모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8000만원의 국가 빚을 떠안는 것이다.


국가채무의 규모는 해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예산정책처는 올해 국가채무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면서 오는 2025년 1408조5000억원으로 GDP 대비 58.8%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9년 예산정책처가 '2019~2028년 중기 재정전망'에서 예상한 수치를 크게 앞당기는 결과다. 당시 예산정책처는 2022년 979조5000억원으로 GDP 대비 45.2%에 이르고, 2025년에는 1251조6000억원으로 GDP의 52.5%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예상치는 2028년이 되어야 1490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국회가 예상한 속도에 비해 실제 증가속도는 2~3년 앞서는 수준이다. 여기에 앞으로 코로나19 전개 상황과 이에 따른 추가적인 재정치출 및 국채 발행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누적 국가채무는 더 가파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정치권은 올해 3월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 진영이 앞다퉈 재정지출을 크게 늘리는 공약을 내놓고 있어 새정부 들어서도 나라빚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1월 '재정점검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향후 5년간 주요 35개 국가 가운데 국가채무가 가장 빨리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보고서에서 2026년 한국의 일반정부 국가채무가 GDP 대비 66.7%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GDP 대비 채무비율은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국가채무를 그 나라의 경제규모와 비교한 것으로 경제적 안정성 등을 파악하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

◆국고채 금리, 1년새 두배 이상 급등 =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개년도 본예산 정부안을 제출할 때 국고채 이자 예산으로 매년 평균 19조9000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국회 의결과정에서 평균 18조7000억원으로 줄었고, 실제 집행은 17조5000억원에 달했다.

국고채 이자 상환을 연도별로 보면 △2016년 18조원 △2017년 17조2000억원 △2018년 17조3000억원 △2019년 16조7000억원 △2020년 17조3000억원 등이다. 이와 관련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연간 18조~20조원 정도의 국고채 이자가 나간다"면서 "선진국은 GDP 대비 3%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국채 이자 상환이 GDP의 1% 수준에 머물러 크게 높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채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정부 부담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국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7일 2.14%로 최근 1년내 저점이었던 지난해 1월20일(0.97%)에 비해 두 배 넘게 올랐다. 단순 계산으로도 이자 비용이 20조원을 넘어서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적자국채를 계속 발행하면 이자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국채를 과도하게 발행하면 이를 사들이는 곳이 많지 않아 이자율이 추가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국채발행이 급증하면서 이자부담과 함께 물량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를 두고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었다. 특히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고 소상공인 지원금 등 재정지출 요인이 팽창하면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국채를 직접 매입해야 한다는 법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자영업자 손실보상제 등과 관련해 특별법을 통해 '한국은행의 국채 직접매입'을 담기도 했다.

이는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국가 빚을 떠안는 이른바 '정부 부채의 화폐화'에 대한 논란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이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국채를 매입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심각한 국가신인도 문제와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해 초 국회에 출석해 "중앙은행이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것은 주요국에서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재정 건전성과 대외신인도에 부정적"이라고 거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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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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